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란의 파도, 휩쓸린 한국사회
쓰레기 대란의 파도, 휩쓸린 한국사회
  • 이상환
  • 승인 2018.05.22 00:25
  • 호수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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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 발표 ... 미흡한 부분도 있어
정책 집행의 실효성 강화 및 소비자 의식 개선도 필요해

 

“쓰레기는 어떻게 버려야 하나 싶었어요. 매일같이 쓰레기는 쌓이는데…” 중국 발 쓰레기 대란 이후, 한국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예고된 몸살 속 정부의 늦은 대응. 수거 업체는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탄식했다. 쌓여가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한국은 어떤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을까.

쓰레기 대란의 서막
중국이 지난 1월부터 환경 보호를 이유로 폐플라스틱과 폐지 등 24개 폐기물에 대해 수입을 제한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한국 사회에 혼란이 찾아왔다. 환경오염은 중국 사회의 최우선 해결 과제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산업 구조가 변화됨에 따라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처리비용이 커지게 되면서 재활용 수입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 문제는 중국이 세계 쓰레기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입 대국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폐플라스틱만 730만 t을 수입했고 이는 전 세계 쓰레기 수입량의 56%를 차지한다. 중국의 쓰레기 수입거부에 전 세계는 비상이 걸렸다.

쌓이는 쓰레기에 휘청거리는 한국
중국 발 쓰레기 대란의 여파는 한국에도 찾아왔다. 지난 1·2월 재활용업체들의 폐플라스틱 중국 수출량은 1774t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 2097t보다 92.0% 급감한 양이다. 주 수출원이 사라지게 되자 쓰레기 폐기물의 수요는 감소했고 가격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kg당 319원이던 플라스틱 가격은 올해 4월 기준 kg당 257원으로 18.9%가량 하락했다. 가격이 급락하자 해당 폐기물 수거 업체들은 아파트 단지 등의 폐비닐, 플라스틱 수거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재활용 폐기물 수거업체를 운영하는 오성욱 씨는 “폐플라스틱을 판매할 곳이 줄어들면서,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 됐다”라고 한탄했다. 수거업체가 쓰레기를 거둬가지 않으면서 주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어느 날 갑자기 아파트 내 승강기에 이제부터 비닐을 버리지 말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수도권 내 3132개 아파트 단지 중 1610개 단지에서 이와 같이 수거중단사태가 발생했지만 환경부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지난달 2일, 환경부는 수도권 시·도 관계자들과 재활용 수거·처리 업체들을 불러 수거 거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후 환경부는 “수도권 48개 재활용 업체와 협의해 폐비닐, 플라스틱 등을 정상 수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재활용 선별업체의 소각처리 비용을 줄이도록 돕고 폐기물을 재활용할 때 국내 재활용 쓰레기를 우선 사용하도록 의무화할 것”이며 수거업체들에게 경제적 유인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수거 중단됐던 1610개 단지 중 1262개 단지는 수거 정상화 됐으며 나머지 348개 단지는 구청이 직접 수거하기로 했다.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은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근본적인 원인이 된 플라스틱 폐기물의 가격하락과 생산 및 소비량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쓰레기 수거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점도 존재했다. 쓰레기 및 재활용품 처리는 1994년 재활용법 개정 이후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일반 쓰레기는 지자체에, 그 외의 재활용품 처리는 민간 재활용 업체에 맡겨왔다. 민간업체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쓰레기 대란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자원순환연대 김태희 정책국장은 “민간 업체에 쓰레기 수거를 맡기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크게 문제가 없지만 이에 대한 관리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며 “지자체에서 민간 재활용 수거 업체에 대한 소홀한 관리가 문제를 낳았다”고 전했다.

정부, 해결을 향한 한 걸음
정부는 지난 10일, 제37차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결정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기존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제품 생산부터 폐기물 재활용까지 순환단계별 개선대책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번 정책은 △생산 △유통·소비 △분리 △배출 △수거 △재활용까지 총 6단계의 순환단계별 개선대책으로 플라스틱 폐기물량을 줄임으로써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2020년까지 모든 생수·음료수용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단계적 전환 △비닐·플라스틱 제품 등을 재활용 의무 대상으로 단계적 편입 △재활용 의무대상 품목을 2022년까지 63종으로 확대 △지자체의 공공관리 강화 △수거 업체의 안정적 운영지원 등이 포함된다.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강신욱 소장은 “생산, 소비 구조상 플라스틱 수요가 많은 한국의 상황에서 볼 때 필요한 대책이다”라며 정책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아직 미흡한 부분도 많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모든 생수·음료수용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단계적 전환한다는 정부의 지침은 식음료 업계의 목소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페트병은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과 연관돼있다. 또한, 제품 운송·보관 과정에서는 자외선과 가시광선 등으로 인한 변질을 막기 위해 페트병에 색을 입히는 것이 불가피하다. 페트병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양승민 팀장은 “갑자기 무색 페트병으로 전환하라는 것은 사업체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라고 전했다.

쓰레기 대란 속, 길을 모색하다
우리 학교는 쓰레기 대란 속 분리수거 문제를 위한 개선안을 찾고 있다. 관리팀(팀장 이규태) 정윤조 과장은 “△일반 쓰레기 △종이류 △캔·플라스틱·병으로 구성된 3개의 쓰레기통에 2개를 추가하여 세분화시킴으로써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늘릴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재활용품 소비가 많은 업체들 역시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일회용 용기의 사용량이 많은 커피 전문점들의 고민은 유독 깊다. 일회용 컵을 친환경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찾고 있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반면, 스타벅스는 소비자 참여 유도를 통해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나섰다. 스타벅스는 지난 달부터 매월 10일을 ‘일회용 컵 없는 날’로 지정해 개인 컵 사용 촉진 캠페인을 열고 있다. 개인 컵을 사용해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상품을 주는 식이다. 맥도날드 역시 일회용 컵 대신 머그잔이나 개인 컵을 가져오는 고객들만 마일리지를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플라스틱 제한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기업들도 있다. 밀폐용기 기업인 ‘삼광글라스’와 ‘코멕스’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유리, 스테인리스, 도자기 등의 소재를 앞세워 대대적으로 홍보를 펼쳤다. 스스로 분리수거를 하는 ‘AI 쓰레기통’이나 쓰레기를 이용해 패션 상품을 만드는 재활용 기업들 역시 사회적 맥락 속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근본적 해결을 위한 과제는
재활용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법 개정도 필요한 실정이다. 김 국장은 “폐기물 감량을 위해서는 플라스틱의 재사용 정책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며 “재사용 가능한 용기를 사용하도록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 외에도, 환경에 유해하고 재활용을 가로막는 재질 사용을 금지하고 이에 대한 검사 및 과태료 부과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편, 강 소장은 “이전에도 재활용법은 있었다. 문제는 집행의 실효성이다”라며 “지금보다 활발한 페트병 제한 정책 실행을 통해 분리수거를 강화하고 소비자의 의식 개선도 병행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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