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우리 학교 비대위원

기자명 현영교 기자 (aayy1017@skkuw.com)

대학 사회 학생자치기구의 활동에 빨간불이 켜졌다. 곳곳에서 학생회 구성은 좌절되고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들어서고 있다. 우리 학교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학생자치기구 선거 결과, △경제대학 △사회과학대학(이하 사과대) △생명공학대학 △인사캠 총졸업준비학생회 △예술대학(이하 예술대)이 학생회 구성에 실패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비대위에서 활동한 비대위원을 만나 현 상황의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들어봤다. 인터뷰에는 △사과대 이다이(사회 16) 비대위원장(이하 이) △유학대학(이하 유학대) 백선욱(유동 15) 전 비대위원(이하 백) △예술대 정지은(영상 09) 전 비대위원장(이하 정)이 참여했다.

 비대위가 직선으로 선출된 학생회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정: 학우들의 선택 여부에서 극명하게 차이가 갈린다. 비대위는 직선으로 선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소한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최소한의 업무를 수행한다.
백: 비대위는 학교에서 완전히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학생회와 다른 것 같다. 직선으로 뽑힌 학생회는 학우들이 선택한 학생자치기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우들의 대표자로 인정받을 수 있고 그에 따른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비대위는 학우들이 선택한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지위가 그만큼 낮다.

비대위가 지위나 권한이 부족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가.
정: 비대위원장을 맡고 ‘이걸 해도 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가 학우들의 선택을 통해 만들어진 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우들의 합의를 끌어냈다’와 ‘비상상황이라 대비하고 있다’는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확연히 다르다. 이로 인해 최소한의 업무 수행마저 주저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다. 예술대 내 각 학과와의 소통에서도 어려움이 있다. 단과대학 비대위원장과 직선으로 선출된 학과 회장 중 누구의 목소리가 더 영향력 있을까? 학과 회장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그 부분을 지난달 다녀온 새내기 새로배움터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지난해 예술대 학생회장으로서 새터에 참여한 경험으로 원만하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비대위는 각종 학생자치기구 회의에서 의결권이 없다. 의결권이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 비대위는 의결권이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의결권이 있어야 사과대 학우들이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다. 물론 학생 대표들이 합리적인 논의를 거쳐 사안을 결정하지만 학생회비 배분안과 같이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안이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전학대회 전에 사과대 보궐선거를 끝내기 위해 노력했다.

직선으로 선출된 학생회와는 업무나 의무도 다르다. 이 때문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백: 비대위는 비상상황에서 학생회의 업무를 대신 수행한다. 그러나 이때 말하는 학생회의 업무는 사물함 배정과 같은 정말 최소한의 업무다. 비대위는 공약도 없다. 학생회 구성에 실패하면 학우들이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정: 비대위는 예산안과 결산안 보고 집행 의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금전적인 부분에서 엄청난 누락이 발생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비대위에서 마음대로 돈을 사용해도 학우들은 모를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이: 사과대의 경우 학회나 소모임 활동이 중요하다. 사회과학대학대표자회의(이하 사학대회)에서 이 학회와 소모임의 인준이 진행된다. 그러나 비대위 체제 운영 중에 사학대회가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이처럼 직선으로 선출된 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으면 학우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비대위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어려움이 있는가.
이: 사과대의 경우, 비대위원장이 학과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물리적 시간의 부족으로 사업 진행에 있어 어려움이 많다.
백: 집행부 인원에도 많은 차이가 난다. 유학대 비대위에서 활동할 당시 6명으로 비대위가 구성됐다. 그러나 유학대 비대위가 구성되기 전 학생회 집행부 인원은 20명 정도였다. 엄청난 차이다. 20명의 역할을 6명이 담당해야 해 힘들었다. 또 20명이 준비한 행사와 6명이 준비한 행사는 질적으로 분명하게 다르다.

대학 사회 내 비대위 체제가 늘어가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백: ‘학생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학우들을 보곤 한다. 물론 모든 학생회가 자신이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그러나 학우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회의 역할을 체감하지 못해 투표도 하지 않고 후보자도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이: 대학 내 정치적 무관심이 가장 큰 원인이다. 왜 정치적 무관심이 생기는지를 생각해보면 우선 사회 전반적으로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또한 취업 준비라는 대학생들의 현실적인 상황이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비대위 체제와 같은 학생자치기구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정: 요즘 학생회는 학우들의 목소리보다 전대 학생회나 타 학생회가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 같다. 학우들과 소통해야 한다. 학우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또 다각적으로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 모여 학생자치기구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백: 일차적으로 학생자치기구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우들이 학생회의 역할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령 공약에서 교육 부분을 좀 더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재미있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적인 측면에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비대위에서 활동했던 사람으로서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정: 현재 우리 학교 내에서 보궐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여러분의 대표가 없다는 것은 누구도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변할 사람이 없다면 학교에서 우리는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닌 여러분의 일이다. 그걸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