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대학은 3월이 시작이다. 대학 생활을 처음 시작한 신입생, 새로운 학년을 맞은 재학생들의 기대와 호기심, 낯설고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캠퍼스가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다. 교수, 교직원들도 학생들에 대한 기대와 책임감으로 잔뜩 긴장하게 되는 것도 이때다. 이렇게 시작한 대학에서 4년을 보낸 학생들은 사회로 나아가게 되고, 현장에서 삶의 문제에 부딪히면서 매일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게 된다.

어쩌면 대학을 다니게 된 것은 남들보다 4년이나 8년까지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준비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가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려운 등정을 위한 ‘베이스캠프’에서의 사전 연습일 수도 있고, 다른 길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탁월한 인재가 되고 싶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각자의 분야에서 리더나 장인이 되어야 한다. 대학에서 보내야 하는 이 시간과 가치는, 경험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떻게 대학생활에서 ‘탁월함’을 학습할 수 있을까? 우리 대학이 어떻게 탁월함을 체득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될 수 있을까?  

학습과 인지에 대한 많은 연구와 경험은 이에 대한 어느 정도의 통찰을 준다. 예를 들면, 제록스 복사기 수리기사들은 매뉴얼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고장 난 복사기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동료들과 대화를 하면서 해결방법을 찾아간다는 연구가 있다. 공동체에서 참여와 참여한 경험을 이야기와 이미지로 재현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문제 해결방법을 학습하고 지식을 축적하게 된다. 이것이 사회라면 사회적 세계에 대한 구상물이 될 수 있고, 자연이라면 원리와 이치에 대한 표상이 될 수 있다. 지식을 이야기로 구성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재현한 표상이나 이야기를 실험실에서 실험이나 현실의 사례를 관찰하고 비교하면서 수정하고 정교화한다. 동료나 선배 연구자들과 토론이나 대화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학습의 여정을 가능케 하는 것은 가치와 목표의 공유, 참여, 이야기를 공유한 공동체에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여정의 시작은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사고 틀을 형성해야 시작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여정은 계속되는 질문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생각하고 질문하며, 실험하고 실천하는 장(場)이 필요한데, 그것이 공동체이다. 자유롭고 열린 생각과 질문, 상호 간 토론과 실천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그 공동체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평등하며 민주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평창올림픽의 메달리스트들이 이론을 배워서 ‘탁월함’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실제 연습을 통해서 완벽하지 못한 부분을 줄여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동료와 코치와 상호작용하면서 조금씩 ‘탁월함’을 획득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가 실제로 행동을 하고,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관찰하면서 성찰하는 과정이 학습에 필수적이다. 이러한 경험과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은 서로 신뢰하고 민주적이며 평등한 공동체에서만 가능하다.  

어느 특정 기간에 존재했던 공동체에서 많은 리더와 장인이 배출되는 현상은 쉽게 목격된다. 386으로 불렸던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학생 공동체 출신지금 우리나라의 국정운영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리더들이다. 이들은 민주화라는 이상과 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현장에서 치열하게 실천했고 상호 간 협력과 비판을 경험했던 사람들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팀도 비슷한 사례이다. 월드컵을 준비하고 4강까지 진출하면서 경험했던 열정과 성취, 서로에 대한 신뢰가 많은 선수들을 최고의 기예를 익히고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많은 선수들에게 이것이 자신감이 되고, 긍지가 되어 새로운 도전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혁신의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도 많은 혁신가들과 창조자들도 몇몇 공동체 출신들이다. 창업 초기 구글의 경영진과 엔지니어들이, 페이팔의 경영진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새로운 기업을 창업하고, 엔젤이나 벤처투자자로 변신해서 젊은 창업가들을 선정, 투자하고 훈련시킨다. 이러한 공동체에서의 경험과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열정, 연대의식이 일어나는 한 실리콘밸리는 창조와 혁신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식과 기예를 체득하고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이며 인간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학은 강의실과 실험실 그 이상이다. 강의 유인물과 노트북을 넘어서는 사회적이고 인간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수많은 활동이 일어나는 장(長)이고, 대학 내의 공동체에서 서로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서로 가치와 이상을 공유하고, 자부심과 열정을 가진 공동체여야 한다. 평등하고 자유롭게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캠프’여야 한다. 모두가 참여하는 평등하고 열린 공동체에서만 ‘탁월함’을 학습할 수 있는 대학(大學)이 구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