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 이상해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석굴암으로부터 1백여m 떨어진 곳에 석굴암을 복원하는 '역사유물관' 건립계획이 알려지자,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한데 모여 '석굴암·토함산 훼손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재책위)가 결성됐다. 이에 대책위 위원장인 본교 건축학과 이상해 교수를 만나봤다.

석굴암에 담긴 가치와 수난사에 대해
국보 제24호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 신라의 정신을 품고 천 3백여 년의 시간을 호흡한 석굴암은 민족주의적 관점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그 우수함을 인정받은 유물이다. 석굴암은 종교와 예술, 과학이 맞닿은 곳에서 탄생했다. 치수에서는 1만 분의 1의 오차도 허용치 않았으며 우주의 원리를 담고 통일신라 조각의 극치와 예술가의 불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에 대한 무수한 찬사도 있었지만 이는 형용사의 나열로 설명 가능한 것이 아니다. 가슴으로 안아야할 감동이다.

그러나 석굴암은 위대함을 소유하려는 욕망과 문화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수난을 겪게된다. 일제시대 도굴꾼에 의해 일부가 파괴, 소실됐으며 석굴암의 오묘한 원리를 읽어내지 못한 일본인들에 의해 훼손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충분한 검토와 연구가 없는 무분별한 보수로 인해 원형이 손상됐다.

유물전시관 설립 반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현 계획안은 석굴암 주변을 훼손하는 것으로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일이다. 지금의 석굴암은 문화에 대한 연구와 성찰이 전제되지 않은 안일함에 의해 병들었는데 현재의 모형관 건립도 후대의 입장에서 볼 때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에 문제의식과 국민적 관심의 필요성을 느껴 대책위를 결성했다. 현재 대책위에는 한국고고학회와 한국미술사학회 등 전국 8개 학술단체와 녹색연합 등 24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대책위가 표명하는 입장은 무엇인지
현재 석굴암은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서만 만남이 가능하다. 게다가 인파가 몰릴 때는 제대로 된 감상이 이뤄지지 않아 석굴암을 보기 위해 토함산에 오른 이들을 실망시킨다. 석굴암을 실물 크기로 복원해 눈을 통한 감상뿐 아니라 손으로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유물관 건립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문화재 보존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선행되지 않고 그 위치가 석굴암에 가까운 토함산이라는 것에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책위는 현 단계에서 토함산의 종교, 역사,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일을 막으려고 한다. 유물관 건립의 여부와 위치 선정은 차후의 과제라 생각한다.

문화재 보존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다면
문화재 보존은 원형 보존이 최우선이다. 경주박물관에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 모형이 있지만 방문객의 시야 언저리에 그친다. 특히 석굴암 본존불 등을 예술적 차원에서 볼 때, 아무리 복제를 잘 한다해도 원형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재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예술가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바로 그런 점 때문이다. 또한 이제까지의 석굴암 훼손을 묵시하는 것은 과거 문화에 대한 인식부족과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각인하는 것이다.

문화재 보존의 정도는 그 국가의 문화 수준과 비례한다. 진지한 관심과 애정을 기울일 수 있는 주인의식이 더 나은 방안의 토대가 될 것이다.

김지현 기자 bright39@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