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시대의 상처로 남은 사람들-탈북자와 북파 공작원

기자명 박명호 기자 (freshnblue@skku.edu)

우리가 흔히 탈북자라고 부르는 북한이탈주민들은 일년에 수십 명 이상이 남한으로 들어온다. 최근에는 여러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외국 공관으로 들어와 망명을 요구한 후 남한으로 들어가는 ‘기획망명’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많은 북한 주민들은 북한을 탈출해 중국 등지에서 숨어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으로 송환될 위험으로 말미암아 안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권을 보장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힘들게 남한으로 들어온 후에도 북한이탈주민들은 문화적 충격, 언어적 차이 등으로 인한 부적응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일부는 대학에 진학해 공부를 하기도 하지만 대학 사회에 융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들이 많은 실정이다.

신변의 위협 속에 하루가 불안한 사람들
많은 북한 주민들은 계속된 식량난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살던 곳을 등지고 대부분 중국으로 도망쳐 왔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그들은 불법체류자로 간주돼 제대로 된 생활과 신분을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간다. 이로 인해 그들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구한다 해도 싼 임금에 착취당하는 일이 많으며, 그들의 불안정한 상황을 이용한 고용주들의 임금 체불 등의 탄압은 북한이탈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또한 국경을 넘은 여성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인신매매에 연루되기도 한다. 몇 단계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인신매매에 일부 여성들은 국경과 먼 내륙 지방으로까지 팔려가는데, 인신매매의 피해자들은 성적 학대와 감금, 폭행에 시달려 정상적 생활을 하지 못한다.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자신들의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삶을 참고 지내야 하는 것은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될 것을 우려한 탓이 크다. 현재 그들은 불법체류자로 간주돼 중국 공안의 손길을 피해 숨어 생활하고 있다. 만일 공안에 의해 체포될 경우 바로 북으로 송환되는데, 송환된 이후에는 구타, 고문 등의 인권침해를 당한다.

이와 관련 사단법인 좋은벗들(이사장 : 법륜 스님) 이승용 간사는 “북한이탈주민들을 강제로 송환하는 유일한 국가가 중국”이라며 “수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할 때 생길 문제들 때문에 중국은 이 사안을 정치적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돕는 남한 사람과 조선족 등이 맞물려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3국에서 남한행이 가능한 상황에서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난민 수용소를 세우는 등의 대책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사회적 편견과 언어적 장벽에 의한 부적응
남한으로 귀순해 들어온 사람들도 여러 가지 문제를 겪게 되기는 마찬가지다. 일자리를 구하면서 많은 사회적 편견을 감내해야 하고, 탈북자라는 시선에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특히 해외여행을 위한 여권발급에 있어서 외교통상부와 경찰뿐만이 아니라 국가정보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의 심한 차별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 꽃제비로 활동하던 청소년들이 남한으로 오면서 무연고로 생활하게 돼 그로 인해 겪는 고통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기도 하는데, 대학 내에서 부딪히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백두한라회(회장 : 백명학) 조윤영 간사는 “일단 1년을 대학교에서 버텨 낸다면 그 이후는 대학에서 지내기 쉽다고 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초기 1년 동안 적응하기가 쉽지 않음을 말해준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주로 탈북자 특별전형을 통해 시험을 보고 대학에 입학하는데, 그 이후 대학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선 그들은 영어 공부를 하는 데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모두 영어로 된 전공 과목의 책을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일상적으로 쓰이는 외래어들조차 이해하지 못해 의사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한 조 간사는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이전에 쓰던 말씨와 어투 등을 구사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등 언어적 차이로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현실적 대책이 절실히 요청
수십 명 이상의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으로 들어오고, 그 이상의 북한 주민들이 지금도 중국 등지에서 북한으로 송환되면 비인간적 대우에 시달린다는 생각으로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을 위해 최소한의 난민 지위 인정 등의 대책이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탈북자 수용소 안은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고, 기획망명과 같은 수를 여러 번 쓸 수도 없다. 실제로 기획망명 사건이 여러 건 일어난 이후 그들의 신변에 더 큰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남한으로 내려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책이 그들에게는 절실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