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주민정 기자 (0316jmj@naver.com)

공평과세를 위한 선조들의 오랜 노력
세금의 역사, 조세박물관서 만나보다

 

지난 3일 제56회 납세자의 날을 맞아 이승기, 조보아를 비롯해 1000여 명의 모범납세자들이 선정됐다. 기자는 납세자의 날을 맞아 국세청 바로 옆에 있는 국립조세박물관에 다녀왔다. 국내 유일의 세금 전문박물관인 조세박물관은 국민에게 세금의 중요성을 알리고 국세행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설립된 공간이다. 국립조세박물관에서는 어떤 조세 이야기를 들려줄까? 


스포츠와 세금의 연결고리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스포츠와 세금’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기획전시실이 기자를 맞이했다. 스포츠 발전의 무대가 됐던 경성운동장, 태릉선수촌 등에 대한 설명 옆으로 일제강점기 시절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종목에서 우승을 했던 손기정 선수에 대한 전시가 있었다. 우승 후 손기정 선수는 세무사를 찾아가 “내가 한평생 많은 혜택을 국가로부터 받고 살았는데, (상금으로) 세금을 먼저 내야지”라고 했다고 한다. 개인의 성취로 그치지 않고 국가에 상금의 일부를 세금의 형태로 환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손기정 선수의 태도를 통해 세금의 중요성과 의의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조금 더 옆으로 걸어가니 손흥민, 김연경 선수의 간판 사이로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실제 연봉과 세금, 세금이 부과되는 방식이 전시돼 있었다. 전시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며 수많은 스포츠 스타나 대회를 통해 얻은 세금 등은 결국 또다시 스포츠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근대 이전의 조세 현장을 살펴보다
기획전시실을 지나고 나니 세금의 과거를 주제로 한 전시관을 마주할 수 있었다. 각종 고문서와 모형을 통해 고조선부터 삼국, 통일신라, 발해, 고려, 조선, 근대까지의 조세제도를 안내하고 있었다. 조선 시대의 공법, 대동법, 균역법 등 우수한 조세제도를 살펴보며 오랜 시간 동안 공평과세를 위해 노력해온 우리 선조들의 위대함이 느껴졌다. 

 전시관의 한 가운데에는 균역법을 실시한 영조의 사진과 함께 영조가 당시 경제업무를 담당했던 호조에게 내린 현판이 걸려 있었다. 현판에는 ‘균공애민 절용축력(세금을 고르게 하여 백성을 사랑하라)’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세금의 역사를 훑어보며 농경사회부터 근대까지 세금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왔지만, 국민들의 조세 부담을 덜고 세금을 고르게 걷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금 그리고 국세청의 현주소
 세금의 과거를 둘러보고 오른쪽으로 들어서니 세금의 현재라는 주제로 △세금의 정의와 종류 △술과 세금 △일상 속의 세금 등의 다양한 내용이 전시돼 있었다. 1966년 개청 이후 현재까지 효율적인 납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편해온 국세청의 역사도 만나볼 수 있었다. 1960~70년대에 세무조사 요원이 들고 다니던 가방 안에는 세금 계산을 위한 주판과 함께 ‘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주판으로 세금을 계산하는 시대에도 담당 직원들에게 청렴함이 강조됐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우리나라 국세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 세무 행정기술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 이를 다른 국가에 전파할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국세청을 필두로 국가에서는 국민이 세금의 중요성을 재고하도록 조세박물관을 운영하거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세금 작품 공모전을 여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세박물관에 들러 세금의 오랜 역사와 우리나라의 우수한 조세 시스템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 
 

영조가 경제업무를 담당하던 호조에게 내린 호판과 영조 사진.
사진ㅣ주민정 기자 0316jmj@
‘스포츠와 세금' 특별 전시.
사진ㅣ주민정 기자 0316jmj@
1960~70년대 세무조사요원의 가방과 모자.
사진ㅣ주민정 기자 0316jm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