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주5일 근무제는 약 5년 전부터 거론되어온 사회적 논의다. 이는 현 정부의 선거 공약일 뿐만 아니라 시간주권 회복과 삶의 질 향상으로서의 의미를 지니며, 노동시간 단축의 차원을 넘어 보다 나은 노동조건환경, 충분한 여가향유 기회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미래의 잠재적 노동자인 우리들은 더 이상 ‘주5일 근무제가 대학생인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갗라며 방관자적 입장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외면할 수 만은 없게 되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여가문화의 변화와 관련된 문화적 의제들은 시급히 점검돼야 한다.

이에 문화예술부에서는 주5일 근무제와 그를 둘러싼 현안들, 그리고 현재 단계적으로 이를 도입한 곳에서의 직장 내 문화풍속도의 변화 등을 알아봄으로써 주5일 근무제와 문화생활향유 가능성에 대해 짚어봤다.

지난 2000년 5월 주5일 근무제가 실제로 도입될 경우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는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조사결과 ‘가족과 함께 한다’,‘취미·여행·여가활동을 하겠다’,‘공부·강습 등 능력개발에 힘쓰겠다’라는 대답이 주를 이뤘고, 그 외 기타응답으로는 자원봉사 등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도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개인의 여가시간이 늘어나 자기 계발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보다 많은 여가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문화산업이 부상할 것이라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와 관련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전 대표 신재걸씨는 “주5일 근무제와 관련해서 삶의 질을 얼마나 발전시키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의 가치관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며 효율적인 여가운용을 위한 태도 및 방침을 제시했다.

하지만 97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광주대우캐리어 노동자들의 문화생활에는 큰 변화 양상이 보이지 않는다. 관련 토론회에서는 “가족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시간확보와 인간다운 삶, 여유 있는 생활을 기대했으나 이전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발언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쓰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에 봉착한 것이다. 생계 유지의 부담을 고려하더라도, 자기 삶의 발전과 계발에 대한 측면을 소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데이콤 노동조합은 풍물패, 노래패, 영상모임 등의 동호회가 조직돼 활발한 문화활동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늘었으며 그만큼 업무와 그를 둘러싼 환경이 질적으로 향상됐다.

이에 대해 문화일보 칼럼기고가 송용권(에이스 회원관리소 팀장)씨는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여가시간이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의 문제”라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거시적인 차원에 입각해 봤을 때 이렇게 변화해 가는 것은 충분히 긍정적인 진보,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의 시간관리 역량, 생계유지 가능성의 여부에 의해 여가운용방식이 달라지며, 이로 인해 주5일 근무제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되는 계층도 생기게 된다”

인천문화정책연구소장 김창수씨도 이에 동의하며 주5일제와 관련된 여러 논의들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놀이 자체는 인간의 중요한 본성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시간에 대한 인식과 노동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며 “ 하지만 현재의 문화·여가적 요소는 개인적 문화생활보다는 유통·관광에 맞아떨어지는 면이 많다. 이런 식으로라면 노동자의 삶은 오히려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미 10년 전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해왔는데 그 전보다 풍부한 문화생활을 향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반대급부로 그만큼 부정적인 면 또한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근래 들어 일본의 자본가들이 여름휴가를 늘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는 소비시장 활성화를 통해 노동자들이 여가시간을 관광소비시장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를 담고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더불어 고려돼야 할 것은 노동자들의 여가가 최대한 자본산업에 희생되지 않도록 정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가까이서도 즐길 수 있고 언제든지 쉬면서 머물 수 있는 도시공원의 확충, 다양한 활동을 지원해주는 시민문화활동센터 및 노동자 문화센터의 건립, 도서관의 추가건립과 장서 구입비 대폭증액 등의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반적인 업무과정을 비롯해 가족생활, 지역활동, 여가 및 소비과정 등의 다양한 일상을 모두 고려한 문화전략, 교육과 체험의 장으로서의 문화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수립돼야 하며, 아울러 노동자의 자기계발, 문화 교양 및 체험의 장으로서의 문화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새롭게 형성되는 노동자의 의식과 정서를 담아내야 한다.

한편 김창수씨는 “현 대학생들은 주5일만 학교생활을 하고 있어 많은 여가시간을 가질 수 있으므로, 지금 당장은 주5일 근무제에 대해 그다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현재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여가가 많은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자신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부여할 수 있는 직업환경을 위해서라도 주5일 근무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민영 기자 zenithamy@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