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다산학술대상 수상한 송재소(한문)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4일 다산학술문화재단(이사장:정해창)에서 수여하는 ‘제3회 다산학술대상’에 송재소(한문) 교수가 선정됐다.

송교수는 「다산 정약용의 문학론」을 비롯한 여러 논문과 단행본 『다산 시 연구』 및 역주본 『다산시선』을 통해 다산학을 개척, 지평을 넓힌 공로를 인정받았으며 시상식은 지난 11일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다산학술상은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근세 실학을 집대성해 한 시대의 이정표를 제시했던 다산 정약용의 업적을 되새기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매년 학술대상과 우수연구상을 각각 1명씩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송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다산의 문학, 그 중에서도 시문학만을 연구해 학계를 비롯해 각계의 높은 관심을 받는 학문적 성과를 이뤄냈다. 이와 관련 시상식에서 축사를 했던 한국학술진흥재단(이사장:주자문) 박석무 전 이사장은 “앞으로 다산을 공부하게 될 후학들은 송교수의 논문을 참고하지 않고서는 연구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학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학문적 연구가 거의 불모의 수준이었던 한문학을 연구해 다수의 연구성과를 이뤄낸 송재소 교수. 그를 서가 가득히 책이 꽂혀있는 연구실에서 만나봤다.

■수상소감에 대해
다산선생은 우리나라가 세계에 자랑 할 수 있는 유일한 학자라고 생각한다. 선생은 철학과 문학, 정치, 교육 등의 다방면을 아우르며 저술활동을 했고 양반사대부였음에도 시대의 현실에 맞서 농민과 민족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따라서 다산선생의 이름으로 받는 이 상은 나에게 큰 의미를 지니는데, 앞으로 다산 정신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라는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이겠다.

■다산의 시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던 나는 대학원 진학 후 회의를 느꼈다. 그래서 영문학보다도 우리의 문학을 해야겠다는 소박한 사명감을 가지고 국문과에 진학하게 됐다. 그때 이우성 선생의 ‘실학의 사회관과 한문학’이란 논문을 보게됐는데, 이 글을 통해 나는 다산시에 대한 매력을 알게됐고 한국 한문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됐다. 다산이 위대한 사상가일 뿐만 아니라 시에 있어서도 만만찮은 업적을 남긴 분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그후 다산의 시를 읽어나가며 그의 시의 경지에 매료돼 여러편의 논문을 쓰고, 일부나마 다산시를 번역해 일반 독자들에게 읽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지금껏 연구해온 다산시에 대해 소개한다면
나는 한국사람이라면 다산의 작품을 반드시 읽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산은 어떤 한 분야의 학자로 분류할 수 없을만큼 다방면에서 방대한 양의 저술활동을 했다. 뿐만 아니라 그 내용 또한 후학들이 각 분야별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을 정도로 우수해, 그야말로 세계적인 학자라 일컬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나는 이러한 다산의 모든 사상이 응축되고 용해된 것이 바로 시이며, 이 시라는 것이 다산에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를 통해 다른 저서들에 나타난 모든 사상들을 그 윤곽만이라도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현대인들이 다산시를 읽어보고 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됨은 물론, 다른 저서들까지도 찾아 읽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다산을 통해 배운 삶의 태도가 있다면
내가 다산시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70년대 후반 우리사회는 너무도 암울했다. 유신독재의 검은 그림자 체제하에서 지식인들조차 귀가 있어도 못들은 척하고, 눈이 있어도 못본 척하는 벙어리 노릇을 해야했다. 이때 알게 된 다산선생의 글은 나에게 큰 희망과 용기로 다가왔다. 유신시대보다 더 어두웠을 당시의 현실에 맞서 불굴의 투혼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직설적인 비판이 허용되지 않던 사회에서 공자와 맹자의 사상을 빌어 현실을 실랄하게 비판했던 다산을 통해, 나는 당시의 삶 속에서 호흡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다산선생을 빌어 유신시대 정치상황에 대한 울분과 비판의식을 우회적으로나마 표현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진정으로 다산선생 덕분에 삶의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분야는
다산에서 더 나아가 폭넓게 한국 한문학에 대해, 특히 한국한시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 현재 우리문학의 연구현황을 보면 국문문학의 경우 연구가 많이 진척된 상황이나 한문학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 국문문학보다 양에서 훨씬 우위를 차지하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제대로 된 학문적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왔다. 나는 한국문학의 기저가 되는 한문학을 알지 못하면 우리조상의 지혜가 응축된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거친 연구성과들을 통해 한국문학의 뿌리가 탄탄해지고 우리의 한문학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 이뤄졌으면 한다.

지난 30여 년간 다산의 문학, 그 중에서도 시문학만을 연구하며 다산시에 대한 학문적 토대를 만든 송교수는 그에게 석사, 박사학위를 받게 해주고 대학강단에 서게 해준 다산선생께 큰 은혜를 입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산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다산에 대한 논문을 쓰고 강연하는 일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한다. 앞으로 송교수의 바램대로 그의 학문적 행보가 한문학 전반으로까지 넓혀지며, 현대인들의 입가에 다산시가 읊어지기를 바란다.

조은정 기자 ejcho@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