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도연 기자 (dlehduslee@naver.com)

 

반촌사람들 - '서화커피' 이경희(31) 사장


한국 전통의 미가 곳곳에 서려 있는 카페  

손님들이 서화라는 이름처럼 풍년을 만나길

 

혜화역 3번 출구를 나와 뒤쪽 골목을 거닐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 옛 정취 가득한 한옥 카페가 있다. 고양이들과 섬세한 인테리어가 손님들을 맞아주는 곳, 바로 서화커피다. 추웠던 지난 17, 유난히 따스했던 서화커피에서 이경희(31) 사장을 만났다.


서화커피는 201911월 무렵 주택들이 자리 잡은 골목에서 시작됐다. 이 사장은 다른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다 사촌인 신혁재(31) 사장과 동업하면서 혜화역 근처에 더 큰 가게를 열게 됐다. 카페를 열 장소로 한옥을 선택한 계기를 묻자 그는 처음부터 한옥 카페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카페가 들어설 장소를 찾다가, 지금의 서화커피 자리에 있던 한옥을 봤어요. 보자마자 마음에 쏙 들어 한옥 카페를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계약 당시의 한옥은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아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지저분했다. 한옥에서 카페를 열기 위해 두 사람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원래 한옥에서 살릴 수 있는 부분은 살리고 보수가 필요한 부분은 고쳐나갔다대부분의 보수를 직접 해서 힘이 배로 들었지만 지금 가게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개점 이후에도 보수할 곳이 생기면 계속 보완하고 있다. 그는 한옥 특성상 계속 관리가 필요하다손이 많이 가지만 손님들께 한옥 특유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고 싶어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게에 대한 두 사람의 애정 덕분에 카페 곳곳에서 그들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사장은 인테리어 역시 꼼꼼히 손봤다고 말했다. “옛 한옥의 이미지에 맞는 소품들을 하나하나 구했어요. 전통 그림, 글귀, 소품들을 가게에 배치하고 가게 내부 대부분에 목재 소재를 사용해 손님들이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죠.” 이런 두 사람의 세심한 노력이 서화커피를 한옥 특유의 포근함과 한국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웠다.


두 사람은 가게 오픈 후 예상보다 빨리 장애물을 마주했다. 가게를 열자마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이 사장은 가게를 열 당시에는 특별한 걱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가게가 찾기 힘든 골목에 있어도 오픈하자마자 손님분들이 많이 찾아주셨어요. 따로 홍보하지 않았는데도요. 그런데 오픈 며칠 만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많은 손님이 머무시기는 힘들어진 것 같아요.” 여의치 않은 상황에도 가게를 찾는 발길은 이어지고 있다. 그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꾸준히 손님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손님들 덕분에 힘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게 이름인 서화의 뜻에 관해 묻자 이 사장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글씨와 그림을 아울러 말하기도 하고 풍년이 들게 하는 꽃이라는 의미기도 하다고 답했다. “서화의 의미처럼 가게에 문구와 그림들을 걸어놨어요. 또 손님들께 풍년처럼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는 의미에서 서화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죠.”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사장은 처음 취지 그대로 누구나 즐기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 중 어르신들은 옛 추억을, 젊은 분들은 할머니 집에 온 것 같은 포근함을, 외국인 분들은 한국의 특색을 느끼고 가신다인종·나이 상관없이 누구나 이 공간에서만큼은 온전한 행복감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로 모두가 지쳤지만 서화커피에서만큼은 계절마다, 날씨마다 색다른 한옥의 아름다움을 즐기면서 힐링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통적인 멋이 녹아 있는 특별한 공간에서 맛있는 커피와 다과를 즐기고 싶다면 서화커피를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서화커피 내부.
사진 이도연 기자 doyeon@
서화커피의 이혁재, 신경희 사장.
사진 이도연 기자 do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