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오채은 (ohche@naver.com)

성균집단탐구생활 - '영상촌' 하지훈(철학 19) 인사캠 회장

영화를 관람하며 자유롭게 어울리는 촌민의 밤
막연하기만 한 영화 제작 다 같이 할 수 있어

 

우리 학교 학생회관에는 ‘영상촌’이라는 촌락이 있다. 이곳 촌락 사람들은 함께 모여 영화를 보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짐을 잔뜩 싸서 어디론가 떠나기도 한다. “영상촌은 마성의 매력이 있는 곳”이라고 말하는 ‘명륜 촌장’ 하지훈(철학 19) 회장을 만나봤다.

1991년도에 만들어진 영상촌은 우리 학교 중앙동아리로 인사캠과 자과캠 학생회관 3층에 각각 자리 잡고 있다. 영상촌 사람들은 이곳에서 다 같이 영화를 제작하고 관람한다. 하 회장은 “영상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내 손으로 영화라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라고 영상촌을 소개했다.

영상촌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에 동아리 방에서 같이 영화를 관람하고 목요일에는 강의실을 빌려서 영화 제작 스터디를 진행한다. 1학기 스터디에서는 영상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교육하고, 이를 바탕으로 2학기에는 촬영과 편집 등 실무적인 내용을 다룬다. 정기모임과 별개로 영상촌은 매년 전주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며 단합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하 회장은 “영화제 참석은 주로 2박 3일 일정으로 MT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때문에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참석은 하지 못할 것 같고, 2학기 때도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을 바라고 있지만 안 될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양 캠퍼스별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영상촌은 연말에 모든 부원을 모아 ‘촌민의 밤’을 개최한다. 촌민의 밤은 부원들이 만든 영화를 관람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지난해 촌민의 밤에서는 부원들끼리 자체적으로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을 정해 연극 쿠폰을 주기도 했다. 하 회장은 “촌민의 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 같이 어울리는 시간”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영상촌은 신입 부원으로부터 모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화를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하 회장은 “영화 촬영이 한없이 길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동선을 잘 생각해서 미리 계획을 세워야한다”며 “촬영 자체는 2~3일 만에 끝내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촬영 중 힘든 점으로 무거운 장비를 옮기거나 촬영 시 생각지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하 회장은 “촬영할 때 사용하는 마이크에는 작은 소음도 쉽게 녹음돼서 현장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일일이 촬영에 대한 동의를 구한 적도 있었다”며 힘들었던 경험을 회상했다.

하지만 영상촌은 하 회장에게 힘들기만 했던 곳이 아니다. 그에게 영상촌은 ‘애증의 존재’다. 하 회장은 “힘들었던 경험에도 불구하고 영상촌에 남아 있는 건 영상촌이 나에게 귀중한 경험을 줬기 때문”이라며 “영상촌 활동을 통해 막연하기만 했던 영화 제작을 실현한 것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장에 존재하는 변수들이 촬영을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오히려 예측하지 못한 그림이 재밌을 때도 많다”며 영상 제작의 매력을 전했다.

하 회장은 영상이나 영화 제작에 관심 있는 학우라면 누구든지 영상촌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한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다음 학기에는 학생회관에 있는 촌락의 문이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지난해 1학기 영상촌 부원들이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하지훈 회장 제공
지난해 1학기 영상촌 부원들이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하지훈 회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