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진리를 가르쳐주고 참 나를 발견케하는 시간

기자명 조아라 기자 (ltree00@skku.edu)

성균관대학교는 수기치인이라는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세워진 학교로서 학생들에게 인의예지라는 덕목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본교는 인간의 존엄성을 토대로 자신을 완성하고 인류의 평화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유교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에 본교 학생들은 유학사상과목을 필수적으로 수강함으로써 건학이념의 바탕인 유학에 대해 배우고 있다. 유학사상수업은 성대생을 묶어주는 하나의 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사캠에서 유학사상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안은수 강사는 유학사상수업의 필요성에 대해 “현재 내 모습이 과거의 나를 기초로 형성된 것처럼 현재의 사회도 과거의 역사와 연계성을 가진다. 따라서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이해가 바탕을 이뤄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조선시대 5백년 동안 유학사상은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조선시대를 이해하고 나아가 한국인을 이해하기 위해 유학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자과캠에서 유학사상 수업을 진행하는 김용남 강사는 “성균관대학교의 건학이념이 유학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본교의 정체성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유학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 돼야한다”고 말한다. 성균관은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으로서 유학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따라서 성균관대학교를 이해하는데 있어 유학의 이해는 필수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내 뿌리를 찾는 일이며 성대생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이다. 뿌리깊은 나무가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유학을 배움으로써 나의 근본인 인(仁)과 도(道)에 대해 인식하고 어려움에도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

안 강사는 “사람들은 흔히 상명하복, 양성불평등, 지역연고주의 등 우리나라의 잘못된 면들 대부분이 유학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식민사관이나 미국에 의존한 현대화 과정, 잘못된 정권 집권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이야기하며 유학을 무조건 폄하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말한다. 얼마 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제목을 가진 책이 주목을 받은 것도 사람들의 이같은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 한다. 공자는 시중(時中)이라 하여 현실 속에서 실천을 강조했다. 유학은 봉건시대에 만들어졌으며 조선시대에 이데올로기화되면서 지배의 수단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분명 오늘날의 사회체제와 맞지 않는 면이 있다. 따라서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눈으로 잘못된 것은 제대로 비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안 강사는“유학사상이 2천 5백년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학사상을 현대에 맞는 시각으로 새롭게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한편 김 강사는 유학을 “상생의 도를 가르침으로써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으며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유학의 핵심인 인(仁)사상은 만물을 살리는 상생(相生)을 의미하며, 도(道)에 따라 산다는 것은 중용(中庸)의 길을 걷는 일이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삶은 내 잠재의식 속에 해야될 것과 하지 않아야 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을 세움을 의미한다. 우리는 유학사상 수업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나아가 자아를 수립해 나가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안 강사는 유학사상 수업을 “나를 찾아가는 여행”에 비유한다.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는 말처럼 일상을 바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먼저 바뀌어야한다. 이처럼 유학사상은 우리에게 변화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대에 살면서 경쟁의 논리에 익숙해져있는 우리에게 상생이라는 말은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한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전도된 자본주의 속 경쟁은 많은 문제점을 낳고있다. 너와 내가 같이 발전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의 경쟁은 인간 우선의 사고를 일깨우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것이다.

정한나(사과계열1)양은 “사회현상에 관한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나는 누구인지 생각해보며 현대적 유학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라고 지난 학기 유학사상 수업에 대해 말한다. 이처럼 유학사상수업은 학생들이 세상을 보는 시각을 정립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있다. 김용남 강사는 이에 대해 “본교는 유학사상을 바탕으로 바른 인성을 함양한 지성인을 교육하는데 목적을 두고있다. 성균(成均)이라는 말의 뜻처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용의 덕을 행하는 사람이 진정한 성균인”이라고 전했다. 김유청(공학계열1)군은 “한 학기 동안 유학사상 수업을 통해 새롭게 생각하는 눈을 기름으로써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좀 더 성대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수업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 강사는 “유학사상에 대해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 학생들이 많은 상황에서 90명이 넘는 인원을 통제하기는 힘들다”고 말하며 강좌 당 학생수가 너무 많은 것이 지금의 유학사상 수업이 가지는 한계라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김 강사는 학생들에게 “유학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거부감만을 가지지 말고, 어떤 것인지 들어보겠다는 열린 자세로 수업에 임해달라”고 부탁했다. 강제적인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보다는 유학사상 시간을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