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우리 모두는 아주 잘 체감하고 있다. 심지어 너무 익숙한 나머지 무뎌진 사람도 많다. 신형 핸드폰이라 자랑을 늘어놓아도 6개월 혹은 그보다도 더 짧은 기간 이내에 이는 바로 구형 핸드폰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을 보면 참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임을 의심할 수 없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의 고향 ‘이태원’이라는 곳도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저 미군부대가 있는 곳, 이슬람 사원이 있는 곳, 그래서 외국인이 많은 이국적인 동네 정도가 이태원의 수식어였다. 하지만 지금은 날마다 방문객들이 늘어나고, 길거리에 늘어선 가게들은 바뀌기 위해 차려진 듯 매일매일 새로운 가게로 변모한다. 정말 변화에 잘 적응한 카멜레온 같은 동네가 되어버린 것이다.

함께 이태원에 살다가 전학을 갔던 친구와 함께 이곳을 돌아다닐 때면 당황스러움의 연속이다. 평소에는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 사소한 것에서도 낯설어 하는 친구를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동네에서는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친구가 했던 “여기 우리 집이었는데 왜 술집이 된 거야?”라는 말을 잊을 수 없다. 사람들이 살던 집까지도 가게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들의 욕심에 우리의 추억을 생매장해버린, 이상하면서도 말로 쉽게 설명이 안 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마음속 깊이 무언가 간질간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추억을 없애버렸다는 증오심도 타오르고, 억지로나마 ‘그래, 저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지’라고 합리화하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한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다. “여기는 정말 인생 맛집이야!” 라고 외치며 자신 있게 친구에게 소개하려 들면 어느새 우리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아늑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가게가 있는 것이 아닌 황량하며 어둑한 내부 그리고 ‘임대’라고 쓰여진 고작 그것들뿐이다. 그런 상황을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드는 생각은 두 가지, 첫 번째는 임대료를 감당치 못한 이 사람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들만의 색으로 우리에게 희망을 주던 그들에게도 희망이 남아있긴 할까 그리고 두 번째는 어디로 가야 이 집의 맛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것인지 하는 아쉬움. 물론 더 나은 가게가 들어올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는 사람도 있는 한편 한 사람의 생계 수단이 사라져 버렸다는 우려가 내 마음에는 가득하다. 더불어 여기, 이태원에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이런 흥망을 겪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공포도 있다.

SNS에서 흔히 보이는 ‘이태원 맛집’, ‘경리단길 맛집’ 이라는 게시물에 달리는 수많은 댓글을 보았을 때 이태원은 확실히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매력적인 동네임은 확실하다. 심지어 이태원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리면 누구나 다 부러워하는 눈빛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추억이 사라지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고향이 사라지는 광경을 보며 살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그런 에피소드들이 반복되며 여기서 얼마나 더 많은 것이 나의 추억 속으로 잠들지에 대한 두려움은 증폭되며 이런 측면에서 나는 변화가 무섭고, 그 누구보다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우리 동네, 이태원이 무섭다. 마치 도로의 무법자가 질주하는 모습처럼….

한수진(인과계열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