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하진 (noterror0404@skkuw.com)

취재 후기를 작성하기 위해 수습일기를 다시 열어봤다. 내 수습일기는 이미 준정기자분들의 수습일기들에 밀려 저 아래에 있었다. 신문사에서 제대로 활동한 기간은 한 학기밖에 되지 않지만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난 느낌이다. 몇 년 전에 써놓고 까먹은 일기를 구경하듯 나의 거창했던 포부를 읽어내려갔다. 내 이름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기사, 그것을  나의 이름를 쌓아가는 첫 단계로 생각하고 내 이름에 실례가 되지 않도록, 내 이름에 걸맞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이 적혀있었다.

성대신문 홈페이지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면 총 16개의 기사가 나온다. 숫자로 표현하니 그 의미가 와닿지 않는다. 숫자는 이 기사들을 쓰기 위해 쓰인 시간과 노력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한다. 여기에는 내 시간과 노력뿐만 아니라, 기사를 쓰기 위해 컨택한 인터뷰이분들, 한글 파일에 담겨있는 글을 지면으로 바꿔주신 디자이너님, 그리고 문건부터 완고까지 모든 단계를 검토한 신문사 일동의 기여도 담겨있다.

그럼에도 가장 자랑스러운 기사를 말해보라 하면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부끄럽지만 나는 내가 글을 꽤 쓴다고 자신하며 살아왔다. 신문사 활동을 하며 그 믿음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어떤 글이 잘 쓴 글인지, 더 나아가 좋은 ‘기사’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때로는 자신감이 바닥을 친 나머지 문건에 손대기조차 괴로워 한글 문서창 앞에 앉아 푹푹 한숨만 쉰 적도 있다.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깨지기 쉬운 사람이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게 겨우 몇 달 전 이야기다.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나름대로 여유가 좀 생겼다. 이번 기사를 준비하며 실감했다. 이게 소위 말하는 ‘짬바’인 것인가. 나에 대한 기대를 조금 내려두고 어떤 내용을 다루면 좋을지, 무엇을 어떻게 고치면 좋은 흐름을 만들 수 있을지 다른 기자들과 의논하며 함께 길을 찾아가고 있다. 혼자 부담감을 끌어안고 끙끙대는 것에서 꽤 발전한 모습이다.

고충은 남아있다. 신문사 활동을 하며 나름대로 기사로서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바가 있다. 독자들이 읽고 싶어야 하고, 읽고 난 후 독자에게 어떤 형태로든 남을 수 있어야 비로소 기사다. 거창하게 말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내 기사가 이에 부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기사는 그를 향한 첫발이다. 그럼 그전까지는 무엇이었냐고? 감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하자. 포석이 제일 중요한 법이다.

자, 다시 물어본다. 나는 내 이름에 걸맞았는가? 조금 망설이는 목소리로 나는 예, 라고 대답할 것이다.

김하진 기자 noterror0404@
김하진 기자 noterror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