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떠오르는 경제학에 달린 무게추, 행동경제학
하늘로 떠오르는 경제학에 달린 무게추, 행동경제학
  • 김원구
  • 승인 2019.05.23 03:04
  • 호수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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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전망 이론, 사람들의 손실 회피 성향이 주요점
기존 경제학 한계 지적하고 나아갈 방향 제시해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한정된 자원을 최선으로 활용하는 합리적 인간인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현실적일까?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탈러는 “사람들에게 이로운 경제학을 하려면, 사람이 ‘인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하며 위 전제의 비현실성을 꼬집는다. 이에 관한 단적인 반례인 ‘몬티 홀 문제’는 다음과 같다. 세 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해 선물을 받는 게임이 있다. 세 문 중 자동차가 있는 문은 하나이고 나머지 두 문 뒤에는 염소가 있다. 이때 참가자가 문 하나(A)를 선택하면 진행자는 염소가 있는 문 중에 하나(B)를 열어 염소를 보여주며 A 대신 C를 선택하겠냐고 묻는다. 이때, 참가자는 자동차를 받기 위해 선택을 바꿔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바꾸는 게 당첨 확률이 2/3로 유리함에도 대다수는 바꾸지 않으면 당첨 확률이 1/3에서 1/2로 증가한다고 생각해 현상을 유지한다. 이처럼 왜 우리는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을까?

행동경제학의 등장
미국의 실제 TV 쇼에서 유래한 ‘몬티 홀 문제’는 많은 반향을 일으키며 인간의 비합리성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이외에도 금연이나 다이어트를 미루는 것, 복권 구매 등 우리에게는 비합리적 행동이 빈번하다.

이스라엘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에이머스 트버스키는 1979년에 발표한 의사결정에 관한 논문에서 기존 경제학의 반례를 실험을 통해 제시해 현실적 인간행동에 대한 이론들을 만들었고, 2002년 카너먼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들은 경제주체의 의사결정 대부분은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기에 경제학에 ‘제한된 합리성’을 도입함으로써 경제학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었다. 제한된 합리성이란 인간은 인지능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완전히 합리적일 수 없다는 개념이다.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임우영 교수는 “경제학이 예측할 수 있는 비합리적인 행위들을 이상치(Outlier)나 예외로 보지 않고 분석해야 실제 인간 행위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행동경제학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면 될 것 같은 휴리스틱
두 인지심리학자는 실제 의사결정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결과와 그 확률의 곱인 기댓값에 관한 ‘기대효용이론’과는 다르게 이뤄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들은 기존 경제학의 ‘기대효용이론’과 ‘현시선호이론’을 ‘표준이론’이라 말하고 이를 비판한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표준이론을 비판하며 현실에 맞는 새로운 이론들을 제시한다. 그중 하나가 휴리스틱(Heuristic)인데,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거의 성공 경험에 기댄 문제 해결 방법이다. 그렇기에 휴리스틱은 항상 방법과 결과가 편향된다. 하지만 최선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결과를 보장한다. 논리적 방법과 휴리스틱의 관계는 의학과 민간요법의 관계와 같은데, 결과를 어림짐작하는 행위가 휴리스틱이다. 휴리스틱 유형 중 하나는 ‘가용성 휴리스틱’이다. 어떤 사건의 빈도나 확률을 판단할 때 그에 관련한 사례를 떠올려 이에 근거해 판단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사례가 편향되면 결과도 편향된다. 언론 보도에 관련 사건이 보도되면, 그 사건이 실제보다 많이 발생한다고 판단하는 것이 그 예다.

대표성 휴리스틱은 어떤 사건이 그것이 속한 집합의 특성을 대표한다고 간주해 집합의 확률을 판단하는 방법이다. 머리가 짧고, 위계나 예의를 중시하는 남자 대학생을 복학생이라 생각하는 것이 대표성 휴리스틱의 일상적 예다. 이렇듯 대표성 휴리스틱도 편향이 발생하기 쉬운데, 대표적 사례로 ‘린다 문제’가 있다. ‘똑똑하고 솔직한 31세 독신 여성 린다는 철학을 전공했으며, 사회정의와 인종차별에 관심 많고, 반핵 시위도 참여했다’는 설명 후 사람들에게 린다가 (1)'페미니스트'일 확률 (2)'은행원'일 확률 (3)'은행원이면서 페미니스트'일 확률을 내림차순으로 나열하게 했다. 실험 결과 85%의 응답자가 (1)>(3)>(2) 순으로 응답했다. 그러나 예측 결과는 논리적이지 않은데, 린다가 (3)'은행원이면서 페미니스트'일 확률은 (1)'페미니스트'이거나 (2)'은행원'일 확률의 교집합이므로 두 경우보다 클 수 없다. 즉, 나열된 린다의 특징 때문에 사람들의 예측이 편향된 것이다.

