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권과 특허권 보장 사이의 해법 없는 대립

기자명 박명호 기자 (freshnblue@skku.edu)

지난달 30일, WTO(세계무역기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TRIPs(세계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 합의안이 제네바 TRIPs 이사회에서 도출됐다. 이 협정은 그 국가 혹은 지역의 문화를 상품화하는데 이용되는 안으로,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받는 모든 상품이 이 협정의 보호대상이 된다. 현재 30여개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오는 2005년까지 시행이 유예된 상태이다.

이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의약품의 지적재산권 관련 문제로, 의약품의 특허권을 인정하느냐의 여부이다. 특허법에 의하면 특허를 획득한 상품의 경우 20년간 독점권이 인정되며, 복제물을 생산하는 것이 금지된다. 하지만 의약품 생산이 불가능한 국가에서 국내에서만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강제실시가 허용되는데, 의약품의 강제실시란 공공의약품의 경우 국가의 명령에 따라 제3자가 복제약을 제조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TRIPs 협정은 강제실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를 의약품을 생산할 수 없는 최빈국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국내 생산에 한정해야 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핵 △에이즈 △말라리아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에 의해 결렬 위기에 있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중의료연합 측은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TRIPs 협정으로 인해 강제실시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국가의 의약품 접근권을 포기해 초국적 제약자본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제약회사의 지적재산권이 민중의 건강권에 우선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약사 천문호씨는 “우리나라는 현재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어 다른 제3세계 국가들에 비해 상황이 좀 나은 편이라 국가적인 위치가 상당히 모호하다”고 말하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주장하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특허를 획득한 의약품 가격은 해당 의약품을 개발한 초국적 제약회사에서 결정할 수 있다. 독점권을 얻은 이들은 상당히 많은 양의 이윤을 붙여 가격을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같이 환자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강제실시권의 시행을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이에 대해 천씨는 “제약회사의 연구개발비용과 위험을 인정하지 않으면 신약 개발 의욕을 저하시킬것”이라며 “이것을 인정하고 약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한 쪽에서는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비율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의료보험심사평가단 유희승 대리는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경우 건강보험 처리시 1캅셀당 23040원”이라며 “약값 책정에 있어 비싸다는 환자들의 항의에도 제약회사에서 양보하지 않아 건강보험 부담분을 증가시키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도 비싼 약값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비록 소수나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에게 독점적 권리를 누리고 있는 초국적 제약회사의 고가의 약값은 가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약회사의 개발 비용과 위험부담을 부정할 수 없기에 강제실시권이 근본적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제약자본과 환자들 사이의 타협을 통한 해결책 모색이 절실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