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지우 편집장 (wldn9705@skkuw.com)

요즘 필자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코린이’다. 코딩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코딩을 막 시작한 초보라는 뜻이다. 심지어 수강하는 강의도 ‘딥러닝 유치원생을 위한 입문 강좌’다. 주식을 처음 시작하면 ‘주린이’, 헬스에 익숙지 않은 이들을 ‘헬린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O린이’는 특정 분야의 초보를 지칭한다. 보고만 있어도 귀여운 아이들을 표현하는 언어로 내 특성을 표현하는 일이 많은 사람에게 재미로 다가오는 듯하다. 미디어와 상품명 등에 사용된 사례가 즐비하다. 최근 공공기관에서도 ‘O린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까닭이다. 지난달 23일 서울문화재단이 다가오는 어린이날을 기념하며 “첫 도전과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는 ‘O린이’ 인증사진 찍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첫 도전을 시작하는 우리는 모두 어린이!”라는 설명이 포스터 중앙에 배치돼 있었다. 

하지만 이벤트 시작 하루 만인 24일, 캠페인은 갑작스레 종료됐다. SNS를 중심으로 ‘O린이’는 어린이는 미숙하고 불완전하다는 의미가 담긴 표현이라며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서 아동 혐오 표현을 어린이날 캠페인에 쓰고 있다는 한 트위터 이용자의 비판 글은 1300회 넘게 공유되기도 했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O린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로 유통되는 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고 한다. 

필자도 전혀 몰랐다. ‘딥러닝 유치원생’이라는 강의명을 보며 재밌다고 웃기도, ‘코린이’라는 말의 어감을 귀여워하기도 했다. 악의 없이 즐긴 언어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이라는 것에 대해 무지했던 것이다. 

약자의 언어를 빼앗아 자신을 포장하는 것은 잘못됐다. 이전에 ‘결정장애’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 있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그 표현을 지적하는 사람이 전혀 불편한 게 아니다. 잘못된 언어를 사용하는 일이 얼마나 배려 없는지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다. ‘O린이’라는 표현 역시 어린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심함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아직 주된 의제는 아니지만, 이제는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와 보다 많은 사람에게 공유돼야 할 시점이다. 

모든 규격이 어른에게 맞춰진 사회에서, 어린이는 미숙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린이를 어른의 관점에서 본다. 어린이는 어린이의 세계를 산다. 한 소설에서 첫사랑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어 하는 12살에게 성인이 ‘너가 사랑을 아냐’며 웃자, ‘12살도 12살의 세상이 있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온 것처럼 말이다. ‘어린이’라는 단어는 젊은이, 늙은이처럼 독립된 개인을 말한다. 성인보다 작고 어린 존재라는 말은 성인보다 능력적으로 미숙한 존재라는 말과 등치하지 않는다. 초보처럼 그 자체로 미숙함을 뜻하는 단어를 ‘O린이’로 갈음할 수 없는 까닭이다. 언어는 정확해야 한다. 어린이는 주식이나 골프, 코인을 하지 않는다. 어린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어리다’는 특성에서 온 단어다. 그 점이 ‘젊은이, 늙은이’와의 유일한 차이점이다. 같은 맥락으로 ‘늙은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에도 신중해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에는 분통을 터뜨리는 어른을 찾기는 아주 쉽다. ‘O린이’에 대한 표현을 주저 없이 사용하며 자신을 귀엽게 포장하는 어른들을 찾는 것도 아주 쉽다. ‘그냥 재미있고 귀여워서 ‘O린이’라는 표현을 쓴것뿐인데, 이게 차별이나 혐오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초보’라는 적확한 단어를 사용하자. 다가오는 어린이날 선물로 이것부터 시작해보자. 어린이를 약자로서 ‘보호’하는 일과 어린이의 세계를 마음대로 지칭하는 ‘간섭’하는 건 다르기 때문이다. 

김지우 편집장 wldn9705@skkuw.com
김지우 편집장 wldn9705@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