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철현 기자 (harrypark369@naver.com)

 

수습트레이닝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건 편집회의다. 이론교육을 마치고 정기 편집회의에 참여하는 기회가 생겼다. 그날은 성대신문사 전체 기자들을 본 첫날이기도 했다. 자리가 어색하여 쭈그리고 앉아 괜히 신문을 뒤적거렸다. 시간이 되자 다들 긴 책상에 둘러앉았다. 편집회의는 지면평가, 문건 피드백 순으로 진행됐다. 발간된 최신호 지면평가 도중 편집장이 물었다. “수습분은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당황했지만 이미 나온 의견과 같은 생각이라고 아슬하게 대처했다.

문건 피드백은 담당 기자가 기사의 구성과 진행 정도를 설명하고, 다른 기자들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이다. 쉬이 뒤적거린 신문에 쏟은 노력을 고스란히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기자는 무덤덤하게 A 교수님 인터뷰는 완료됐고, B 전문가 인터뷰는 곧 한다고 했다. ‘뭐지? 이걸 도대체 언제 한 거지?’

자유롭게 문건에 대한 질문과 피드백이 이뤄졌다. 긴 책상은 탁구대가 되어 논리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편집장과 눈 마주치는 걸 피하면서 무슨 질문을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한마디는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말문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40개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한 곳을 바라봤다. 얼굴이 붉어지고,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기적의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다른 기자가 내 말을 대신 정리해줬다. 다음 날 아침은 괴로웠다. 편집회의에서 어버버한 나의 목소리가 반복재생됐다. 이불을 크게 걷어찼다.

이제 다짐을 쓸 차례다. ‘이불킥’을 더 할지라도 끝내 잘 해내겠다는 식의 마무리가 떠올랐다. 하지만 나는 방중 시작 후 스스로 옥죄는 부담감에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다. 훈훈하게 마무리하면 그대로 다시 부담으로 돌아올까 솔직하게 툴툴거려야겠다. 적지 않은 나이인데 무지하고, 맡은 역할에 비해 무능력하며, 소심해서 말을 잘 뱉지 못하고, 은근한 오기 때문에 불나방처럼 덤비다가도, 잘 못 덤벼서 칭얼거리고, 더 최악은 결과를 상황 탓으로 돌리곤 한다.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어보니 부담감 아래 똬리 튼 비교의식과 방관적 태도를 마주했다. 오호. 부디 이겨내고 싶다.

박철현 준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