또 다른 휴리스틱으로는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가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처음에 기준을 설정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조정해가며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기준점에 매몰돼 결정에 편향이 생길 수 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두 집단에 각각 ‘1×2×3×4×5×6×7×8’과 ‘8×7×6×5×4×3×2×1’을 단시간 내에 대답하는 실험을 했다. 그러나 두 집단의 평균이 달랐는데, 응답 평균은 전자는 512, 후자는 2,250였다. 이는 시간이 촉박하기에 처음 몇 개 수의 곱을 기준으로 나머지 값을 어림잡아 답변한 결과다. 마트에서도 기존가격과 할인가를 함께 보여주는데, 기존가격을 기준으로 할인가를 저렴하게 느끼도록 만든 측면이 있다.

변화에 민감한 이들을 위한 전망 이론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은 기대효용이론을 대체하기 위해 고안됐다. 전망 이론은 인간이 절대적 값이 아닌 상대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론적 기초에는 ‘가치함수’와 ‘확률 가중함수’가 있다. 가치함수는 x축은 ‘이득 및 손실’, y축은 ‘가치(효용)’로 이뤄진 S자를 그리는 2차원 함수이며 기존 경제학의 효용함수와 역할이 비슷하다. 가치 함수의 특징은 △준거점 의존성 △민감도 체감성 △손실 회피성이다. 가치 함수에서 원점은 평가의 준거점이다. 준거점과 비교해 해당 재화에 대한 가치의 상대적 변화를 평가하며, 이는 사람과 상황마다 다르다. 또한, S자는 기존 경제학의 효용함수처럼 갈수록 기울기가 완만해진다. 이는 민감도 체감성으로, 이익 또는 손실이 커짐에 따라 한계 가치가 줄어듦을 보인다. 한편, 가치함수의 비대칭적인 S자는 손실 회피성을 보여준다. 그래프를 보면 이득이 커질수록 증가하는 가치의 증가 폭보다 손실이 커질수록 감소하는 가치의 감소 폭이 더 크다. 이는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다는 의미이다. 즉, 사람들은 금액이 같더라도 이익에 대한 기쁨보다 손실에 대한 상실감을 더 크게 느낀다.

전망 이론의 또 다른 기둥은 확률 가중함수다. 사람들은 1/3이라는 확률을 1/3 그 자체로 느끼지 않고, 주관적으로 재해석한다는 점이 요지다. 카너먼은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낮은 확률은 과대평가하고, 일정 중간 확률부터는 과소평가함을 발견했고, 확률이 35% 정도일 때 수치 그대로 받아들임을 확인했다. 확률 가중함수 그래프를 보면, 합리적 소비자의 선택을 나타내는 w(p)=p 그래프와 비교해 p=0.35를 전후로 p<0.35일 때는 과대평가, p>0.35부터는 확률을 과소평가함을 알 수 있다.

전망 이론을 통해 기억해야 할 점은 사람들이 손실 회피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빨간 상자는 50% 확률로 100만 원을, 파란 상자는 100% 확률로 50만 원을 받는다. 실제로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위험 회피적이기에 파란 상자를 고른다. 상황을 조금 바꿔, 시작에 앞서 사람들에게 100만 원을 미리 지급한다. 이전처럼 빨간 상자와 파란 상자가 있고, 빨간 상자는 50% 확률로 100만 원을, 파란 상자는 100% 확률로 50만 원을 빼앗는다. 이 경우 많은 사람이 처음과 달리 빨간 상자를 고른다.

위 두 상황을 기존 경제학으로 평가하면, 두 상황은 기댓값이 50만 원으로 같기에 완전히 동일하다. 따라서 사람들의 선택이 바뀐 것은 기존 경제학으로 전혀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전망 이론은 전자는 효용이 ‘획득’을 통해 이뤄지고, 후자는 효용이 ‘손실’을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또한, 대다수 사람은 손실 회피 성향을 갖고 있기에 두 번째 상황에서 선택을 바꾼다고 설명한다. 임 교수는 “실제로도 손실 회피 성향을 모형에 포함해 예측했을 때, 기존의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던 ‘주식 프리미엄 퍼즐’ 등 여러 현상을 매끄럽게 설명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고 말했다.

