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평양공동선언은 남북 평화의 새 이정표”
“이번 평양공동선언은 남북 평화의 새 이정표”
  • 이상환 기자
  • 승인 2018.10.08 14:46
  • 호수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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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아주대 통일연구소 정대진 교수

 

급변하는 남북 관계 속에서 한국 사회는 어떤 변화 과정을 겪고 있나. 아주대 통일연구소 정대진 교수에게 물었다.

비핵화를 두고 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 존재
사회 내에서 통일 모델에 대한 사회적 합의 이뤄져야

올해 남북 관계가 급변했다. 배경은 무엇인지.

북한은 2020년을 기준으로 강성대국을 만드려는 계획이 있다. 2021년에 8차 노동당 대회가 열린다. 적어도 2020년에는 미국의 경제지원 등 구체적인 성과가 있어야 당 대회를 성대하게 치를 수 있다. 미국도 2021년 1월 트럼프 정권 1기가 끝난다. 그 전에 트럼프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성과를 얻고 싶어 했다. 미국과 북한 모두가 적절한 시기였다.

9월 평양공동선언문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이 남북 평화의 총론적 큰 틀을 세웠다면, 2007년 14회 정상선언은 세부적 내용을 조정하고 논의하는 강론 성격이었다. 9월 평양공동선언은 14회 정상선언의 연장선에 있다. 강론을 실천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담은 선언문이다. 무엇보다 군사 분야에서 사실상 종전에 가까운 합의를 이뤘다. 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내려놓을 것인지 논의한 것이다. 이번 선언이 한반도 평화의 새 이정표가 됐다.

북한이 언제든 등을 돌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고 한다. 완전한 비핵화는 확인하기 어렵다. 핵무기, 원료, 과학자들을 숨기려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핵폐기 검증과정에서 콜라 캔에 농축 우라늄을 넣어 공중화장실에 숨기기도 했다. 미국은 비핵화 신고 검증을 통해 비핵화를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일반적인 방법이 아닌 자신들의 방법으로 비핵화를 하려 한다. 그 견해 차이 속에 이번 조약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왜 미국의 비핵화 검증 방법은 거부하는 것인지.
북한도 비핵화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핵폐기 검증방법을 따르라고 하는 것은 북한에게 집문서, 땅문서를 모두 내놓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핵무기 시설뿐만 아니라 군대와 관련 군사 시설의 위치를 미국에 다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검증 방법은 원자력기구(IAEA)의 임의 사찰이다. 원자력 기구의 일반적 사찰 방법으로 전문가들이 북한에 찾아가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안방 위치부터 냉장고 음식까지 자기 집을 샅샅이 국제사회에 알려야 하는 방법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비핵화 검증 방법이 합의된다면 연내에 종전선언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평화의 기류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지.
문제는 앞서 말했듯 비핵화 검증에 있어 북미 견해차가 크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기존 국제사회에서 사용하는 핵폐기 검증 과정을 계속 거부한다면 그에 준하는 다른 창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화의 기류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창의적 해법은 무엇인지.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다만, 이번 대국민 발표에서 문 대통령은 구두로 밝힐 수 없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그중에 창의적 해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도 수긍했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다. △남북민회담 △북미정상회담 △종전선언이 진행되면서 퍼즐이 맞춰질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그때 알 수 있다.

이후 북미 회담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국제사회 △우리 사회 △워싱턴이 동의한다면 북한이 원하는 경제지원, 제재 완화 등을 들어줄 수 있다. 모두의 동의를 얻기 위해 북한이 비핵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비핵화는 한반도 정의의 마지막 보검이라고 한다. 마지막 퍼즐인 것이다. 북한의 선택이 중요하다. 또한, 퍼즐을 맞추기 위해 북한이 핵을 내려놔도 살 수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그게 한국의 역할이다.

