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단일팀으로 평화올림픽 되기까지
평창올림픽, 단일팀으로 평화올림픽 되기까지
  • 정재욱 기자
  • 승인 2018.03.13 00:04
  • 호수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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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와 기회의 공정성 논란에도 남북단일팀 인기 치솟아
문화교류 지속 위해 안보적 변수 최소화해야 

평창올림픽의 개최를 20일 앞두고 한반도를 포함한 전 세계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난 1월 20일 스위스 로잔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 본부에서 열린 ‘남북한 올림픽 참가회의’에서 남북한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결성에 최종 합의한 것이다. 남북한 단일팀 구성은 지난해 4월 강릉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가능성이 언급되고, 6월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단일팀을 공식 제안했다. 이에 북한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남북단일팀은 무산되는 듯했다. 진전 없던 남북 단일팀 구성은 지난 1월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 메시지를 보내면서 급물살을 탔다. IOC에서 기존 남한 규정 엔트리 23명에 북한 엔트리 12명을 추가하면서 남북단일팀은 총 엔트리 35명으로 최종 승인된 후 지난 1월 28일 남북단일팀 첫 합동훈련이 시작됐다. 

올림픽 대회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남북단일팀은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탁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초로 참가했다. 세계선수권을 두 달여 앞둔 1991년 2월 12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체육회담을 통해 확정된 단일팀은 뜨거운 조명을 받았고, ‘코리아’라는 팀 명칭과 하늘색 ‘한반도기’도 크게 이슈화됐다. 당시 국제탁구연맹(이하 ITTF)의 파격적 지원과 남북 선수단의 체계적인 준비는 우승의 발판이 됐다. 출전엔트리 원칙은 남녀 대표팀 각각 5명 구성이었으나 ITTF는 예외적으로 남북단일팀에 10명씩 출전을 허용했고, 단일팀 선수들은 46일간 합숙훈련으로 호흡을 맞췄다. 16년간 세계 정상을 지켜온 강호 중국을 꺾고 우승컵을 품에 안은 단일팀 ‘코리아’의 이야기는 2012년 영화 ‘코리아’로 제작되기까지 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수석연구원은 “1991년은 냉전의 터널을 막 빠져나온 시기였다”며 “북한을 접하기 어려운 시절 첫 단일팀은 민족화해 차원에서 감동으로 인식됐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이번 남북단일팀에 대한 여론은 회의적이었다. 지난 1월 9일 SBS가 실시한 남북단일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2%가 남북단일팀 구성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특히 2·30대에서 단일팀 반대 여론이 더 우세했다. 20대의 82.2%, 30대의 82.6%가 반대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조 수석연구원은 “현재 한국의 여론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과 핵 개발, 김정은 정권의 인권유린으로 북한 문제에 피로함이 누적됐다”며 “특히 젊은 세대는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있어 이들에게는 민족적 정서의 호소력이 약하다”고 진단했다. 

남북단일팀 합의에서 문제가 불거진 정부의 소통 부재는 선수와 국민 모두에게 당혹감을 유발했다. 합의 과정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단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고 협회 측과 선수단은 기사를 통해 단일팀이 결성됐다는 사실을 통보받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대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간도 논란이었다. 무엇보다 남한 선수들에게 주어진 출전기회가 보장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올림픽 출전권을 받지 못한 북한은 단일팀을 이루려면 규정엔트리 23명인 남한 선수들의 출전권을 제공하거나 엔트리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추가엔트리 확보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언론은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희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HF)의 승인과 참가국 동의를 얻은 후 IOC와 정부 간의 합의 끝에 기존 남한 선수를 포함한 ‘23+α' 방안이 최종 승인됐지만, 남한 선수가 실제 경기에 투입되는 시간이 줄 것이라는 문제의식은 여전히 남았다.   

