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혜리 기자 (hyeeeeeli@gmail.com)

대선 D-85, 이재명 후보·윤석열 후보 지지율 박빙인 상황

2030, 높은 무당층 비율 기록하며 캐스팅 보터로 대두돼

20대 대통령 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보들은 *‘캐스팅 보터로 불리는 2030세대를 연일 호명하고, 전국을 돌며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등 '청년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볼까? 후보들은 청년을 위한정책을 내고 있을까? 후보들의 최근 동향을 바탕으로 현재 뜨겁게 다뤄지고 있는 청년담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살펴봤다.

2030의 표심은 어디로

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12월 첫 주 데일리 오피니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비율은 18~29세에서는 46%, 30~39세에서는 26%에 달했다. 해당 조사의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호의적인 40~50,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호의적인 60~70대에 비해 20~30대는 유독 무당층 비율이 높다. 지지하는 당이 없다는 것을 단순히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 때문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으로 답한 이들에게 평소 정치에 관심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물었을 때 긍정적(많이 있다, 약간 있다)으로 답한 이들은 무당층의 48%, 부정적(별로 없다, 전혀 없다)으로 답한 이들과 같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처럼 대선정국을 관심 있게 지켜봤으나 지지하고 싶은 당이 없는 청년들도 존재한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우리 학교 A 학우는 "완전무결한 정치인은 없다고 생각해 그나마 상식적인 후보를 뽑을 생각인데 아직 잘 모르겠다"며 난처함을 표했다. 김재영(전기전자 14) 학우는 "청년들은 좀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바라는데 기성 정치인들이 너무 많은 실망을 안겨줬다""무당층 비율이 높은 건 당연한 결과"라고 답했다. 2030 세대는 지지하는 후보가 있어도 지지 강도는 가장 낮은 편이다. 9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리포트에 따르면 차기 대선에서 지지후보가 있는 응답자 중 18~29세의 69%, 30~39세의 52%가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청년들의 표심이 이번 대선의 당락을 쥐고 있다는 뜻이다.

 

앞다퉈 내놓는 청년정책

대선후보들은 교육 복지 주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내놨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의 청년 우선 배정’, ‘연간 200만 원 청년 기본소득 지급등 대표적인 기본 시리즈에서 파생된 정책들은 물론,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확대’, ‘학점 비례 등록금제등을 내세운다. 윤 후보는 신혼부부를 위한 역세권 첫 집 주택 공급’, ‘청년 가구를 위한 원가주택 공급등 청년을 위한 주거 정책과 함께 취약 청년에게 청년도약보장금 지급’, ‘대입 정시 비중 확대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모든 20세 청년에게 3000만 원 청년기초자산지급 보증금 제로 청년 공공임대주택공급 자발적 퇴사자에게 구직급여 3회까지 지급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공공보육 이용률 70% 달성 공적연금 개혁제 도입 입시 기회의 공정 실현 준모병제 도입 청년안심주택·초장기 모기지론 도입 등 '펜타곤 청년정책'을 발표했다. 이처럼 다양한 측면에서 청년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후보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국회에서 대학생 보좌관으로 활동했던 20대 채모 씨는 "정치권에서 청년들이 관심을 두는 암호화폐 관련 법을 개정하려고 하는 등 청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반면 정책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의견도 있다. 우리 학교 B 학우는 후보들의 현금 지원 공약에 대해 당장 현금을 지원받으면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에 자기계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재원 조달이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것이다.

 

계속되는 청년 행보뒤에 따라붙는 질문들

후보들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지역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청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몇몇 공약은 계속해서 구설에 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금 지원 공약에 대한 2030 세대의 반응은 좋지 않다. 지난달 한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8~29세는 차기 정부에 가장 바라는 정책이 부동산정책(39.5%)과 경제 활성화(35%), 일자리 창출 및 실직자 지원(11.1%)이라고 답했다. 반면 현금 지원 공약과 같은 복지와 재난 구제를 응답한 비율은 0%였다. 30대 또한 부동산정책(31.5%)과 경제 활성화(35%)가 우선이라고 답했고, 복지와 재난 구제를 바라는 응답자는 8%에 불과했다. 우리 학교 정치외교학과 조원빈 교수는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들의 자원이 충분하지 않고 취직이 어려운 상황에서 현금 지원 공약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후보들이 가진 문제의식에는 동의하나, 내세운 청년정책이 많다 보니 제시한 정책들의 실효성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 후보들의 행보에 있어 청년 여성의 목소리가 지워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A 학우는 "청년을 위한 정책이라고는 하지만 그 안에서도 엄연한 성차별이 이뤄지고 있다""청년정책들이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학우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등장하는 의견 또한 청년의 목소리인 건 맞다면서도 청년 전체의 목소리로 과대표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최근 상대적으로 청년 여성들에게 친숙한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지난달 CBS와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의 여성·청년정책에서의 공백이 눈에 띄었기 때문에 영입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성폭력 무고죄부터 시작해 현장에서 어떤 종류의 문제가 일어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년정책과 해석 모두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때

청년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이번 대선에서 청년 표가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청년 세대는 대선 이후의 변화를 정면으로 맞닥뜨릴 미래 세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B 학우는 청년들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대통령이 되면 현실적으로 어떻게 청년이슈를 비롯한 사회문제를 해결할지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후보들의 문제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겨레와 케이스탯리서치가 지난달 시행한 조사를 보면, 20대는 대선 투표 결정 요인 1순위로 정책·공약(33.8%)을 꼽았다. 30대에서도 정책을 보고 투표를 하겠다는 응답이 30%를 넘겼다.

전문가들은 청년정책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조 교수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는 복지·교육정책과 청년정책을 같이 구상할 때 비로소 청년들이 부딪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큰 이변이 없다면 ‘2030 표심잡기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후보들은 청년 인재를 분주하게 영입하며 청년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4다이너마이트 청년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를 발족했고, 이번달 7일에는 간호사, 소셜벤처 기업인 등 당내 20대 청년을 1차로, 12일에는 보호종료아동, 청년 주거 등의 분야에서 활동할 청년들을 2차로 영입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중앙선대위 산하의 다양한 본부와 부서에 배치돼 활동할 청년보좌역공개모집을 마쳤다. 윤 후보는 윤석열 정부는 청년 친화적 정부가 될 것이라며 청년은 선거 때 쓰고 버리는 정치적 액세서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정의당은 청년 선대위’, 국민의당은 청년 내각을 출범한 상태다. 조 교수는 단순히 청년을 대상화하기보다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해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시적인 표심이 아니라 모두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비전 제시가 필요한 이유다.

 

캐스팅 보터=두 당파의 세력이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표결을 좌우할 나머지 표인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이를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