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정치담론과 인터넷』백선기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오늘날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회적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현실문제 해결에 관해서는 낙관적 시각 뿐만 아니라, 비관적 시각도 비등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기능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적 조건 속에서 이 책은 세계 어느 국가들보다도 활발한 인터넷 활용이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이 실제 정치 및 사회적 의제들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고,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인터넷이 정치 담론 형성에 중요한 기능을 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다양한 종류의 인터넷 사이트와 그 사이트들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정치적 사안을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정치적 사안 중에서, 2001년에 발생했던 ‘지방자치단체장 재·보궐 선거’, ‘미국 9.11 참사’,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각종 ‘게이트’라고 명명되었던 정치적 비리사건들, ‘언론개혁’과 연관된 보도, ‘민주당 대통령 입후보자 경선’ 등의 사안에 대하여 매우 치밀하고 구체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

저자는 인터넷 뉴스 기사들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을 통해 실제 뉴스가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는지를 도식화하여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정 기사들 또는 특정 사안들에 대해 평가 중심으로 기사가 구성되었는지, 이전의 사건과 연결된 맥락을 중심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지, 또는 여론의 반응이 주된 기사 내용이라면 어떤 집단의 반응을 주로 다루고 있는가를 분석함으로써 각 인터넷 사이트들이 형성하고 있는 담론의 실체를 밝혀내고 있다.

이러한 분석과정을 통해 저자는 ‘오늘날 인터넷 상의 정치담론구성은 오프라인 상에서 구성된 정치담론과 비교할 때,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특별히 새로운 관점이 제시되지 않고 있으며, 주도적인 여론형성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라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즉, 인터넷의 정치적 기능에 대한 추상적인 논의처럼 인터넷은 아직 새로운 여론형성의 공공영역으로 기능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것은, 우리사회에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치담론 구성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분석된 여러 부정적 측면이나 한계점을 극복한다면, 앞으로 새로운 ‘공공영역’으로서 인터넷의 기능이 활발해 질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하고 있다.

본서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터넷 상의 정치담론에 대한 치밀한 분석들을 따라가다 보면, 인터넷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현실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저자도 결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인터넷이 정치적 사안에 대한 담론형성 뿐만 아니라, 사회의 주요 의제에 대한 공론의 장으로 기능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건전한 사회적 여론형성의 장으로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지니고 있는 여러 한계나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명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김관상 (신문방송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