올림픽이 개막한 후 세계랭킹 22위인 한국과 25위인 북한이 힘을 합친 남북단일팀은 예선에서 △스위스(0-8) △스웨덴(0-8) △일본(1-4)에 패하고, 이어진 5~8위 순위결정전에서 다시 만난 △스위스(0-2) △스웨덴(1-6)에 패배해 최하위인 8위의 성적을 기록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북한 선수들의 합류가 부진한 성적의 원인의 1순위로 꼽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보다는 열악한 인프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회 연속으로 올림픽에 자력 진출한 일본 여자아이스하키 등록선수는 2587명인지만 한국은 319명이고 국내 초·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과 실업팀조차 올림픽 이전까지 없었다. 오히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 12명이 남한 팀에 합류하면서 경쟁 무풍지대인 대표팀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북한 선수의 합류를 긍정했다. 확대 엔트리로 우리 선수들의 출전시간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다소 불식됐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를 경기당 3~4명만 출전시키는 등 경기 참가선수 숫자를 조절했고, 단일팀의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에는 전 선수를 내보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을 배려했다.

‘남북단일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여자아이스하키팀’에 대한 인기로 이어졌다. 단일팀 결성 이전에 대표팀 예선 경기 티켓은 매진됐지만 이후 암표가 등장할 정도로 인기가 폭발해 남북 합동 응원을 계획했던 단체들은 경기장에 발들일 수 없어 발을 굴렀다. 개회식의 여론도 경기가 끝난 이후 극전으로 반전됐다. 한국 갤럽이 지난달 2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 잘된 일이라는 응답률이 50% 잘못된 일이라는 답변이 36%를 기록했다. 정치적 이유로 급속도로 단일팀 논의가 전개된 것에 불만을 제기했던 머리 감독은 “처음에는 극렬하게 반대했던 선수들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북한 선수와 같이 앉아서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발견했다”며 남북을 하나로 묶은 경험의 의미를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AP통신, CNN 등 여러 외신도 남북단일팀의 결과가 아닌 과정의 가치를 조명했다.  

올림픽이 끝난 후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2022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출전권 확보부터가 힘든 과제인 만큼 남북단일팀 구성 가능성 역시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이번 남북단일팀 논란에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지점이 여럿 있다. 먼저 정부가 남북단일팀 결성에서 제기된 논란을 예측하지 못했고 부정적인 여론을 되돌릴 단일팀의 당위를 설명하지 못했다. 조 선임연구원은 “단일팀 결성은 정치적 결정으로 스포츠의 정치 도구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지적했지만 “지난해까지 격화된 한반도 위기에서 절박하게 평화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상위의 담론으로 설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사전 협의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영옥 원장은 “제대로 된 단일팀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훈련일정, 팀 구성 배분, 코치진 배정 등 양측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게 사전 협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단일팀이 가능한 종목을 사전에 분류해 검토해야 한다. 박 원장은 “베이징 올림픽 때 야구같이 메달 달성이 유력한 종목에서 선수들에게 단일팀을 강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남북 스포츠 격차가 벌어지면서 단일팀을 구성할 수 있는 종목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남북단일팀 구성에서 남북관계를 비롯한 정치적 변수를 차단하는 문제 역시 중요한 의제이다. 조 선임연구원은 “군사 안보적 위기가 심화할 때 문화교류는 정치적 판단 때문에 종속변수로 작용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문화교류가 분단된 민족 간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상호 이해 및 정서적 일치감 형성에 영향을 미쳐 독일 통일과 같은 결정적인 순간에 통일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그 의의를 설명했다. 문화교류와 인도적 지원 교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국가안보와 무관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기본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남북체육 교류를 지속하기 위해 국제 스포츠 거버넌스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박 원장은 “IOC와 각 종목의 국제연맹이 밀접한 관계를 맺는 스포츠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대회의 흥행과 세계의 화해·협력을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에 따라 남북단일팀 결성이 탄력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남북단일팀이 결성 자체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북한 측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지원·교류도 요구된다. 박 원장은 “*금수조치라는 제재를 지켜가면서 잠재력 있는 북한 선수를 선발하고 코치진들을 교육하고,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스포츠과학 연구를 북한 측 연구자에 전수하는 등의 인적지원 교류는 현실적인 방안이면서 단기적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수조치=정치적 이유로 특정 국가와 직간접 교역·투자 등 모든 부문의 경제교류를 중단하는 조치로 ‘엠바고’라고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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