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뛰어난 능력으로 그 음악적 입지를 확고히 굳힌 세계적인 첼로신동 장한나 양. 각종 콩쿠르에서 상을 휩쓸면서도 어려운 사정으로 좋은 악기를 장만하지 못하던 그녀에게 문화예술발전을 표방하는 일부 기업들이 자금을 동원해 최고급 첼로 ‘과다니니’를 선물한 일은 훈훈한 미담으로 세간에 회자됐다.

이와 같이 기업들이 문화예술사업을 지원하고 투자하는 일을 메세나라고 한다. 메세나란 문화예술 보호에 크게 공헌한 고대로마제국 재상 마에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된 말로서 ‘예술·문화에 대한 두터운 보호와 지원’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메세나를 통해 기업이 문화예술의 방안으로 경제 및 사회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이에 문화부에서는 현재 기업들의 순수문화 분야에의 투자 및 지원활동 현황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를 짚어봤다.

자본투입을 통한 이윤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문화산업 영역을 통해,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기업·국가 이미지 제고라는 2차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기업에 대한 이미지 향상 추구와 더불어, 삶의 질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향한 문화적 사업전략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기업과 문화예술인들이 상호 호혜적 관계를 바탕으로 펼치는 운동인 메세나를 통해 기업은 문화예술인의 창조적인 창작활동에 도움을 주고, 문화예술로부터 창작에너지와 문화적 창의력을 흡수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의 지원은 과거와 같이 시혜적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고 가치를 맞교환하는 마케팅적 성격을 띠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기업 중에서 실제 문화지원에의 참여정도는 2000년 기준으로 약 4백여 개 기업이 6백억 여 원을 지원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회장:손길승) 홍보팀장 유유미씨는 “글로벌화 추세에 따라 특정 기업이 국내에서만 활동하던 시기는 지났고 전 세계적인 시장확대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문화는 흔히 고전적인 전통 등에만 국한되고 있는 실정인데다, 그나마 있는 것도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만 봐도 국가가 나서서 자국의 문화를 국민에게 알리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메세나 활동의 의의와 참여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올해 들어 메세나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들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은 ‘1기업 1문화 운동’이다. 1기업 1문화 운동은 기업이 자사 특색에 맞는 문화예술 활동을 효과적으로 후원하는 운동으로서 기업의 문화적 이미지를 높임과 동시에, 나아가 기업경영 창의력의 원천인 문화예술을 활성화, 발전시킨다는 취지 하에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유미씨는 “기업이 자사의 특색에 부합하는 분야에 집중적이고도 지속적인 후원을 함으로써 그 문화가 외국에 나가서도 확고한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문화외교에 이바지함과 동시에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하고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 운동의 취지에 걸맞게 특정 장르만이 아닌 다양한 영역에 균등하게 지원하는 것과, 한번에 그치고 마는 홍보성 운동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만에 하나 기업들이 자사 이익에의 부합 여부만을 고려해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응용예술 문화산업에 국한해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면, 진정한 기업·문화 연대 및 문화발전은 불가능하며 장기적 차원에서 고려해볼 때 우리 문화는 세계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응용예술 문화산업의 기반은 미술·음악·연극·문화유산 등 순수예술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등한시하고 당장 기업에 이익이 될 만한 분야에만 투자한다면 메세나 활동의 의도는 순수한 문화지원에서 상업성에 물든 마케팅 전략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무처장 김치곤 씨의 말을 빌자면 오늘날 기업메세나의 위상은 바로 한 국가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에까지 이르고 있으니 말이다.

기업의 문화적 이미지 향상과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앞으로 보다 더 활발하고 공정하고 다양한 기업 문화지원활동을 펼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안민영 기자 zenithamy@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