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현영교 기자 (aayy1017@skkuw.com)

한 해의 끝을 달려가는 지금, 대학 사회는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학생자치기구 선거철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학가 학생자치기구 선거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선거 운동이 이목 끌기에 집중돼 있고 공약 실현 가능성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투표율로 선거가 무산되고 출마자가 없어 선거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대학 사회 학생자치기구 선거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학 선거의 올바른 방향을 고민해봤다.

선거 유세, 눈길 끄는 데 집중
최근 건국대 서울캠퍼스의 한 단과대학(이하 단과대) 선거에서 ‘여론조사’식의 전화 선거 유세가 논란이 됐다. 후보자는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 및 공유하고 이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며 홍보를 해 해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징계를 받았다. 지난달 본격적인 학생자치기구 선거 일정이 시작된 후, 우리 학교 커뮤니티에서도 선거 유세로 춤을 추는 것에 관한 비판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학우들은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있으면 외국인 학우들에게 부끄럽다’, ‘단순하게 이목을 끄는 기성정치의 선거 운동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며 선거 운동에 관한 의견을 전했다. 이에 대해 원유빈(행정 12) 인사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나 이 또한 학우들에게 재미있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선거 운동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 대학 선거 공약, 공약보다 슬로건에 가까워
좋은 학생 지도자 선출… 학생들의 역할 중요해

공약, 실현 가능성에 의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현 대학 사회 선거 공약은 공약이라기보다 선거 슬로건에 가깝다”며 “공약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이 없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50대 총학생회 선거 정책공청회에 참여한 김수진(글리 16) 학우는 “총학생회 선거 공약 중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것들이 있었다.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제시하는 것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므로 후보자들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고민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 사무총장은 “선거 공약은 당선을 위한 도구가 아닌 유권자와 후보자 간의 약속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마자의 부재·낮은 투표율로 이어져
이벤트성의 선거 유세, 표를 얻기 위한 공약 등이 결국 학생자치기구 선거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져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우리 학교 윤비(정외) 교수는 “낮은 수준의 대학 선거 문화가 학생들이 학생회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가 된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실제로 연세대는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자가 없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운영됐다. 올해 3월 보궐선거가 열렸으나 투표율이 26.98%로 기준을 채우지 못해 이마저 무산됐다. 가톨릭대는 올해 총학생회 선거를 비롯한 각 단과대 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 선거에 출마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 학교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출마자가 나오지 않아 △경제대학 △생명공학대학 △예술대학 등은 비대위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며 경영대는 투표율 기준을 채우지 못해 투표 기간을 연장했다.

학생자치기구 선거,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 사무총장은 선거 공약은 ‘해주는 것’이 아닌 ‘함께 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약을 공공 의제화해 사회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학생들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윤 교수도 “학생자치기구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어야 한다”며 선거가 학생자치기구의 사회적 역할을 이뤄내는 통로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선거 유세도 이벤트성이 아닌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학생자치기구가 선거 공약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며 장기적인 사회적 어젠다를 일깨워 줄 수 있어야 한다. 윤 교수는 이에 대한 예로 등록금 인하 공약을 제시했다. 현재 학생자치기구가 하듯이 학교 측에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방향으로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윤 교수는 “등록금 인하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 측에 요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 교육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향으로 공약이 발전해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바람직한 지도자의 선출을 위해 유권자 역시 노력해야 한다”며 학생자치기구 선거에서 학생들의 역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