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소설로 읽는 인간과 성의 진화이야기
인간의 시작 (도서출판 아름드리)
존.D.램버트 지음
----------------------------
이 책은 이제 갓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이거나 대학생활에 어느 정도 틀이 잡힌 재학생이거나, 그리고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이 있거나 그렇지 않거나 간에, 전공과 관련 없이 학생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책의 저자는 미국태생의 램버트(J.D.Lambert)라는 여성으로 인류학자이다. 램버트는 주로 ‘여성의 성욕과 남성과 여성의 성 차이의 근원’에 관해 연구했으며, 학문의 세계에는 스무살에 결혼하여 네 아이를 키운 후 서른살에 뒤늦게 발을 들여놓았다. 남보다 늦게 학문의 길에 들어선 램버트는 박사논문 집필 중 소설가로 변신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소설은  박사논문을 위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썼기 때문에, 학문의 전문적 지식을 토대로 한 학문적 추론과 문학적 상상력이 잘 결합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소설로 읽는 150만년에 걸친 인간과 섹스의 진화 이야기’라는 소설부제가 말해주듯이, 이 소설은 고생물학, 성(性)과학, 고고학, 인류학, 영장류학, 사회학, 그리고 여성학(사) 등의 학문과 관련이 깊다.

『인간의 시작』은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제 사회가 출현하기 이전의 원시 모계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인간의 역사-가족, 노동, 성-를 만들어갔는가에 대하여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작가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인류의 삶과 재생산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역할이다.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인류의 생산을 담당해 왔지만, ‘여성성’ 자체가 인류의 사회적이고 의식적인 모든 생활에 깊은 뿌리가 되어 인류를 지탱시켜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여성이 더 우월하고 남성이 더 열등하다는 식의 말은 하지 않는다. 여성성이 단지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고 우월함을 내세우는 근거에 그치지 않고 삶의 방식, 세계인식의 원리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원시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소설에서 감동적으로 그려 보이고 있다. 이에 이 작품에서 그려진 인간의 역사가 진전해 나가는 모습은 혁명이나 전쟁을 소재로 한 그 어떤 역사소설 못지 않게 독자의 호흡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강남식(여성학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