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앵글 속 다시 태어난 좀비
카메라 앵글 속 다시 태어난 좀비
  • 안준혁 기자
  • 승인 2020.11.30 17:32
  • 호수 16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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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목원 프로덕션 디자이너

허구의 좀비를 구현하기 위해 세부묘사에 더 신경써

<부산행>과 <반도>, 서사적 배경의 차이 잘 드러나도록 노력해

 

‘좀비물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통설은 이제 옛말이다. <부산행>은 한국형 좀비 영화의 청신호를 울렸고 그 후속작 <반도>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최근에는 <킹덤>과 <#살아있다>가 국내를 넘어 해외 넷플릭스 이용자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좀비는 카메라에 담기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칠까? <부산행>과 <반도>의 좀비를 실감나게 담아 스크린에 전달한 이목원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좀비를 디자인하다
“저는 추상적인 감독의 생각과 시나리오를 물리적으로 카메라에 담는 모든 과정을 담당합니다.” 이 디자이너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렇듯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배경 △분장 △소품 △의상 등을 포함한 영화의 시각적인 영역을 총괄한다. 관객이 가상의 공간을 실제 장소처럼 느끼도록 세트장이나 소품을 구성하는 것이다. “<부산행>은 처음 작업한 좀비 영화였는데, 재밌는 시도였고 반응도 좋아서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흔한 시도가 아니었다고 한다. <부산행> 개봉 전에는, 한국 대표 좀비 영화를 쉽게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좀비물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 디자이너는 “작업을 위해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비롯한 여러 외국 좀비 영화를 봤어요. 좀비가 휩쓸고 간 배경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기 위해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같이 오랜 시간 방치된 장소를 참고하기도 했죠”라고 말했다. 좀비 떼의 출현으로 문명이 무너지는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상황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은 까다로운 과정이라고 한다. 특히 좀비 영화는 장소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부산행>의 경우 실제 KTX와 역을 빌릴 수 없어 거의 대부분 세트를 이용해 촬영했어요. <반도>의 경우 배경이 <부산행>의 4년 후 폐허가 된 대한민국이었기 때문에 전부 CG를 이용해 배경을 만들었죠.”

격변의 <부산행>, 폐허가 된 <반도> 
좀비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는 우글거리는 좀비 떼와 맞서 싸우는 장면이다. “<부산행>을 작업할 때 실제 KTX 객실 사이즈보다 조금 더 크게 세트를 만들어서 좀비와 배우들의 움직임이 자유로울 수 있게 했어요. 그리고 좀비와 싸우는 역동적인 장면을 찍기 위해 벽면과 천장을 아예 탈착할 수 있도록 세트를 만들었죠.” 실제 역을 빌릴 수 없어 <부산행> 속 대전역은 비교적 한산하고 여분의 철로가 있는 삽교역을 빌려 세트 촬영을 진행했다. 

<부산행>과 <반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서사적 배경에 있다. <부산행>은 좀비 아포칼립스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라면 <반도>의 경우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삼는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멸망 이후 세계를 그리는 서사를 의미한다. 이러한 특성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반도>는 ‘방치’에 주목해서 배경을 만들었다. <반도> 속 백화점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술래잡기 장면’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배경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해당 백화점 장면은 연상호 감독이 보여준 태국의 버려진 쇼핑몰 사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디자이너는 “노후한 시설로 무너진 지붕에 빗물이 고여 물고기가 살고 있었어요”라며 “백화점이라는 인공적인 공간에 생명체가 살고 있는 이질적인 느낌이 좋았죠”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질감이 주는 매력을 좀비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공들여 세트를 만들었어요.”   

좀비 영화를 향한 영화계의 인식 변화
한때 좀비물은 B급 영화의 상징이었다. “좀비물이 B급 영화로 많이 나온 이유는 예산과 연출 때문이에요. 이전 좀비물은 죽는 장면도 단순하게 표현하고 넘어가는 등 세부묘사를 강조하지 않았어요.” 실제로 많은 예산을 들인 <월드워Z>나 <28일 후>와 같은 좀비 영화들은 놀라울 정도의 CG나 섬세한 연출을 사용한다. “<부산행>과 <반도> 역시 연출에 신경 써 좀비가 창궐한 무대를 더 진짜같이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부산행>과 <반도>의 배우들 모두 전문 안무가와 함께 오랜 훈련을 거치며 좀비의 몸짓을 세부적으로 묘사하는데 힘썼다.  

영화계는 한국에서 좀비 영화가 성공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부산행>은 이러한 예상을 깨고 흥행에 성공했다. “<부산행> 이후로 감독님들과 투자자들의 관점이 확장된 것 같아요. 영화계에서 다루는 소재의 제약이 줄어들었고 저 역시 다양한 작업을 할 기회가 생겼어요.” 오늘날 한국의 좀비물은 이전보다 더 세부적인 설정의 연출을 시도하고 있다. <부산행>과 <반도> 이외에도 다양한 설정의 좀비가 스크린에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보자.

 

ⓒ이목원 디자이너 제공
ⓒ이목원 디자이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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