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정권 이후의 남,북, 미 관계: 6,15와 9,11을 중심으로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정흥모 정치외교학과 강사

6·15와 9·11의 함수관계
국내정치는 2000년 6월 15일을 전과 후로 하여 내용적 변화를 겪고 있다.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6·15의 일등공신이 되기 때문이며, 남·남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정치는 2001년 9월 11일을 전과 후로 하여 내용적 변화를 겪고 있다. 9·11 사건이 국제정치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으며 미국이 이 가이드라인을 지휘, 통제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국제정치는 9·11을 계기로 악의 축과 선의 축 아니면 깡패국가와 비 깡패국가로 세계의 대립을 주도하고 있는 부시정권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정치의 중심축 6·15와 국제정치의 중심 축 9·11이 상호 버팀목이 되기보다는 미묘한 마찰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6·15와 9·11은 어떤 함수관계를 갖고 있는가?

9·11이후 남·북·미 관계 혼미해져
9·11과 6·15의 관계는 첫째, 정비례의 관계이기 보다 반비례의 관계에 더 가까우며 둘째, 9·11이 독립변수가 되고 6·15가 종속변수가 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전자는 미국이 추구하는 국익이 남한이 추구하는 국익과 같지 않다는 것이고, 후자는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은 미국이 주도해야 하는데 그 주도권은 분단한반도에서나 통일한반도에서 동일하게 관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 관계는 냉전시대에 설정된 불평등하고 비민주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한국의 여러 시민단체와 정부는 기존의 한·미 동맹 관계, 주한미군지위협정과 같이 냉전시대에 설정된 관계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군의 작전권 회복, 전력과 정보에서의 대미의존도 축소, 미군범죄 형사사건에 관한 제반 불평등한 법률 협정 개정, 환경관계 법률의 준수, 재정부담 축소 및 기지반환 등이 한·미간에 협상대상이 되고 있다. 냉전시대의 수직적 동맹관계가 탈냉전시대에 수평적 동맹관계로 개정돼야 한다는 요식으로 개정의 요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질 것이다. 여기에다가 6·15가 한반도 문제의 민족주의를 실현시켰다는 역사적 평가를 부여받으면서, 미국이 남북통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부정적 대미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부시정부 출범 이후 미국식 국제질서 편성과 맞물린 대외정책의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헌팅턴이 미국의 신 가이드라인 작성에 이론적 작업을 도왔다고 볼 수 있다. 9·11 테러가 이러한 예상을 추인 시켰다.
9·11 테러 이후 북·미, 남·북 그리고 남·미 관계가 더욱 혼미해졌다. 먼저 북·미 관계는 북한의 국제테러 전력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북한은 1995년 11월 “모든 테러와 테러관련지원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이후 테러 반대입장을 수 차례 표명해 왔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에게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재차 북한을 깡패국가명단에 끼워 넣었다.
이 같은 미국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북·미 관계는 악화 일로에 있으며, 남북관계도 경색국면을 못 벗어나고 있다. 따라서 남북화해협력의 영역이 그 만큼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2002년 6월 29일 서해교전이 발생했다.그 결과 남한에서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안보는 산소와 같은 것이다”라는 식으로 재차 강조되고 있다.

통일 담론은 국론통일이 전제돼야
그렇다면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풀 수 없는 성역인가? 미국의 외교역량을 과소평가 하면 그렇다. 그렇다고 부시행정부의 힘에 바탕을 둔 일방주의 외교·국방정책(예를 들어, 이라크 침공계획)이 러시아·중국은 물론 유럽 등 동맹국가들로부터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점이 우리에게 위안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더 경계해야 할 점은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다 깽판을 쳐도 괜찮다”는 식의 태도이다. 남북대화를 과대 평가하는 태도 역시 한반도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미국의 일방주의에 기가 꺾일 필요도 없다. 우리는 미국에 대해서 “당신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을는지는 몰라도 “한반도 민족공동체의 한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후자는 국론이 철석같이 통일되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가 현 단계에서생각할 수 있는 통일담론은 새삼스럽게 국론통일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가장 시급한 문제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