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서부터 잘못된 사용 많아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겉옷은 계절과 용도를 생각하여 정한다. 겉옷으로는 슈트, 원피스, 드레스, 블라우스, 슬랙스, 스커트 등이 있으며, 이에 맞는 베스트, 스웨터 등을 갖추어 입기도 한다. 스카프, 벨트, 양말, 팬던트, 구두와 핸드백 등도 서로 조화되도록 한다”
일반 여성 잡지에나 나올 만한 말 같지만 이것은 어느 중학교 가정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이다. 분야의 특성상 외래어가 많이 쓰일 수 있음은 인정하더라도 치마, 조끼란 엄연한 우리말을 두고도 스커트, 베스트라고 한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시대가 바뀌어 가면서, 필요한 물건이 생겨나고 그 물건의 이름을 함께 들여올 수도 있을 것이다. 외래어 역시 바로 그런 원칙에 의해서 생겨났다. 그런 만큼 외래어의 사용은 많은 부분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데, 하물며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의 교과서에 외래어가 넘쳐 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교과서 내 한자어의 범람을 들 수 있다. 4학년 1학기 ‘읽기’ 교과서를 예로 들어 ‘도서관에 가 봅시다’ ‘대출한다’ ‘반납한다’ ‘열람한다’ ‘대출 기간’ ‘휴관일’ 등으로 되어 있으나 이는 ‘빌린다’ ‘돌려준다’ ‘책을 본다’ ‘빌리는 기간’ ‘(도서관) 쉬는 날’로 고친다면 오히려 더 이해가 잘 가고 자연스럽지 않을까 한다. 물론 지금 당장 모든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교과서에 실린 많은 한자어는 미처 우리가 우리의 말로 번역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그대로 들여와 써서 굳어진 것이기 때문에 다시 되돌리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자말을 우리말로 고쳐서 교과서에 실음으로써,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고 있는 말들이 학술용어이자 일상어로서의 그 지위를 굳히게 된 예가 있으니 바로, ‘지름’ ‘반지름’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등이 그것들이다. 교과서는 교육을 목적으로 하기에 교과서 내에 쓰이는 말과 용어는 쉽게 습득되고 또 주변에 파급되는 효과 역시 크다. 앞에 말한 각종 수학 용어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져 쓰인 것으로 교과서에 실리지 않았다면 바로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는 그럴 수 도 있었던 이 단어들의 운명을 바꾸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데에 있어 교과서의 언어사용에 있어서 많은 조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김현경 (어문3·국문)
성균관 한글문화연대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