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탐방기

기자명 이철우 기자 (fecow@skku.edu)
우리는 종종 책에 소개된 곳을 따라 되짚어 가보고 싶어한다. 책 속의 저자가 느꼈던 대로 자신 역시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이다. 지금까지 시중의 많은 책들이 문화재·여행지 등을 통해 우리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국내 최초의 ‘궁궐박사’라고 불리는 홍순민 씨의 『우리 궁궐 이야기』 역시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전통을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저자가 발품을 팔아가며 궁궐 여기저기를 답사하며 느꼈던 바를 기자가 몸소 체험하기 위해 책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 반도 삼천리의 배꼽이기도 한 서울, 그 중에서도 한 중앙에 위치한 궁궐들을 찾아가 본다. 백두대간의 산맥을 따라 △백악 △타락산 △인왕산 △목멱산이 나란히 궁궐의 사방을 두르고 그 사이에 궁궐은 위엄한 자태를 뽐내며 위치하고 있다.

먼저 세종로의 큰길을 따라 경복궁의 광화문 앞에 잠시 멈췄다. 문득 책의 광화문에 관한 부분이 떠올랐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일제 식민지를 거치는 동안 지금의 광화문을 비롯해 우리의 궁궐들은 갖은 핍박을 받았었고, 광복 이후 복원 과정에서도 이전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변형되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함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기자가 광화문의 양옆으로 난 계단에 올라서서 확인하니 그것의 실체는 목조 건물 흉내를 낸 철근 콘크리트였다. 굳이 만져보지 않아도 거친 시멘트의 질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또한 더욱 놀란 것은 교태전,­ 근정전, ­광화문에 이르는 경복궁의 일직선이 광화문에 와서 비틀어져 있다는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영락없는 불균형의 어설픈 모습일 따름이다. 기자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안타까움이 드러나니 실로 아쉬웠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한 채 기자는 궁궐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가 답사한 날이 주말인 터라 궁궐 안은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옛 왕들의 생활터였던 이곳이 이제는 일반인들에게까지 개방됐으니 역사의 흐름에 감회가 새로웠다.

많은 이들이 이 곳, 궁궐을 찾는 이유는 제각기 다르겠지만 답사를 목적으로 온 이들이라면 특히 책 속의 저자가 하는 말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는 책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현장에 가서 겉모습을 보고 느낌을 받는 것만이 답사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다. 눈으로 보이는 겉모습은 우리의 시력으로 충분히 볼 수 있지만, 사물의 본질과 가치는 자신만의 안목을 가질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은 기자가 직접 답사과정에서 몸소 느꼈던 것처럼 피부에 와 닿았다.

그렇다면 자신만의 안목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책을 통해 이것마저도 친절하게 제시해준다. “관심! 이것이 안목을 기르는 가장 첫 단계다. 관심을 가지면 자연스레 그것에 대한 정보를 찾게 될 것이고, 그렇게 쌓인 지식 위에 행해지는 답사의 의미란 더없이 클 것이다”고 그는 말한다.

저자의 이런 말을 기억한 채 기자의 궁궐답사는 여기에 문화재 보호라는 인식을 하나 더했다. 책을 읽는 것을 넘어서 실제적인 답사를 통해 책이 전하는 의미를 느껴보도록 노력했다. 기자에게 남긴 궁궐답사 전문가가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는 “모르고서는 진한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