손실 회피 성향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는 ‘보유 효과’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물건이나 지위를 가지지 않을 때보다 가지고 있을 때 더 높게 평가한다. 보유 효과를 제창한 리처드 탈러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참가자를 세 집단으로 나눠 첫 번째 집단에는 초콜릿과 교환할 수 있는 머그잔을 주고, 두 번째 집단에는 첫 번째 집단과는 반대로 머그잔과 바꿀 수 있는 초콜릿을 줬다. 마지막 집단에게는 머그잔과 초콜릿 중 가지고 싶은 것을 고르게 했다. 실험 결과, 첫 번째 집단의 89%는 머그잔을 초콜릿으로 바꾸지 않았고, 두 번째 집단에서도 90%가 초콜릿과 머그잔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세 번째 집단은 거의 50% 비율로 머그잔과 초콜릿을 선택했다. 이렇듯, 처음 두 집단에서 머그잔을 선호하는 비율이 각각 89%와 10%로 큰 차이를 보였지만 마지막 집단에서는 선택이 대등한 점은 보유 효과의 존재를 여실히 드러낸다.

우리가 애플을 좋아하는 이유
위에 언급한 행동경제학의 이론들로 사람들이 애플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동서대 경영학과 박준식 교수의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에 따르면, 애플은 iPad나 iPhone 등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도록 제품명을 모두 ‘i’로 시작하게 지었다. 이는 이용가능성 휴리스틱을 이용한 것이다. 또한, 애플은 감성, 디자인, 혁신이라는 특성을 확보해 그들의 제품에 녹여냈다. 이를 통해 iPhone과 스마트폰을, iPad와 태블릿 PC를 같은 말인 것처럼 떠올리도록 마케팅했다. 이는 대표성 휴리스틱을 이용한 방법이다.

한편, 전망 이론의 손실 회피성을 보여주는 현상은 주식에서도 나타난다. 상승주는 빨리 매도하고, 하락주는 늦게 매도한다는 주식의 ‘처분 효과’에는 손실 회피성이 담겨 있는데, 이를 통해 개미 투자자들이 손해 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상승주를 빨리 파는 이유는 불확실한 더 큰 이익보다는 확실한 이익을 선호하기 때문이며, 하락주를 늦게 파는 이유는 확실한 손해를 입기보다는 오를 가능성을 믿고 불확실한 더 큰 손해를 선택한 결과다.

앞서 설명한 보유 효과도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스마트폰 체험단 또는 소프트웨어 체험판을 제공하는 마케팅의 경우 사용자를 해당 제품 및 서비스에 *에이징 시키려는 의도도 있지만, 보유 효과도 노린다. 체험을 위해 해당 제품 및 서비스를 보유하게 되면 이는 당연히 이익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반납 혹은 만료하게 되면 이를 손실로 느껴 구매할 확률이 높아진다.

저 경제학이랑 안 싸워요
행동경제학은 실제 행동을 설명하지만, 같은 행동이라도 맥락에 따라 차이가 있기에 모든 행동에 이론을 대응시키지는 못한다. 즉, 보편성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이 손실 회피 성향을 보이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 이론이 모든 행동에 들어맞지 않는다면 행동경제학의 의미는 무엇일까. 행동경제학은 현실을 유연하게 반영해 다양한 상황에서의 소비자 행동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이상원(인터랙션사이언스) 교수는 “맥락에 따라 여러 상황이 발생하기에 기획자나 개발자가 행동경제학을 이해하면 확실히 달라진 제품과 서비스가 나온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경제학과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행동경제학은 기존 경제학을 비판했지 부정하지 않는다. 임 교수는 “행동경제학은 기존 경제학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고 보는 편이 옳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학계가 행동경제학을 받아들인 결정적 이유는 불완전한 합리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같은 의미가 아님에 논리적 합의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행동경제학이 말하는 것처럼 몇몇 비합리적 행위들은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행동경제학은 기존 경제학과 함께 경제학적 문제를 해결한다. 임 교수는 “기존 경제학 이론들을 통한 예측이 현실 데이터와 터무니없이 다르거나 예측력이 떨어지는 경우 행동경제학의 가정, 즉 인간은 완전히 합리적이지 않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어떻게 더욱 현실을 잘 설명할 수 있을지 조정한다”고 말했다.

*에이징=사용자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익숙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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