비핵화는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비핵화 문제는 크게 3가지로 범주로 나뉜다. 첫 번째는 등가성 문제다. 무엇을 같은 가치로 놓고 거래할 것인지다. 즉,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동일하게 볼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두 번째는 동시성의 문제다. 동시에 해야 하지만 누가 먼저 하자고 제안할 것인지 또 누가 먼저 행동을 취할 것인지 그것을 누가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다. 마지막으로 가역성이다. 취한 조치들을 되돌릴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가역성이 중요한 포인트다. 그래서 핵무기 신고 검증 폐기하는 검증과정을 둘러싸고 논쟁이 있는 것이다.

종전선언이 한국 사회에 가져올 효과가 있다면 무엇인지.
앞으로 서해에서 북한 해안포 덮개를 덮어 우발적 충돌이 없어지고 지뢰를 제거하면 전과 다른 그림들이 나올 것이다. 무엇보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활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긴장 속에 살아야 했다. 군사 훈련 시 교통 문제 등으로 민원도 많았다. 경제적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해소될 것이다. 20대 경우 군 복무 단축 등 군대의 성격이 변할 가능성이 높다. 문화적 교류 역시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다.

통일도 가능하다고 보는지.
통일은 아직 먼 이야기다. 언젠가 통일 선언으로 인해 물리적 통일은 이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화합적, 정서적 통일은 그보다 긴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성균관대에 신의주 출신이 학생이 입학했다고 가정하자. 북한에서 온 학생이 아닌 그저 신의주에서 서울로 온 학우라고 인식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제도적 통일 이후 2세대 정도 걸린다고 예측한다. 통일 후 교육을 받고 통일된 한반도라는 세계관이 형성되는 시기가 그 정도다. 남북민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때 진정한 화합의 통일이 이뤄진다. 

경제적으로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힘든 과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둘이 힘을 합쳐서 경제를 부강하게 만들고 더 좋은 국가를 만들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돈 많이 드니 하지 말자’라고 하는 것이 역사적 관점에서 맞는 생각인가 싶다. 우리도 선조들 욕을 하지 않나. 100년 뒤 후손들이 우리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그저 힘들다는 이유로 통일을 포기한 세대로 기억될 것인가. 아니면 어려운 가운데서도 기회를 찾아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낸 세대로 기억될 것인가. 우리가 마주한 질문이다.

통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세기에는 ‘같은 민족이니 통일해야 한다’, ‘우리에게 이익이 되니 통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게 ‘통일편익론’ ‘민족통일론’이다. 두 통일 모델은 국가와 민족이라는 집단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반드시 통일해야 할 이유는 없다. 분단 상황이 더 행복하면 그렇게 살면 된다. 하지만 ‘분단 상황이 과연 행복한가’라는 질문에는 의문이 든다. 분단 비용 등 분단 리스크가 막대하다. 통일을 통해 우리 사회의 총 행복이 증가할 수 있다면 따라야 한다.

가장 합리적인 통일 모델이 있다면.
성급하게 통일을 진행하기보다는 평화정착을 우선해야 한다. 또한, 우리 사회 내에서 통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20세기 민족통일론 이후 통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모두가 최소한 이 정도는 인정할 수 있다는 ‘최소주의적 방법’으로라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남북문제를 보는 청년들의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재 청년들은 연평도 폭격, 북 핵무기 실험 등의 사건을 보고 자랐다. 좋은 이미지를 가지기 어렵다. 나의 경우도 무장공비도발, 서울 불바다 발언 등을 보면서 자랐다. 대학을 들어오면서 6·15공동선언, 남북정상회담 등을 봤다. 그러면서 형성된 세계관을 바꾸려는 토론 등의 과정을 많이 거쳤다. 지금의 변화하는 현실에서 무엇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현재 청년들에게도 그러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리아디스카운트=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의 주가에 비해 낮게(discount) 형성되어 있는 현상. 남북관계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요인이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아주대 통일연구소 정대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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