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소중한 한표, 나라사랑의 시작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이처럼 낯익은 구호와 함께 소중한 투표권 행사를 권하는 캠페인이 있어왔다. 하지만 정작 권리를 행사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외에 체류중인 재외국민이나 단기체류자, 지문날인을 반대하는 사람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처럼 민주주의의 근저를 이루는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인 참정권이 정치, 법률상의 이유로 제한돼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이런 문제제기는 6·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인권실천시민연대 △한겨레네트워크 △지문날인반대연대 등을 비롯한 14개의 단체가 연대회의를 구성함으로써 활발히 이뤄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나라의 수장을 뽑는 대통령 선거가 불과 백일도 남지 않은 지금, 이들이 요구했던 참정권은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
현재 한국 국적을 가지고 해외에 체류 중인 재외국민은 2백10여 만 명에 달하며 △유학생 △상사원 △외교관 등의 신분으로 단기체류하고 있는 한국인 또한 30여 만 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 현행 선거법 상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 제38항  1조’에 따라 투표를 하려면 국내로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국적을 가지지 않은 재외동포의 경우는 의무를 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참정권이라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할 경우 그 범위와 관련해서 재외동포재단(이사장:권병현) 한광수 씨는 “재외동포의 경우는 세부적인 환경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지만 단기체류자에 대한 투표권은 빠른 시일 내로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해 우선적으로 단기 체류자에 대한 투표권을 보장하고 재외동포의 경우는 차차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외의 경우에는 해외부재자 투표를 통해 재외국민에 대한 참정권을 보장해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0개국 중 우리나라만이 이들의 투표권을 보장할 법적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한 사실은 OECD 가입을 통해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주민등록증 없이도 신분증명을 통해 투표권 보장해야
지문날인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참정권이 제한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박정희 정권의 잔재인 주민등록제와 지문날인제도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행정자치부가 지문날인 된 주민등록증 없이 투표하기를 원하는 이들의 신원 증명을 거절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이는 집 앞으로 배달되는 편지봉투로도 신원확인을 할 수 있는 외국에 비해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신원을 증명할 수 없는 현실에 기인한다.
이와 관련 지문날인반대연대 윤현식 활동가는 “선거법 상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간이 발행하고 사진을 첩부한 신분증만이 인정된다”며 “선관위는 사립대의 학생증이라든지 정부가 50%이상 출자한 기업의 사원증을 모두 신분증으로 인정하는 등 신분증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운전면허증이나 여권 등의 대체 신분증은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발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지문날인 반대연대는 주민등록증이 없어 대체할 신분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동사무소가 신분증명을 통해 투표권을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지방선거 이후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 28일부터 오는 대통령 선거까지는 전국민 서명운동과 거리 홍보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윤 활동가는 “이번 활동을 통해 지문날인 제도 자체에 대한 철폐와 함께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지문날인 반대자들의 참정권 요구를 부각시킬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법 개정과 행정절차 통해 권리실현 이뤄내야
헌법 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선거권은 대표적인 참정권으로서 국민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와 관련 김형성(법) 교수는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국민이라면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과정인 참정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최대한 평등하게 권리를 실현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국민에게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행정력을 동원하면서도 행정상의 편의를 명분으로 정작 국민의 권리보장을 소홀히 하는 정부의 태도는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다. 빠른 시일 내에 법개정과 다양한 행정절차를 마련해 어떤 이유로도 권리를 제한 당하는 경우가 없어야 할 것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