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독(愼獨): 하찮은 것들에 꺼들리지 않는 기술
신독(愼獨): 하찮은 것들에 꺼들리지 않는 기술
  • 성대신문
  • 승인 2018.05.21 23:49
  • 호수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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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점에서 책 제목 하나가 눈에 띄었다. “신경 끄기의 기술 (부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보자마자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 제목만으로도 이목을 끌겠구나 하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2016년도 한국 성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OECD 38개국 중 31위라고 한다. 하위권이다. 우리 모두 상당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트레스, 그 원인이야 많다. 그 중 하나는 너무 많은 것들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경 끄는 기술을 알려준다니 단박에 관심이 갔던 것이다. 또 한편 든 생각은 신경 끄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하고 싶다고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니, 학습(學習)하라는 것이다. 배우고 또 시간 들여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 책의 요지는 부제를 통하여 조금 더 추측할 수 있었다. 일체에 신경 끄고 멍하니 있자는 게 아니다. 다만 쓸데없는 것들과 덜 중요한 것들에 너무 많이 꺼들리지 말라고 한다. 그러기 위한 기술은 결국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에만 신경 쓰는 방법이다.

이런 요지를 대략 파악하고 나니, 그 책 내용과는 상관 없이 나름대로 의문이 하나 들었다. 내게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을까? 알고 보면 내 인생에서는 하찮은 것들을 일거에 잊게 할 만한 것이 무엇일까? 몇 해 전에 봤던 영화가 떠올랐다.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이런 자신의 능력을 알아차린 주인공은 지나간 일에 조금이라도 후회가 들면 바로 시간여행을 단행한다. 과거로 돌아가서 이리 저리 상황을 바꿔본다. 그리고 더 좋은 것들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영화 막판에 이 사람은 더 이상 시간여행의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다. 각본상 그렇게 “성숙”한다. 과거사에 더 이상 꺼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가 깨달은 것은 사실 특별하지 않다. 자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은 현재라는 시간에 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소중한 이와 함께 하는 매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 이는 후회가 되는 과거의 일들을 조작하여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후회에 꺼들리면 오히려 퇴색되고 결국 잃어버리고 만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던 것이다. 

이쯤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면, 혹시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매 순간 가장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힘, 그래서 쓸데없는 것들에 신경 끄는 기술이 우리네 전통에 이미 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유학 경전인 대학(大學)의 “신독(愼獨)”이 그것이다. 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신독의 뜻은 오직 자신만 아는 마음 속의 미세한 감정의 변화에 집중하고 또 조심함이다. 대학(大學)에서 말하는 가치(至善)는 다름 아닌 인(仁), 경(敬), 효(孝), 자(慈), 신(信)이다. 이것들이 낡았다고만 생각하지 말자.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더 나아가 주변의 많은 지인들에게 사랑과 믿음을 주는 것, 이게 결국 우리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독은 바로 지금 이 순간 그 사람들에게 사랑과 믿음을 온전하게 주고 있는지 살피는 현재형 성찰이다. 후회를 동반하는 과거형 반성이 아니다. 현재 내 마음의 기미에 집중함으로써, 그에 방해되는 쓸데없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망상에는 더 이상 꺼들리지 않는 기술이다. 신경 끄기의 기술, 그것도 최상승 기법이 바로 우리 전통에 이미 있었다. 이런 생각이 드니 베스트셀러 전시대에 그 책 대신 대학을 슬쩍 올려놓고 싶어졌다.

일러스트 l 유은진 기자 qwertys@
일러스트 l 유은진 기자 qwertys@

 

김도일 교수 (유학동양학과)
김도일 교수 (유학동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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