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실 시대와 시장의 종말
탈진실 시대와 시장의 종말
  • 이상환 편집장
  • 승인 2019.03.12 01:45
  • 호수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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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돼 마땅한 말이 온라인에 고이더니 어느새 공적인 자리로 새어나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말이다. 시사IN“‘사상의 자유 시장서 도태되어야 할 역사 왜곡과 선동이 국회 문턱을 넘어온 건 이 문제가 다른 차원의 해결이 필요한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고 사안에 대해 분석했다. 잦아드는가 싶던 가짜 뉴스와 처벌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시장 체제는 경제적 합리성을 전제로 한 표준화되고 개중에 가장 합리적인 것들만이 살아남는 게임이다. 시사IN의 표현을 따르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은 일종의 시장 실패인 셈이다. 시장 논리와 경제적 합리성에 의하면 가짜 뉴스는 존재할 수 없다.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현 수준 이하의 정보를 내놓는 정보 공급자의 말로는 뻔하다. 진실성이라는 시장의 균형점을 향해 사상의 자유 시장은 마땅히 수렴할 것이고 가짜뉴스는 도태될 것이다. 그럼에도 가짜뉴스가 횡횡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언론과 학자들은 독자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조하며 가짜 뉴스의 확산을 소비자의 불완전한 정보 수용성과 관련짓는다. 수용자의 능력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의 한계가 사상의 자유 시장을 실패로 이끌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저러한 분석만큼 가짜뉴스 문제의 본질을 축소하고 사건을 왜곡하는 무책임한 말이 또 있을까. 포털 사이트만 들어가도 기사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정보 수요자의 정보 접근성이 제한돼 있다니 우스운 주장이다.

그럼 질문을 비틀어보자. ‘사상의 자유 시장은 과연 존재할까. 시장의 균형점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소비자가 가격을 기준삼아 소비할 상품을 결정하듯, 정보 수용자는 정보의 진실성을 기준 삼아 정보를 소비하고 있는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강명구 교수는 “‘포스트 트루스(post-truth)’의 시대에서 진실은 단일하지 않고 다양해졌으며, 이데올로기와 팩트가 동시에 판단의 근거로 작동하면서 무엇이 진실인지 혼동이 생겼다고 말했다.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탈진실의 복음은, 정보 수용자가 진실성에 민감해야 할 이유를 없앴다. ‘사상의 자유 시장이 붕괴한 것이다.

작가 켄 윌버는 켄 윌버, 진실 없는 진실의 시대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명한 포스트모더니즘 저자들 거의 모두의 메시지를 한 구절로 요약한다면, 그것은 바로 진리는 없다이다. 보편적인 도덕의 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어떤 진리나 가치가 보편적인 것이라거나 모두에게 참되고 소중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런 주장은 위장된 권력에 지나지 않는다. 요컨대, ‘진리는 없다는 식의 무()관점적인 광기는 동기부여적인 힘들로 니힐리즘과 나르시시즘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남겨놓지 않았다.” 사상의 자유 시장을 붕괴시킨 이들은, 탈진실 시대를 키운 일부 포스트모더니즘의 지지자들과 이를 방관한 언론이라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유치한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상의 자유 시장이 존재하지조차 않으며, 가짜뉴스에 대한 담론들은 규제 논쟁 따위에 국한 되고 있다는 사실이 슬퍼서 내뱉는 말이다. 가짜뉴스와 투쟁이 아닌 경쟁을 해야 한다. 시장을 작동시키고, 가짜뉴스를 시장에서 도태되도록 해야 한다. ‘사상의 자유 시장을 붕괴시키며 제 멋대로 포스트모더니즘을 해석해온 이들과, 이를 방관해온 탈진실 시대의 언론은 반성해야한다.

이상환 편집장lsang602@skkuw.com
이상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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