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손을 잡고 미래를 제시해야

기자명 이철우 기자 (fecow@skku.edu)

‘세계적인 과학자 코페르니쿠스, 다윈, 갈릴레오는 새로운 자연법칙을 발견한다. 하지만 발견의 기쁨도 잠시, 그들은 또다른 고민에 휩싸인다. 자신의 설을 학계에 발표할 것인지 말 것인지. 자칫 잘못되면 목숨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중세시대, 여느 과학자라면 한번쯤 이러한 고민에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누군가는 사회의 평이 두려워 아예 말을 않거나, 어떤 이는 당차게 말했다가 사회의 지탄 속에 매몰되기도 했다. 연구에 몰두하기도 바쁜 과학자들을 이토록 고통의 늪에 빠뜨린 것은 무엇일까.

■ 종교와의 갈등  

사회의 사상을 주름잡는 종교, 철학, 윤리는 과학자들의 연구에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새로운 과학이론이 당시 사회와 부합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쓰디쓴 고배(苦杯)를 마셔야 했던 것이다. 특히 과학은 중세시대의 사회적 지배력을 거머쥔 기독교 사상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는 이상성(연세대 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자연현상을 통해 도출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론·실증 위주의 과학과 모든 사물을 초월한 절대자에 대한 믿음에 기초한 종교는 각각의 성격상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서로 쓰는 용어가 다르다고 말한다.

■ 과학과 종교의 교집합 존재해

서유럽은 강성한 기독교 사상 아래 과학혁명을 일궈냈는데 이는 과학과 종교가 반드시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당시 사람들은 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동물과 다른 인간만의 특징을 나타내 보이려 했다. 인간은 자신의 특징을 이성으로 간주, 직접 관찰과 경험을 중시하게 됐다. 이성은 과학에서도 중요한 가치판단요소로 이는 종교와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이다.

또한 기독교의 ‘땅을 정복하라’는 말은 과학과 종교를 교묘히 융합시킨다. 자연을 공존의 대상이 아닌 정복대상으로 취급한 과학과 종교는 자연파괴라는 결과물을 가져왔다.  

■ 과학과 종교 손잡아야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종교계의 우주관을 수정케 하는 등 부정할 수 없는 과학적 사실을 종교인들이 받아들이게 했다. 지동설의 증명으로 과학의 범주는 확장돼 20세기의 급격한 과학발전과 더불어 과학이 종교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현재 과학과 종교의 관계는 어떨까. “과학자들은 과거 종교가 행한 심한 압박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고, 종교인들은 과학과는 다른 초월적 세계를 말하기 때문에 서로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고 우리 학교 박제근(물리) 교수는 답한다.

과연 이러한 현상이 올바른 것이냐는 질문에 이 연구원은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종교와 과학은 모두 인간생활의 필수적 문화요소여서 과학과 종교가 따로 떨어진 상태에서 존재할 수 없다”며 “이제 자연과학이 우주 생성의 비밀까지 밝히려는 시점에서 과학과 종교간의 올바른 관계정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한다.

특히 인간복제와 같은 과학적 월권 행위와 관련해 종교의 감시자 역할은 필요하다.
이 연구원은 김흡영 교수(강남대 조직신학)와 이정배 교수(감리교신학대 종교철학)를 예로 들며 과학과 종교가 서서히 손을 잡아가고 있다고 넌지시 희망을 던진다. 분명 과학과 종교는 다시 한번 대화를 요하는 시대에 처해있다. 과학과 종교가 접목을 하려는 시도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올바른 방향제시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