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가 세계 곳곳에서 사회적 삶을 과격하게 해체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러 편의 응모작들이 사회적 삶은 가능한가 하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동물이나 우주 생명체가 등장하는 몇 편의 소설이 눈에 띄는데, 인간적인 관계라든가 사회적 삶의 회복에 대한 갈망과 상통하는 문제의식을 눈치챌 수 있다. 퀴어적인 관계성을 다룬 몇몇 작품은 사회적 삶의 근간이 사랑과 받아들임이라고 바라본다. 그러나 끊임없이 관계가 지연되거나 죽음 뒤에야 이야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야말로 냉혹하기 그지없다. 어떤 주인공은 연구비를 착복한 지도교수를 살해하는 대학원생이기도 하고, 소음으로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온 이웃의 자살에 안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사살된 적군의 휴대폰이 연결해 줄지도 모를 관계와 정보를 그린 소설도 눈길을 끈다. 

그밖에도 여러 편이 깊은 인상을 남겼으나 안타깝게도 최우수작을 꼽지 못했다. 작년보다 40%나 증가한 총 59편이 응모하여 기대와 반가움이 앞섰으나 각자의 독특한 색깔이 보이지 않는 것은 당혹스러운 대목이다. 후보작에서조차 타인의 얼굴이 사라진 것이 상상력의 빈곤에서 비롯된 문제인지 혹은 소설이라는 장르에 종언을 고하는 현상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심 끝에 우수작 1편, 가작 2편을 가렸다. 

<태엽 장치 돌고래>는 상품성 없는 천덕꾸러기 돌고래와 교감을 나누는 초보 훈련사가 결국 돌고래를 죽음으로 내모는 장본인이 된 아이러니를 그렸다. 소통과 연대의 감성조차 자본주의적 이윤의 추구에서만 쓸모를 갖는 것은 비단 아쿠아리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상투적인 일면이 엿보이는 한계가 있으나 소설이 시간의 장르라는 점을 의식했다는 점에서 우수작으로 꼽는다. 

<난춘>은 가난한 연인들인 남녀의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 소설은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각자의 외로움을 안은 채 견뎌 가는 지난한 청춘을 그리고 있다. 뚜렷한 사건이나 사연이 보이지 않지만 따스함이 깃든 동통이 여운을 남긴다. <심연>은 독거노인의 자살을 통해 매뉴얼화된 사회 복지 시스템과 그 속에서 듣고 느끼는 능력을 상실한 우리 모두 사회적 타살의 공범자임을 일깨운다. 이 소설 역시 청춘의 자화상을 조심조심 소묘한 미덕 못지않게 이야기를 끌어올리는 힘이 아쉽다. 

박진영(국어국문학과)·이혜령(동아시아학술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