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 그땐 그랬지 ... 지금은 어떨까
학생운동 그땐 그랬지 ... 지금은 어떨까
  • 정유리 기자
  • 승인 2019.10.07 21:09
  • 호수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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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 다른 사회운동과 균형 맞춰져
대학생 고민과 실천 여전히 계속돼

한국 현대사의 격변 속에서 학생운동은 민주화의 견인차로 우리 사회의 진보를 이끌었다. 지금의 학생운동과는 사뭇 다르게 기억되는 그때를 조명하고, 현재 대학생들은 어떻게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조선시대에도 학생운동을 했다?
대한민국 학생운동의 문화적 근간은 조선시대 유교적 규범과 가치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사대부의 도덕적 본분이었던 간언과 독재 정권의 혹독한 조치에 항거했던 학생들의 투쟁은 정치적 맥락 속에서 이어진다. 조선시대 최고 교육기관인 성균관의 유생에게도 지금 대학생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유생들은 집단적인 의사표시 방식으로 왕에게 유소(儒疏)를 올렸다. 유소를 통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식당에 들어가지 않는 권당(捲堂), 기숙사를 비우는 공재(空齋) 등 지금의 동맹휴교와 같은 집단행동을 했다. 이러한 성균관 유생의 전통은 근대 학생운동의 정신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근대적 의미의 학생과 학생운동은 일제 식민지 시기부터 시작됐다. 학생층은 3·1운동은 물론 6·10만세운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광주학생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광범위한 항일 시위로 발전했다. 이처럼 학생층은 식민 지배 조건 하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한 중요한 계층이었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은 학생운동이 대한민국 건국 후에도 다른 사회운동을 선도하며 각종 의제설정을 담당하는 기반이 됐다.
 

학생운동의 전성기
대학생을 대표하는 학생자치 조직인 총학생회는 정부의 학원 통제에 의해 사라졌다가 부활하기를 반복했다. 유신정권은 정부에 수직적으로 편입되는 학도호국단 체제로 총학생회를 대체하기도 했다. 이렇듯 학생조직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1980년대에 회복돼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지금의 동아리·학회와 비슷한 개념의 이념서클도 학생운동의 중요한 조직이었다. 이념서클의 학생들은 주로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마르크스주의 등을 공부했다. 오제연(사학) 교수는 “이념서클은 학생회와 경합하거나 연합하기도 했고, 이념서클 학생들이 학생회에 진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념서클은 공부한 내용과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을 실천에 옮겨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오 교수는 “이념서클은 운동권이 학생운동을 재생산하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는 글자 그대로 학생운동의 시대였다. 학생운동은 이전까지 주로 상위권 대학과 지방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1980년대에는 훨씬 대중화됐다. 오 교수는 이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생의 수가 양적으로 증가했다. 1980년대 졸업정원제로 입학 정원을 졸업정원의 130%로 늘려, 대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첫 번째 이유를 밝혔다. 다른 이유로는 “5·18광주 민주화운동의 충격을 겪었기 때문에 훨씬 다수의 학생들이 과격하고 치열하게 운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저물어가는 학생운동
활발하게 타오르던 학생운동은 1990년대에 들어서 점차 사그라들었다. 이 배경에는 세계정세의 변화가 있었다.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되고, 공산국가인 중국과 수교를 맺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완화되고 이데올로기 대립이 약화됐다. 또한, 1987년 6월 민주 항쟁의 성과로 6·29 민주화 선언이 공표되면서 한국 사회에 점차 민주주의가 정착됐다. 평화적인 정권 교체와 군부 출신이 아닌 문민정부의 출현 등은 학생운동의 성과였으나 동시에 학생운동의 쇠퇴를 불러왔다. 독재 정권이라는 뚜렷한 외부의 적이 사라진 후, 학생운동은 오히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향성을 상실했다.

학생운동의 쇠퇴에는 내부적 요인도 존재했다. 사회문제에 대해서 깊이 탐구하고 질적인 발전을 이루면서 학생운동은 이념적으로 심화됐다. 학생운동의 이념적 분화는 크게 NL(National Liberation, 민족해방) 노선과 PD(People's Democracy, 민중민주) 노선으로 갈라진다.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NL 노선은 분단문제를 중요시하고, PD 노선은 한국이 자본주의사회로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자본과 노동의 모순을 중요한 문제로 여겼다. 하지만 학생운동이 전개되면서 NL 노선과 PD 노선 사이의 갈등은 물론 각 노선 내에서도 세부적인 분파가 갈라졌다. 오 교수는 이러한 과도한 분파 투쟁에 대해 “학생운동이 현실화되지 못하고 관념화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학생운동은 대중성 결여로 주체가 돼야 할 학생 사회에서 고립됐다. 반미 자주화나 통일지상주의 등 일반 대학생의 현실과 괴리감이 큰 정치투쟁을 지속했다. 1994년 대학 문화그룹에서 실시한 대학생 의식조사결과에 따르면, 총학생회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 ‘학생권익 개선’이 53.44%, ‘학내복지’가 30.16%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1994년 학생들은 이미 총학생회가 자신들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는 분야에서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같은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총학생회의 활동에 대해 △그저 그렇다 △대체로 불만족이다 △아주 불만족한다는 답변이 총 81.94%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은 총학생회의 활동의 문제는 학생들의 무관심(37.14%)에 이어 지나친 정치투쟁(21.22%)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학생운동은 변화하는 시대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학생운동의 약화를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오 교수는 “학생운동은 약화됐지만, 한국 사회의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은 상당히 성장했다. 학생들이 담당하던 넓은 사회문제를 이제 상당부분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이 대신한다. 학생운동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새롭게 정의되는 학생운동
2000년대 이후의 학생운동은 과거 △노동 △통일 △민주화 등 거시적인 의제에서 △불공정·불평등 △다양성 △젠더 갈등 △학내의제로 흐름이 옮겨갔다. 오 교수는 “다른 사회운동이 성장하면서 학생운동이 너무나 과잉된 사회적 책무를 덜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학생들은 불공정·불평등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2016년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추진했지만 이화여대 학생들이 이에 반대하며 시위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정유라 씨의 입시와 학점 관련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화여대 학생들은 86일간 본관 점거를 이어갔다. 최근 대학가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조국 사태이다. 지난 3일 대학로에서 전국대학생연합이 주최한 조국 사퇴 시위가 열렸다. △고려대 △단국대 △부산대 △서울대 등의 학생들이 집행부를 꾸려, 대학별로 개최되던 촛불집회가 처음으로 대학 연합으로 열렸다. 시위에 참가한 익명의 대학생(24)은 “현재 취업준비생으로 취업이 잘 안돼서 심리적으로 힘든데, 이런 불공정한 사태에 너무 화가 났다”고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현재 대학생들은 거대담론이 아닌 일상과 현실에서 느끼는 문제에 맞춰 일어나고 있다. 학생운동의 규모와 파급력은 줄었지만 대학생들의 고민과 실천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캡쳐
1960년 4.19혁명 당시 경기고등학생들 시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캡쳐
ⓒ국가기록원 캡쳐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시기 전남대학교 시위.
ⓒ국가기록원 캡쳐
지난 3일 대학로 대학생연합 조국 사퇴 시위.
사진 | 임서현 기자 soysauce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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