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월드컵 담론 분석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잔치가 막을 내린지도 두 달이 지났다. 최초의 4강 진출과 월드컵의 성공적인 유치라는 평가와 함께 축제의 열기도 가라앉고 온 나라를 붉게 수놓았던 붉은 악마들도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언론과 기타 매체에서 쏟아내고 있는 월드컵을 둘러싼 무수한 담론들은 그치지 않고 있다.
‘Be the reds’라는 붉은 셔츠를 입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 속에서 레드 콤플렉스의 극복 가능성을 보거나 거리응원의 주도 세력이었던 여성과 10대 청소년들을 386세대를 대신할 사회개혁 세력으로 보는 긍정적인 평가들이 있었다면, 이와는 반대로 붉은 악마에서 사회적인 정의가 아닌 승리만을 환호하는 파시즘적인 코드를 읽어낸 부정적인 입장도 존재했다.

이와 관련 강내희 중앙대(영문) 교수는 “아직 월드컵에 대한 객관적, 실증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월드컵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간의 조정을 통해 사회발전을 이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지난 7월 이러한 다양한 논의를 토대로 월드컵 4강 신화를 경제분야와 국가 이미지 제고로 이어가기 위해 △10년 안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로의 위상정립 △철저한 사후관리 및 기념사업 △문화국가 이미지 정착 등을 골자로 하는 포스트 월드컵 종합대책을 확정지었다. 이를 두고 경제적인 측면에 치우쳤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시민단체는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시민의 열정을 △문화 △사회 △환경 △교육 분야의 개혁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문화·사회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7월 19일 흥사단에서 ‘월드컵과 시민의 열정, 이제는 사회개혁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포스트월드컵 사회단체 토론회에서는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이하:문화연대)를 비롯한 환경운동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전교조) 등의 여러 사회단체들이 이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문화연대는 “2002년 6월 전국을 메운 붉은 물결은 이제껏 대중의 문화적 욕구를 억압하고 노동과 규범으로 통제해온 거대한 힘이 우리 사회에 있음을 확인시켰다”며 15년 전 6월항쟁에서 일궈냈던 정치적 민주화를 넘어서 문화적 민주화를 실현해낼 수 있는 제도적, 정책적 방안이 시급함을 주장했다. 그리고 △세종로 문화광장 만들기 △문화교육 △축제만들기 프로젝트 등의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했다. 이중 문화교육과 관련해서는 단순한 기능 교육이 아닌 다중적 교육과 미술, 역사, 음악, 문학 등의 통합교육 및 감성교육을 통해 교육의 전반적인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영삼 전교조 정책연구국장은 “50년대 이후 7번의 교육과정의 변화가 이뤄졌지만 국영수 중심의 교육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며 “교육전체를 지배하는 여건과 교육철학에 대한 고민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틀로 교육구조를 논해야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시민단체는 지난 22일 국회 헌정기념관 회의실에서 국회의원과 담당 행정부서와 가진 공청회를 통해 이들의 요구에 대한 논의의 장을 가졌지만 이러한 대책들이 가시화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진호 서울시 문화과장은 “취지는 좋지만 행정의 안전성을 생각해볼 때 의사결정을 하는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으며 문화교육과 관련해 김만곤 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정정책과장은 “학문, 국가, 학생의 요구가 반영되는 교육정책은 쉽게 바뀔 수 없다”며 시민단체가 요구한 문화교육 방안에 난색을 표명했다.

잔치는 끝났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통해 보여진 시민의 욕구와 열정은 분명 사회개혁으로 발전돼야 한다. 그 방식에 있어서는 다양한 의견 수렴과정을 통해 끊임없는 논쟁을 이끌어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의 참여로 빛을 발한 월드컵이기에 잔치 이후를 생각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시민의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