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삼월 학기 초에 북적이던 헬스장이 4월을 지나며 사람들이 점점 빠지기 시작하더니 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다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여름이 오고 있다는 증거다. 추운 겨울 동면을 준비하는 동물들처럼, 사람들도 살갗을 내놓는 여름을 대비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운동을 즐기는 입장에서 사람들이 많아지니 활기차서 좋다.

나 역시 미숙하디 미숙한 병아리지만 그래도 꼴에 운동 선배라고 헬스장을 처음 찾는 친구들이 내게 조언을 구할 때가 있다. 주로 자신은 어떤 부위를 키우고 싶은데 어떤 운동을 하면 되는지를 물으러 오는데, 경험상 사내놈들이 헬스장에서 바라는 건 백이면 백 떡 벌어진 넓은 어깨이다. 운동해 본 사람을 알겠지만, 사람의 몸은 칼같이 나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부위가 연결되어 있으므로 특정 부위를 키우고 싶다면 그 근처에 있는 대근육을 중심으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 어깨의 경우, 어깨 근육을 이루는 주요 근육은 삼각근과 회전근 이지만 어깨 근육 자체가 등과 이어져 있기 때문에 등의 큰 근육인 광배근과 승모근을 같이 키워주는 것이 어깨를 넓히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운동을 처음 하는 초심자일수록 전체적인 근육량이 부족하므로 소근육보단 대근육 위주로 운동해야 한다. 요는 넓은 어깨를 가지고 싶다면 등 운동을 먼저 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구로 등 근육을 키울 것인가. 헬스장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등 운동 기구는 바로 랫 풀 다운이다. 다리를 땅에 고정하고, 팔을 위로 쭉 뻗어 무게 추가 달린 봉을 당기는 운동인데 가장 널리 쓰이는 광배근 운동 중 하나이다. 척 보기에도 직관적인 형태에 팔을 뻗고 당기기만 하면 되니 쉬워 보이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등 근육을 써서 당길 것'이다. 팔 힘을 과도하게 쓰거나 체중을 실어 당기는 것이 흔히 보이는 오류이다. 잘못된 자세로 운동을 하면 부상의 위험도 있을뿐더러 등 근육에 제대로 자극도 가지 않는다. 상체를 곧게 세우고 견갑골을 아래로 내리며 봉을 쇄골 쪽으로 내려야 하는데 등 근육을 쓴다는 것에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팔이야 일상생활 하며 자주 쓰다 보니 어떻게 힘을 주는지 잘 알고 있지만 있는 줄도 몰랐던 등 쪽 근육을 이용해서 무거운 봉을 당기라니 어안이 벙벙할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었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은 등 근육이 없거나 부족해서 힘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 팔 근육보다 등 근육량이 적을 리 없다. 한 번도 느끼지 못했을 뿐 등 근육은 초등학교 줄다리기 시간에도, 바닷가에서 수영할 때도 분명 작용했을 근육이다. 팔 힘을 쓰는 것에만 너무 익숙해졌다면 힘을 뺄 줄 알아야 한다. 사람 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다르지만, 나의 경우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팔 운동을 먼저 한 뒤 랫 풀 다운 머신에 앉는 것을 추천한다. 덤벨컬이나 트라이셉스익스텐션 같은 적절한 이두박근, 삼두박근 운동으로 팔의 힘을 빼 준 다음 등 운동을 하는 것이다. 팔에 힘이 빠져나간 뒤 봉을 당기려면 등 근육을 쓸 수 밖에 없다. 그런 식으로 힘을 주다 보면 어느 순간 등이 모이는 듯 한 기분이 들며 당길 수 있는 무게가 쑥 늘어날 것이다. 한 번 할 수 있게 되면 다음부턴 훨씬 쉬워진다. 가끔은 힘을 빼고 다가서야지 본질에 닿을 수 있다.

권순재 (경제 15)
권순재 (경제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