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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
(작가정신,  12000원)
이윤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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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군의관 휘장에는 뱀 두 마리가 지팡이를 타고 오르는 형상이 새겨져 있다. 또한 유럽의 병원이나 약국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는 뱀을 새겨놓은 문장이나 표지를 볼 수 있다. 대체 뱀과 의술은 무슨 관계가 있기에 각국에서 동일한 상징으로 쓰이고 있을까.
당대 최고의 신화 연구자로 불리는 이윤기는 그의 탁월한 통찰력으로 이 해답을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찾아낸다. 신화에서 뱀은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사자로 여겨졌고 겨울잠과 허물 벗기의 특성이 재생과 순환의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상징이 가능하다고 추리하는 것이다.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뱀의 상징성처럼 저자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을 직접 여행하며 발견한 문화적 상징물을 통해 신화의 의미를 역추적하는 일련의 작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기존의 신화서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옛이야기 식의 신화 해설에 그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지금 우리 시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양이나 장식에서 신화의 흔적을 찾아내 그 의미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이 신화 독법의 새로운 패턴을 ‘신화, 거꾸로 읽기’혹은 ‘역류의 신화학’이라고 명명한다.
독자를 앞에 두고 강의하듯 술술 풀어나가는 저자 특유의 이야기 솜씨가 돋보이는 이 책에서 그는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박물관과 의회건물, 화장실 표지판 등 다양한 장소에 주목한다. 그리고 여행 중에 겪었던 에피소드와 직접 찍어온 현장감 넘치는 사진들을 자료로 활용해 그동안 신화의 낯선 인명과 지명으로 인해 부담감을 느꼈던 독자들을 편안히 책 앞으로 끌어와 얘기해준다. 고대 그리스·로마인들이 남겨놓은 풍부한 유산이 어떤 식으로 현대인과 현대 문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한국인 독자적 시각으로 바라보라고 말이다.
조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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