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부분에서도 과거와 현대 접목 시도해

기자명 이철우 기자 (fecow@skku.edu)
근대화라는 시대적인 부름에 유교는 지난 시대의 규범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한때는 그 인식조차 흐려져 존재의식에 물음표가 붙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근대화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면서 유교는 다시 그 생명을 얻기 시작했고, 그 현대적 효용가치는 심리학·사회학·정치학 등에서 유교를 다시 찾으려는 노력으로 여실히 잘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의학에서도 나타나는데 바로 유교의 긍정적인 면이 정신 치료에 활발하게 접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본교 유교문화연구소와 유학·동양학부는 한마음 정신병원과 공동으로 ‘알콜중독 치료에 있어 퇴·율 수양론의 응용’이라는 주제로 지난 23일 퇴계인문관 31709 첨단강의실에서 제4회 유교문화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심포지움은 크게 발표와 논평 그리고 종합토론으로 이뤄졌다. 먼저 김갑중 본교 의과대학 외래교수이자 한마음 정신병원장의 발표로 시작했다. 발표의 큰 틀은 퇴계 이황의 ‘자기조절이론’과 율곡 이이의‘구용구사론(九容九思論)’을 요즘 심각하게 일고있는 알콜중독치료에 적용시켜 탁월한 치료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알콜중독의 결과 ‘자기조절력상실’과 ‘부적응적인 사회행동’으로 인해 환자와 가족의 관계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뇌의‘전 전두엽’과 ‘번역계’가 중독과 관련 있음을 알아낸 후, “자기 성찰, 통찰 및 친사회적 기능(道心)을 맡는 ‘전 전두엽’부분을 활성화하고, 본능적이며 감정적인 충동으로 인해 발현되는 ‘번역계’의 기능(人心)을 상대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발표자는 뇌의 ‘전 전두엽’과 ‘번역계’부분을 유가(儒家)의 도심(道心)과 인심(人心)에 각각 적용시킨 것이다.

이러한 과거와 현대의 연결고리를 발견한 그는 알콜중독의 해결방안을 과거 성현들의 말씀에서 찾았다. 알콜중독으로 인해 정신적·육체적으로 폐인이 된 환자에게는 스스로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기성찰과 수양이 필요했다. 이에 발표자는 “퇴계와 율곡의 말씀이 알콜중독을 치유하기에 적당하다고 판단”했다며 “‘자기체계의 능동적 역할’, ‘가치있는 자기상’ 등의 항목들은 한국인에게 알맞은 치료 전략이다”고 역설했다. 또한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치료 방법을 말하며, 본인의 병원에서 직접 이를 수행한 결과 좋은 결과가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유학과 심리학 등 인접학문에 대한 공부 부족과, 이와 관련된 이들의 관심이 절실”하다며 “이 연구의 긍정성이 충분히 엿보이는 만큼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으면 한다”고 문제점과 향후 방향을 간추리며 발표를 마쳤다.

이어 김세정 충남대 철학과 교수의 논평이 이어졌다. 우선 논평자는 발표자의 전통문화의 현대적 재조명 문제 즉, 전통문화는 부정할 수 없는 살아있는 우리의 기억 체험이며, 민족 정체성의 뿌리로써 새롭게 만들어 가는 온고지신 정신을 높이샀다. 이와 관련 논평을 지켜보던 이정진(유동2)군은 “과거의 것이라면 늘 고리타분하고 실생활에 필요치 않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와 같은 현대와 과거의 접목에 매우 놀랐다”며 “우리 선현들의 말씀에 귀 기울여야 겠다”고 말했다. 또한 논평자는 “‘자기 조절력의 체득’이 성공적 단주생활에 도달하기 위한 방안이라면, 율곡의 ‘구용·구사·성찰’은 자기 조절력을 몸으로 익히는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정리했다.

잠깐의 휴식을 거친 후 마지막으로 종합토론을 가졌다. 발표에 대한 △유교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가족학 등 다양한 전공교수들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는 발표와 관련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이번 심포지움은 과거의 것이라며, 진부하다며 잠시 홀대했던 과거 모습이 왜 중요한지를 인식하게 해주었고, 그것이 충분히 현대사회와 만날 수 있음을 증명해 준 자리였다. 앞으로 이와 같은 온고지신의 정신을 살려,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상호소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