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감성스케치 - '매그넘 인 파리'

매그넘 포토스, 포토저널리즘 정신으로 세상을 기록해
리얼리즘 사진 통해 사회적 문제를 꼬집을 수 있어

여기 리얼리즘 사진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사진작가들이 있다. 바로 ‘사진을 통해서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더불어 ‘사진을 통해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매그넘 포토스 소속 사진작가 40명이다. 기자는 지난 5일 이들의 눈으로 조망한 파리를 엿볼 수 있는 전시회 ‘매그넘 인 파리’에 다녀왔다. 이들이 보여준 파리의 사회는 어땠을까.

매그넘 포토스의 포토저널리즘 정신
전시회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매그넘 포토스 소속 사진작가 40명의 초상 사진을 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매그넘 포토스는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이 있은 지 2년 만인 1947년 4월 미국 뉴욕에서 로버트 카파, 데이비드 사무어, 카르티에 브레송에 의해 설립됐다. 이들은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 속에서도 포토저널리즘과 *르포르타주 정신을 포기하지 않고 이들이 바라본 세상을 기록했다. 우리는 전시회 ‘매그넘 인 파리’에 전시된 이들의 사진을 통해 파리가 겪은 지난 90년간의 변화를 돌아볼 수 있다. 매그넘 포토스의 사진은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 등 파리의 주요 모습을 관광엽서처럼 틀에 박히게 보여주지 않고, 68 학생혁명과 같은 분노와 슬픔이 담긴 파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파리, 전쟁과 가난으로 어두워지다
(1932년~1944년)

작가들의 초상 사진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흰 바탕의 벽지에 사진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는 국가 비무장을 촉구하는 평화주의자의 시위를 담은 데이비드 사무어의 사진 등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전 프랑스의 혼란스러움과 프랑스 해방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1930년대 프랑스는 내부의 정치적 분열, 바깥으로는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스페인의 프랑코 등의 독재체제로부터의 위험에 놓여 있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이런 위협은 현실이 됐고, 프랑스는 결국 독일에 항복했다. 그러나 1944년 8월 25일 4년 만의 암울했던 나치 점령은 끝났고, 파리 시민들은 해방의 기쁨을 만끽했다.
 

도시를 재구성하다
(1945년~1959년)

바로 이어 다음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사진들을 볼 수 있다. 1940년 독일의 침략과 이에 따른 수년간의 상처는 오히려 프랑스인들에게 새로운 의지와 목적의식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 정부는 전쟁의 참화를 딛고 프랑스를 재건하기 위해 노력했고,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부흥해갔다. 그러나 고속경제 성장과 비약적인 현대화는 파리에 다양한 사회 문제를 초래했고, 이에 대한 시위 또한 만연했다. 1958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일어난 독립운동을 두고 프랑스 사회는 양분화됐다. 알제리 독립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과 달리, 식민지배를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도 존재했다. 알제리의 독립을 추진하는 샤를르 드골 장군이 내각에 복귀하려 하자 사진 속 파리 시민들은 이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1958년 파리 시민이 드골 장군에게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담은 에리히 레싱의 사진에서 이 상황을 엿볼 수 있다.
 

낭만의 존재에도 혁명은 계속된다
(1960년~1969년)

루이 16세와 앙투아네트를 교수대로 보냈던 1789년의 프랑스대혁명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혁명과 분규가 파리를 뒤흔들었다. 이런 혁명의 전통 아래서 20세기를 장식한 사건이 68 학생혁명이다. 교육 제도의 부조리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대학 내의 소요에서 시작돼 1968년 5월 소르본 대학에서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대학 당국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폭동진압 경찰을 불러들였고, 학생과 경찰 간의 극렬한 격투에 1000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파업에 가세하면서 68 학생혁명은 정점에 달했다. 브뤼노 바르베는 파리 시내에서 벌어진 시위를 ‘움직임’으로 기록했다. 거리 한복판에 떨어진 최루가스를 피해 이리저리 뛰는 시위대를 빠른 속도감과 예측 불가능한 방향성으로 묘사함으로써 현장의 생생함을 그대로 기록했다.
그리고 뤼퍼블리크 광장까지 행진하는 68 학생혁명 시위대 사진에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시위대의 모습을 통해 경직된 프랑스 관료주의 체제하에 놓인 이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상징적으로 포착했다.
 

오늘날 사진에도 존재하는 파리의 사건들
(1990년~2019년)

파리가 세계의 문화 수도로 발전한 1970년~1989년 시대의 작품을 지나면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프랑스 국기 뒤로 주황빛의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여기서는 파리지앵들의 평범한 일상과 더불어 파리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사고를 볼 수 있다. 지난 4월 15일 노트르담 대성당의 대화재를 보여주는 토마스 드보르작의 사진은 불에 타는 건물 사진일 뿐이지만, 사진 속 건물이 노트르담 대성당이라는 사실이 전 세계 사람들을 슬픔에 빠트렸다.
이처럼 리얼리즘 사진은 우리에게 많은 내용을 전달한다. 우리도 과거를 기억하기 위한 수단이든 다른 이유든 주위의 삶을 사진으로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나중에 소중한 보물이 될 수 있으니까. 아무런 생각 없이 찍은 사진이 어떤 사람에게는 큰 울림이 될 수 있으니까.
 

데이비드 사무어. 국가 비무장을 촉구하는 평화주의자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사무어. 국가 비무장을 촉구하는 평화주의자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에리히 레싱. 1958년 5월 28일 파리 시민들이 드골 장군에게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에리히 레싱. 1958년 5월 28일 파리 시민들이 드골 장군에게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브뤼노 바르베. 파리 덩페르 호슈어 지역에서부터 뤼퍼블리크 광장까지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시위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브뤼노 바르베. 파리 덩페르 호슈어 지역에서부터 뤼퍼블리크 광장까지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시위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르포르타주=어떤 사회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가 아니라 보고자가 자신의 식견을 배경으로 해 심층취재하고, 에피소드를 포함시켜 종합적인 기사로 완성하는 데서 비롯된 말로, 보고기사 또는 기록문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