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공익사업 속 결사의 자유는 어떤 모습일까
필수공익사업 속 결사의 자유는 어떤 모습일까
  • 오채은
  • 승인 2020.04.20 11:26
  • 호수 16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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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유지업무제도, 공익과 파업권 조화되나
“필수유지업무 노사의 자율적 결정 필요해”

 

대학생과 직장인이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은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출근 시간에 지하철이 몇 시간 동안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철도 노동조합의 파업 소식은 이미 우리 사회에 빈번하게 들려오지만 노동계는 파업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는 공익사업장의 노동자는 결사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받고 있을까? 시민의 공익 보호와 노동자의 쟁의권은 현재 어떻게 조정되고 있을까.

필수공익사업 노동자는 파업해도 출근한다
사회에는 업무가 정지될 경우 공중의 일상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필수공익사업이 존재한다. 필수공익사업에는 △병원사업 및 혈액공급사업 △수도·전기·가스·석유정제 및 석유공급사업 △철도·도시철도 △통신사업 △한국은행사업 △항공운수사업이 포함된다. 각각의 사업은 다양한 하위 업무를 포함하는데, 그중 필수유지업무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철도 사업의 필수유지업무는 운전, 관제, 유지관리 업무 등이다.

필수유지업무제도에 따라 노사는 파업 시 필수유지업무 비율, 필요 인원 등에 대해 필수유지업무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노사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정하고, 파업 시 근로해야 하는 노동자를 지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공익 보호 VS 노동자의 파업권
노동자의 파업권은 헌법의 노동3권에서 보장하는 권리지만, 필수공익사업장의 노동자는 파업권을 일정 부분 제한받을 수 있다. 필수유지업무제도의 취지는 필수유지업무 종사자의 쟁의권 보장과 공익 보호지만, 노동계에서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쟁의권을 제한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필수공익사업 노동자는 필수유지업무의 범위가 너무 넓다고 주장한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필수공익사업의 항목에 남아있는 철도, 도시철도, 석유사업 등은 엄격한 의미의 필수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권고한 바 있다. ILO가 사용하는 ‘필수서비스’ 개념은 우리나라의 필수공익사업과 완전히 대응되는 개념이 아니다. ILO는 필수서비스 외에도 엄격한 의미의 필수서비스, 최소서비스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이에 대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문성현) 신수정 전문위원은 “용어 해석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필수공익사업은 ILO의 필수서비스, 최소서비스 개념을 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특정한 사업들을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하는 것이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한지 논란이 생기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필수공익사업 업무 중 어떤 것을 필수유지업무로 정할 것인지를 노사가 논의하지 않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에서 포괄적으로 규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계에서 필수유지업무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노동조합에서 필수유지업무협정은 특히 중요하다. 신 전문위원은 “필수유지업무를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필수유지업무 비율 등 규정에 자신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는 필수유지업무협정에 집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사의 합의가 어려운 사업장의 경우 필수유지업무 비율은 대부분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른다. 이는 상한선이 없어서 대체로 높게 설정되는 실정이며, 필수유지업무협정도 유효기간이 없기 때문에 한 번 정해지면 개정되는 경우가 적어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하는 철도의 경우, 한국 철도공사 출범 후 최장기 파업이 있었던 2016년의 실제 파업률은 약 33%였다. 당시 KTX의 운행률은 100%였으며, 광역 철도(전철, 지하철)의 운행률은 약 85%였다. 지난해 철도 파업의 경우도 KTX의 운행률은 평시 대비 약 77%, 광역 전철은 82%였다. 대체로 운행률이 낮지 않았다.
 

필수유지업무제도와 대체근로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여부는 노동자의 파업권 침해와 관련해 필수유지업무제도와 함께 자주 논의된다. 일반 사업의 경우 우리나라는 파업 시 노동자의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체근로를 금지하지만, 필수유지업무에 한해서는 파업 참가 인원의 최대 50%까지 대체근로를 허용한다. 2016년 철도파업 당시 필수유지 인원과 대체근로를 합한 인원은 전체 조합원의 약 67%에 해당했다. 이에 대해 신 전문위원은 “필수유지업무제도를 통해 인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대체근로 조항까지 적용하면 파업에 참여할 수 있는 노동자가 별로 없다”며 대체근로는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이중제한이라고 말했다.
 

필수유지업무제도의 파업권 제한 논란, 해결 방향은?
필수유지업무제도는 공익 보호와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의 쟁의권의 조화를 위해 도입됐지만 아직 제도적으로 미흡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노동자들은 필수유지업무제도로 인해 파업의 효과가 떨어져 파업이 장기화되고 잦아진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의 파업으로 인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신 전문위원은 “필수유지업무 비율에 상한선을 설정해야 하고 관련 문제를 최대한 노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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