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벌이’에서 ‘구직관문’까지

기자명 안상준 기자 (mindmovie@skku.edu)

요즘의 대학생이라면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주는 사이트가 수백여 개에 이르고 있으며, 교내나 길거리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전단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학생들에게 널리 생활화되어 있는 아르바이트. 그 아르바이트는 어디에서 유래됐을까.

아르바이트는 본래 ‘노동·업적’을 뜻하는 말인 독일어 ‘Arbeit’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에선 대학생들이 경제적 빈곤에 시달려 휴학하는 일이 늘어나자, 정부와 대학 측이 학생들의 수입원을 만들어주고자 여러 가지 부업을 직접 소개한 데에서 지금의 아르바이트가 시작됐다. 하지만 ‘Arbeit’는 ‘노동’이란 의미이기 때문에 오늘날과는 그 의미가 맞지 않다. 현재 아르바이트를 의미하는 공식 어휘는 영미권에서 사용하는 ‘part-time job’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 발전이 본격화된 1970년대부터 대학생 아르바이트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는 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비벌이를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한국 소비자 보호원 김인숙 선임 연구원은 “당시의 아르바이트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 고학력 학생들이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가정교사 형태의 대학생과외가 많았던 것도 바로 1970년대 무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적 성장이 어느 정도 이뤄진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노동력 부족, 서비스 산업의 발달, 여가 시간의 증대 등으로 인해 반드시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더라도 대학생들이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됐다. 특히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면서 아르바이트생만으로 유지가 되는 사업도 생겨나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아르바이트 활동만으로 자신이 필요한 만큼의 경제력을 충족하는 ‘프리터족’도 그 수가 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선임 연구원은 “프리터족의 처음 개념은 정규직에 취직하지 않은 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속 편하게 사는 소수의 젊은이를 지칭하는 말”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취업이 안돼 임시직만 찾아다니는 대학생들도 프리터족이라 불리기 때문에 처음과는 개념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구직난에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은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매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달 초 서울시가 모집한 아르바이트 자리에 무려 7천3백50명이 몰려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는 것에서 이를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유상현(인과계열1) 군은 “입학한 후부터 경력이 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아보았으나 쉽지 않았다”며 “지금의 아르바이트는 그 의미가 정규직을 얻기 위한 관문으로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르바이트’의 개념과 의미는 계속 변해왔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비 벌이 수단으로 시작된 아르바이트는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일반 학생들의 용돈수입원으로  의미가 달라졌고, 지금은 또다시 의미가 변화돼 정규직을 얻기 위한 경력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수십 년의 역사를 거쳐 이제는 대학생의 어엿한 생활문화로 정착된 아르바이트. 앞으로는 시대에 따라 어떤 의미의 변화를 거치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