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삶속의 책'은 본교를 졸업한 동문선배가 삶을 살아가며 소중한 체험이 됐던 책을 후배드에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현재의 일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나는 대학시절동안 책을 많이 읽었고, 평소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보다 내가 좋아했던 분야의 책들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학 졸업과 동시에 출판사 취직을 결심하게 됐고 지금은 한길사에서 8년째 일하고 있다. 이 일을 하면서 나는 주로 인문학에 관한 책을 많이 기획했는데 그 책들이 우리 사회의 지적 자산을 튼튼하게 해준다는 생각에 남다른 기쁨을 느끼고 있다.

■선배님의 대학시절을 회상하면서 지금 후배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먼저 후배들이 전공과 관련 없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한다. 다양한 분야의 경험은 좁았던 시야를 넓혀주고 생각 또한 깊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국내 여행이든 해외 여행이든 여행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를 경험해보기 바란다. 대학시절의 책읽기와 여행 경험은 평생동안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삶의 자산이 될 것이고, 아울러 힘들 때 역경을 헤쳐나 갈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해줄 것이다.


나의 대학시절은 책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사회과학의 세례를 받기도 했지만, 나는 책읽기의 경계를 특별히 마련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철학과 역사, 문학 등 다양한 방면의 책을 호기심 가는 대로, 한 책을 읽으면 그것과 연관되는 책으로 자연스럽게 범위가 확장되곤 하였다. 그래서일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출판기획 일에 대학시절 읽었던 다양한 책읽기의 경험은 소중한 지적 자산으로 큰 자양분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책읽기가 반드시 지적 자산이나 정보의 획득을 늘려 가는 도구로만 사용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특히 대학시절 읽는 책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 내에서 자신의 역할 기능과 의지를 관철시키는 무형의 정신적 기반을 제공해준다는 의미에서 더욱 그렇다.
내 경우 대학 4학년 때 아주 독특한 책읽기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책은 바로 「보들레에르」이다. 나는 보들레르가 프랑스문학사에, 세계문학사에 미친 영향을 알기 위해 이 책을 읽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보들레르 특유의 젊은 날의 방황과 번민, 그리고 자신만의 자유를 찾기 위한 내적 고통에 대해 같이 공감하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어렸을 때 죽은 아버지, 그리고 의붓 아버지의 그늘, 자신을 온전히 놓아둘 만한 공간이 없는 상태에서 보들레르는 자신만의 자유를 찾기 위해 몸부림친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사치와 호화생활, 그리고 댄디즘에 빠지기도 하고, 무명 여배우들과의 사랑행각에서 자신의 시심(詩心)을 발견하는 등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젊음을 방황 속에 몰아넣는다.
나는 이 책을 졸업할 때까지 4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청룡상 부근을 배회하면서 보들레르가 고민했을 그만의 자유를 조금이라도 느껴보기 위해 나 역시 하염없는 상상의 나래를 그에게로 뻗쳤다. 책이 지식과 정보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고뇌와 번민을 통해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고전적 의미를 나는 이 책에서 절실히 느꼈다. 지금은 그 당시의 체험이 희미한 잔영으로 남아 있지만, 분명 내 삶의 의지를 지탱해주는 데 큰 기여를 했음에 틀림없다. 대학시절 책읽기의 소중함은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