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보다 먼저 올해 우리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들을 환영합니다! 여느 대학과 달리 2월 말에 개학을 하여, 다들 선잠에서 깬 듯 약간 힘들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영국 속담처럼, 우리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입학식도 제대로 못하는 요즘 같은 시절에 도대체 무슨 기회?” 이런 반문을 하는 이도 있을 법합니다. 실제로 학생들과의 “안녕?”이란 인사가 이토록 절실한 때가 없었고, “잘 지내느냐?”는 물음조차 가끔 공허하게 여겨집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본인이나 가족의 건강이 걱정스럽고, 경제적 어려움 등 사회 곳곳의 고통도 너무나 크니까요. 오래도록 교정에서 학생들의 온기가 사라졌으니……. 예전에 꿈꾸던 대학생의 자유나 낭만은 정말 언감생심이었을 터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험 생활을 했던 신입생들의 애로야 이루 말할 수 없겠지요. 저 역시 여러분들과 함께 이와 같은 현실을 무척 안타까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학을 맞은 지금 여러분들에게 희망을 말하고 싶습니다. 『순자(荀子)』와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나오는 일화인데, 공자는 군자(君子)도 걱정을 하느냐는 제자의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고 합니다.

군자는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그런 바람 자체를 즐기고, 그 뜻을 이루면 또 그것을 잘 간직하고 있음을 즐거워한단다. 그러므로 군자는 항상 즐겁고 단 하루도 근심하지 않아. 소인(小人)은 그 반대이지. 바람이 있으면 그것을 아직 이루지 못해서 걱정하고, 구한 바를 얻고 나서는 또 그것을 잃어버릴까 근심하니 말이야. 따라서 늘 걱정만 할 뿐 어떤 날도 즐겁지 않단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인가요? 그래도 우리 성균관대학교의 학생이라면, 이런 공자의 가르침을 되새겨봄 직합니다. 어쩌면,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 오히려 이 말의 의미를 잘 알 듯도 합니다. 고달픈 입시생이었을지언정, 지금 돌이켜 보면 당시의 꿈이 그 자체로서 소중했지 않은가요? 물론 대학에 들어온 뒤에도 여전히 숱한 난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여러분들에게 어떤 바람이 있기 때문이고, 그렇다면 이것 역시 즐길만하지 않나요? 우리들은 마냥 걱정하는 어리석은 “소인”이 아니니까 말입니다.

현실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우리는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개인적으로 마음의 여유를 갖는 일이고, 사회적으로는 역사를 중시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현재 삶의 조건은 과거에 비하면 조금이나마 나아진 편 아닌가요? 혹 그렇지 않다고 여기는 이도, 어떤 면에서 좋은 점이 있음은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진보가 분명히 뭔가를 꿈꾸고 또 그것을 이루어 간직하기를 즐긴 “군자”들 덕분이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성균관 유생(儒生)도 아닌데, 뜬금없이 공자 말씀?” 이렇게 비웃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널어놓는 저를 ‘꼰대’로 치부해도 좋습니다. 그래요, 공자가 살던 시대와 현대 사회가 매우 다를뿐더러 저와 여러분들의 경험이 상이한 만큼 서로의 생각은 같을 리 없습니다. 기실 사회란 본래 이처럼 다른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입니다. 그리고 대학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견해 차이를 최대한 드러내며 진리를 구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그 결과 합의를 이룰 수도 있으나, 각자의 입장이 한층 뚜렷해진 채 끝나도 괜찮습니다. 이 과정에서 모두 자신의 뜻을 꿈꾸며 즐겼으니까요. 또 이 꿈을 이루어 간직하면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여러분들에게는 아직 충분히 남아 있답니다.  

오랜 기간, 다들 참으로 힘겹게 살며 버텼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개학 풍경도 웃음 가득한 학생들로 북적이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 각기 꿈꾸었던 대학의 모습을 만들고자 노력해 봅시다. 이제 학교도 대면 수업 원칙으로 바꾸었다니 기대가 큽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한동안 잃어버렸던 교실과 교정의 활기를 되찾고 싶습니다. 찾아보아요, 유구한 전통의 성균관대학교에는 공자와 같은 옛 사람들까지 가까이 있답니다. 그들도 흔쾌히 이 계절처럼 화사한 ‘청춘’을 지혜롭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하원수 교수 문과대학.
하원수 교수 문과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