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가현 (dreamer7@skkuw.com)

 주어진 지면을 채우는 건 정해진 시간 동안 연설하는 것과 같다. 대중이 나의 목소리를 읽느냐 듣느냐,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신문사에서의 생활은 실수하더라도 실언할 수는 없는 작은 지면 속에서 ‘어떻게 하면 가치 있는 소리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 시간이었다.
어쩌면 내 손에 들린 게 카메라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감사하게도 신문을 펼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곤 하는 사진을 찍는 게 내 일이었다. 성대신문 수습기자로 시작해 사진부 준정기자를 지나 뉴미디어부 정기자가 되기까지 펜을 드는 시간보단 뷰파인더에 세상을 담는 날이 더 많았다. 신문사에서 일하는 동안 수천 장의 사진을 찍었다.

 내 바람은 오직 하나였다. 오래돼 부품이 몇 없는 신문사 카메라가 성대신문의, 우리 대학 학우들의, 이 땅에 살아가는 청년들의 눈이 되는 것. 카메라를 들고 있는 동안 많은 걸 봤고 보여줬다. 시각면부터 모모이, 보도사진과 기사 사진까지 무엇 하나 쉬이 내보인 게 없다. 신문 한 부의 무게는 민망할 정도로 가볍지만, 지면을 채우기 위한 기자단의 노력과 책임, 줄곧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는 가볍지 않았다.

 그러니 한번 물어 성찰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께, 제가 보여드린 세상은 마땅했습니까?

 수습일기를 쓰던 시절, 나는 신문사 생활을 여행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 표현 그대로다. 카메라를 들고 곳곳을 누벼야 했던 내 일은 여행과 다를 바 없었다. 모든 부서의 취재를 한 번씩은 함께했고, 촬영 동행을 위해 몇 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는가 하면 사진 한 장 때문에 먼 도시를 다녀왔다. 카메라를 들지 않았더라면 할 수 없었을 경험이다.

 그리고 이젠 여행이 끝나가고 있다. 나의 글도, 사진도, 지면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금 쓰는 취재 후기는 어찌 보면 나만의 여행 에세이다. 남들이 배낭 가방 메고 산과 바다를 돌아다니는 동안 나는 카메라를 들고 취재 현장을 쫓아다녔고 그것이 나의 20대였으며 여행이었다.
신문사에서 일하는 동안 사진 없는 글은 쓰지 않았던 내가, 이제는 내 얼굴을 걸고서 문장을 잇고 있다. 이 모든 배움과 기회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여행의 끝에서….

 

김가현 기자 dreamer7@
김가현 기자 dreame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