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2000년 들어 고시 지원자는 1천 여명에서 3천 여명으로 부쩍 늘었고 현재도 계속 늘고 있다. 이것은 계속되는 취업난의 상황에서 안전한 직장을 얻기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수많은 고시 지원자들은 자신의 목적과 적성을 고려해 그에 부합하는 의미 있는 고시를 치뤄내고 있는가.

■ 고시의 연원

우리나라 고시의 연원은 통일신라시대 원성왕 4년 독서삼품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독서삼품과는 골품제와 같은 폐쇄적인 계급구조를 지녔던 신라사회에서 신분의 제약 없이 능력으로 관리를 선출한 진보적 등용제도였다. 새로 도입된 이 제도는 성적기준으로 『논어』, 『효경』등 유학에 대한 학생들의 독서능력을 평가해 관리로 등용했다. 유교적 교육이 크게 강조된 것으로 보이는 시대상황에서 이 제도는 학자를 공정하게 배출하는데 기여했다. 이후 이것은 과거제도로 발전하면서 일제시대를 거쳐 고시라는 이름으로 변화됐고, 그 종류와 대상도 다양해졌다.

■ 고시열풍의 현 상황

현재 국가에서 공무원을 채용하기 위해 실행되는 고시는 약 2백여 개의 분야로 구성돼 시행되고 있다. 연구직을 포함한 5, 7급 공채의 경우 취직과 바로 직결 된데 비해 공인회계사나 공인중개사, 변리사 등은 취직에 도움이 되거나 취직을 보장해 주는 자격 시험이다. 이런 경우 많은 학생들이 무심코 한번쯤 도전해 자격증을 따놓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덤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다양한 분야로 나눠지는 전자의 경우보다 자격증의 성격을 띠는 후자의 경우가 대상제한도 적고 전공에 특별히 상관없는 시험과목이어서 의미 없이 덤비는 경향이 더 크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로 나눠진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이 신중을 기하지는 않는다. 특히 공무원이란 직업은 실업의 영향을 받지 않고 매년 일정 정원수를 뽑아 상대적으로 취업 안정성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응시자들이 선호한다. 따라서 실업률이 높은 현재 상황에서 해마다 거세지는 고시열풍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흐름일 수도 있다.

■ 수단적 고시는 지양해야

하지만 맹목적인 고시에 대한 희망을 가진 대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은 지금 사회에서 그다지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올해 7급 공채 시험을 보면 지원자비율 중 24세에서 29세의 응시자가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강남의 H고시학원은 전체 학생 6백 명 중 약 80%가 대학교 재학생들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고시학원 관계자는 “상당수 고시 준비자들은 시험을 충분히 앞두고 준비한다기 보다 상반기 고시가 치뤄질 시기에 많이 모인다”라며 “대학생 중 요즘 실업문제 때문에 취직걱정으로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학 또한 고시열풍으로 학원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학마다 사법고시나 외무, 기술고시 등을 준비하는 합숙소 등을 마련해주고 있고 많은 부분 고시 열풍에 참여하고 있다. 본래 대학은 중·고등학교 때 자신의 적성을 파악해 좀더 심도 있는 학문으로 접어들 수 있도록 하는 문과 같은 구실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 더욱이 앞으로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유일한’사람이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행정자치부 고시과의 최해린 직원은 “자신의 목적과 진로, 적성에 잘 부합하고 뜻이 있다면 고시에 도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렇듯 자신의 목적이 고시를 통과해 직업분야에 나가는 것이라면 신중하고 정확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단지 수단으로 고시를 준비한다면 다시 자신의 목적을 상기해봐야 하는 것이다.

행정고시를 비롯 외무, 사법, 기술 고등 고시 등은 실업률에 대한 보험 같은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목적에 맞는 각 분야의 다양한 직업 중 하나로 받아들여질 때, 진정한 역할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송진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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