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 영상카페 ‘지오’운영자 이혜정 씨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 지오가 성대 앞에 자리한지 얼마나 됐나
­지난 96년에 성대의 학생부부가 처음 시작했다. 지금은 인터넷이 많이 보급돼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오프라인 모임이 많이 줄었지만, 당시에는 주인이 특히 그 분야에 관심이 많아 지금 보다 훨씬 활발한 모임이 이뤄졌다. 요즘은 영상을 활용하는 모임이라면 성격에 구애받지 않고 지오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 외관은 평범한데, 일반적인 카페와 다른 점은
보통의 커피숍처럼 휴식을 위해 아무 때나 찾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분명한 목적이 있는 사용자에 한 해 예약제로 운영된다. 따라서 동호회 모임이 주를 이루게 됐다. 가장 활발한 모임은 ‘영화’ 동호회이다. 국내의 미개봉작 또는 작품성 위주로 영화를 선정해 상영한다. 또한 뉴에이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과‘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거짓말’ 등 특정 드라마 매니아들이 모임을 갖기도 한다.

■ 동호회와 그 속의 사람들에 대해
소위 ‘언더’라고 칭해지는, 아마추어 집단이다. 각 동호회의 활동이 중심이 되지만, 지오라는 공간을 통해 운영자들간의 교류가 이뤄지기도 한다. 만남이 잦아져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새로운 동호회가 탄생하기도 한다.

또한 지오의 동호회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일본어로 회화가 가능할 정도로 수준급인 사람이 많다. 현재에는 그런 분들이 주축이 돼 일본어 스터디가 진행되고 있다.

■ 즐비하게 꽂혀있는 조금은 때가 탄 잡지들이 눈에 띄는데, 자료는 지오에서 제공하나
세월이 흐른만큼 지오가 갖고 있는 것들도 많이 늘었나 보다.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자료가 많은 편이다. 가끔 영화 감독 분들이 자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 필름의 경우 지오 내에서는 원하는 모임에게 무료로 언제든 공개하지만, 대여나 복사는 절대 하지 않는다. 작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불문율이다.

■ 유명 팬클럽의 모임도 있다던데, 본래의 의의가 퇴색되는건 아닐까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모일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되는 것으로 그 의미가 충분하다고 본다. 초기의 활발했던 애니메이션 모임이 끊어진 것은 우리가 강제로 밀어낸 것이 아니며 시대의 흐름으로 인한 변화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단순히 지오가 갖춘 시설적 측면 때문만이 아니라고 본다. 이 공간이 갖는 그 이상의 매력은 직접 느껴봤으면 한다.

■ 성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성대 경영학과의 세미나 모임이 있었지만, 오히려 지리적 접근도가 높은 성대 학생들의 이용도는 낮은 편이다. 좁은 골목 안에 위치해 알려지지 않은 것도 문제이지만,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줄어드는 것 같다. 주점이라면 모를까. 요즘 학생들은 스스로 주체자가 돼 무언가를 이루려는 작은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 곳은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한 자유로운 공간이다. 앞으로 지오를 찾게 된다면 문화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서 문을 두드려 줬으면 한다.

심연주 기자 rmfnxjrl@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