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서양인들에 의해 비과학적으로 치부돼오던 동양의학이 최근 몇 년 전부터 미국·유럽 등지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몇 해 전 시청자들의 폭발적 시청률을 기록했던 ‘허준’이라는 드라마에서 보듯, 한의학에 대한 관심은 매스컴을 통해서도 자주 표출되고 있다. 이처럼 한의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그 역사가 오래된 것이기는 하지만 꾸준하게 지속됐으며 최근에는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전통학문 중에서 아직까지 사멸하지 않고 한국인의 생활 속에서 꾸준히 영향을 끼치고 있는 한의학의 힘은 무엇인지, 그리고 한의학에 깔려있는 원리는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한 한의학

한의학은 수 천년 동안 한민족의 건강을 지켜준 의학으로서 그 역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같이 한다. 이와 관련 경희대 한의과대학 의사학전공 김남일 교수는 “단군신화에서 보면 곰이 쑥과 마늘만 먹고 여인으로 변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약물과 금기와 같은 의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여기서부터 한국의학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후 고려시대에는 약물로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향약의학이 전성기를 맞이하였으며,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전통의학의 장려정책으로 인해 「향약집성방」, 「의방유취」등의 다양한 의서가 편찬됐으며 허준의 「동의보감」이 간행돼 널리 보급됨에 따라 의학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개항  이후 서양의학의 도입과 서양의학 위주의 의료정책으로 인해 한의학은 위축, 수난의 시기를 걷게 되며 일제시대에는 존폐의 위기마저 겪게 된다. 그러나 해방 후 한의학은 이를 잘 극복, 현재의 부흥을 누리고 있다.
한의학의 특성과 원리

양의사 제도만을 시행함으로써 자국의 의학을 말살시켰던 일본과는 달리 한의학이 여러 가지 위기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치료효과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며 서양의학의 기준으로 효능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한의학은 오랜 시간동안의 임상실험을 통해 자신들의 치료체계나 처방이론을 축적해 나간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특성의 이면에는 인체를 자연과 같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고 자연과 함께 변화와 순응을 하려는 자연 철학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의 변화나 체질에 따라 똑같은 병이라도 처방이 달라지는 것이나 질병을 국소적으로 치료하지 않고 신체 전체 내에 어떤 이상, 변화가 일어나 그와 같은 질병이 생겼는가의 근원을 밝혀 전체적인 이상을 조정해 질병이 낫게 하는 방법을 취하는 점은 이러한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 예컨대 같아 보이는 요통증상에도 10여 가지의 원인이 존재하며 이를 치료하기 위해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패턴을 파악하거나 맥을 짚어 원인에 맞는 처방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만약 한(寒)요통이라면 속이 차기 때문에 맥상이 느리게 나타날 것이고 이 경우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처방을 내리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맥의 상태는 몸의 상태를 반영함과 동시에 인체의 정보를 함축하고 있어 한나라 때부터 맥은 인체를 파악하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한편 음양오행은 한의학의 중요한 기초 이론이다. 동양에서 자연을 설명하는 도구로서 음양오행이 이용됐지만 한의학의 경우 음양오행은 인체에 대한 설명 도구로서 상생·상극의 이치를 원용하여 인체 각 부위간의 상호연관을 설명한다. 음양오행에 의하면 목과 눈과 간은  서로 상호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 부위의 질병을 추정, 해석하면 다른 부위의 질병을 진단, 치료하는 데 큰 효험이 있다.
하나의 대안으로서의 한의학
한국의 한의학은 비록 중국의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한국인의 체질에 맞게 끊임없이 변모해 이제 △대만 △중국 △월남과 함께 자국의 전통의학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처럼 한의학은 뛰어난 효험으로 시대의 변화에도 꾸준히 사람들에게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최첨단 시대의 과학과 기술에 대한 반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요즈음, 사회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논리를 중시하겠지만 최첨단의 대안으로서 ‘전통으로의 회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염희진 기자 salthj@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