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뗀 소득주도성장, 뛸 수 있을까
걸음마 뗀 소득주도성장, 뛸 수 있을까
  • 신민호 기자
  • 승인 2019.09.09 16:05
  • 호수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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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관계가 부족한 소득주도성장의 전제"
방향은 옳지만 방법을 수정해야

지난 2일, A 학우의 계좌로 140만 원이 무상으로 입금됐다. B 학우의 계좌로는 60만 원이 입금됐다. 누가 보낸 돈이었을까. 바로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저소득층을 위해 지급한 근로장려금이었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넘어섰다. 소득주도성장은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으로 운영돼왔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중간 점검해보자.

새로운 시도, 소득주도성장
2017년 5월, 현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위원장 김진표)는 정례브리핑에서 소득주도성장의 도입 배경을 밝혔다. 김진표 위원장은 "지금까지의 부채 주도 성장, *낙수효과에만 기댄 성장, 낡은 성장전략으로는 성장과 분배의 악순환만 가속할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과 투자의 증가가 고용 창출에 미치는 효과는 2000년에 각각 수출 22.5%, 투자 19.2%에서 2014년에 수출 13.2%, 투자 8.1%로 약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만드는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위원장 홍장표, 이하 소득특위)는 “과거의 성장 패러다임이 기업과 가계 사이의 소득 격차, 대·중소기업 간 기업소득 격차, 노동자 간 임금소득 격차 등 사회의 불균형을 심화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면서 과거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현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경제 부양 방법론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이란 △가계소득 증대 △가계지출 경감 △안전망·복지 강화를 기반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해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경제성장이다. 가계소득 증대 정책은 가계의 소득을 늘리는 동시에 소비를 촉진해 기업의 이윤 증가를 유도한다. 하지만 가계의 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가계의 비용이 증가한다면 실질적인 소득은 그대로기 때문에, 실질적인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계의 비용 또한 줄여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가계소득 증대, 가계지출 경감 정책과 더불어 국민 복지를 확대하는 사회 안전망 확충 정책을 통해 사회 전체에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성장, 고용, 복지가 함께 가는 황금 삼각형”이라고 표현했다.

소득주도성장의 삼대장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는 46개의 추진과제를 비롯해 다양한 정책이 존재한다. 소득주도성장 전문가 건국대 경제학과 주상영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패러다임은 여전히 유효한가?』에서 많은 정책 중 △법정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을 대표적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뽑았다. 왜 이 세 정책이 중요한 것일까. 세 정책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선순환 구조도 만들기 때문이다.

법정근로시간 단축 정책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였다. 줄어든 노동 시간만큼 기업은 자연스럽게 추가 노동력이 필요해져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게 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은 공공부문에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으로 지난해에만 15만 명 이상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두 정책으로 인해 사회에는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고 고용 안전망이 강화돼 사회적 안정성이 확충된다. 또한 2017년 6470원에서 2020년 기준 8590원까지 인상된 최저임금은 가계의 지갑을 두껍게 한다. 세 정책의 결과로 가계의 실질적인 소득과 일자리, 안정성이 모두 증가해, 경제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구조의 모순
이상적으로 보이는 소득주도성장이지만, 전문가, 언론 및 정치인은 줄곧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판해왔다. 국민 여론도 마찬가지다. 2018년 5월과 지난 5월 약 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결과 모두 약 35%의 국민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작지 않은 반대 여론이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 학교 경제학과 김성현 교수 또한 인터뷰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에 따르면,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 번째로 인과관계의 부족이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전제가 틀렸다”며 소득주도성장 선순환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선순환 구조의 전제와 달리 가계의 소득 증가는 필연적으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사회에 선순환 구조를 방해할 요소가 산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가계부채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일 공개한 『43개국 정부·가계·기업 GDP 대비 부채비율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2018년 97.7%로 세계 주요 43개국 중 7번째로 높았다. 가계가 막대한 가계부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의 소득이 증가한다고 소비를 늘릴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는 “성장을 했을 때 소득이 늘어나는 것이지,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순환 구조를 비판했다. 또한 그는 “가계의 소득 증가는 우리 경제와 기업에 존재하던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가계소득 증가를 경제체제 밖의 외생적 변수로 생각하는 것이 소득주도성장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 고용자의 임금이 상승한 만큼 당연히 임금을 제외한 다른 부문에서 소비와 투자를 줄이기 때문에 가계소득 증대 정책은 정부의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는 개방화 지수가 높아 소득주도성장에 적합하지 않다. 개방화 지수는 국가 경제의 개방화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수출입 액수를 합한 총무역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것이다. 김 교수는 “2018년 기준 한국의 개방화 지수는 83%로 미국의 27%, 일본의 35%, 중국의 3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연간 해외 출국자 수는 3000만 명에 육박하며 기업의 해외투자는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개방 경제 체제에서는 가계의 소득이 증가한다고 해서 가계의 소비가 국내에서만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다. 가계의 소비가 얼마든지 해외로 흘러나갈 수 있으며, 설사 가계의 소비가 국내에서 이뤄진다고 해도 기업들이 증가한 이윤을 해외에 투자할 수 있다. 소득특위 또한 이 문제에 있어 미흡함을 인정했다. 지난 5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출범 1주년 대학신문 기자 간담회에서 홍장표 위원장은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기업의 국내 투자 유도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뚜렷한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발표된 통계청의 가계 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위의 전체 소득은 0.045% 증가했지만, 1분위의 ‘임금소득’은 하락했다. 소득은 임금소득과 이전소득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임금소득은 근로를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이고 이전소득은 정부 보조금과 같이 생산에 직접 기여하지 않고 벌어들이는 소득이다. 김 교수는 “이 결과는 1분위의 임금소득이 하락했지만, 하락한 만큼 정부의 지원금, 즉 이전소득이 증가해 전체 소득이 소량 늘어난 거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올바른 방향, 잘못된 방법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정책 사이의 조율이나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에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소득특위 또한 지난 2년간의 정책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소득특위는 지난 1월 발표한 정책자료집에 소득분배와 일자리 문제 등 국민이 체감하는 지표의 즉각적인 개선이 미흡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김성현 교수는 “소득특위의 지적처럼 낙수효과의 한계가 온 것은 분명하다. 성장뿐만 아니라 분배와 평등을 중요시할 때가 됐다”며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 또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이 교수는 개인 칼럼에서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재벌을 개혁하는 등의 일 모두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이 문제가 아니라 방법이 문제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과도한 언론의 비판과 정치적 공방은 소득주도성장의 단면만을 보여주고 있다. 홍 위원장은 대학신문 기자 간담회 말미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너무 정치적으로 소비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준구 교수도 같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난은 정부, 여당을 궁지로 모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지 몰라도 위기의 본질적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성현 교수도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언론의 비판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통계에 따라 일자리 증감에 대한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보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고 현재 현상을 제대로 분석할 여력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합리적 비판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과 지나친 정치적 공방은 지양해야 한다.

김 교수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소득주도성장 정책들의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정부에게는 정책을 과감히 수정하려는 자세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임기가 반 정도 남았다. 정부에게 ‘미움받을 용기’와 미움을 극복하기 위한 ‘변화할 용기’가 필요하다.
 

*낙수효과=대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면 덩달아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총체적으로 경기가 활성화된다는 경제 이론.
 

소득주도성장의 선순환 구조
소득주도성장의 선순환 구조
우리 학교 경제학과 김성현 교수
우리 학교 경제학과 김성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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