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나래 기자 (naraekim3460@naver.com)

인터뷰 - 위기관리 컨설턴트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


위기를 기회로, 거짓 소통은 안 돼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방법은 사전 시뮬레이션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단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세계적인 기업인이자 투자가인 워렌 버핏의 말이다. SNS를 활용한 가치소비자의 발 빠른 움직임은 기업의 평판 관리를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 기업은 어떻게 평판을 관리하고 오너리스크와 같은 위기에 대응할까? 위기관리 컨설턴트이자 커뮤니케이션 코치인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달라.
위기관리 컨설턴트는 기업의 위기 발생 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제시하는 직업이다. 학교, 정부, 기업 등 어떤 조직이든 위기가 생긴다. 기업이라면 공장에 불이 날 수도 있고 제품에 리콜이 쇄도할 수도 있다. 위기관리는 △실제 사건의 해결 △법정에서의 대응 △여론 관리로 나눌 수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특히 여론 관리와 관련이 깊은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컨설팅을 진행한다. 손해를 입은 소비자, 그리고 사건을 유심히 바라보는 언론과 소비자와의 소통 방식을 구상한다. 기업은 이 과정에서 거짓말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위기관리의 가장 주요한 원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는 거짓으로 소통하지 않으면서도 기업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방법을 모색한다.
 

커뮤니케이션 코칭도 진행한다고.
일반적으로 경영 컨설팅은 충분한 조사와 인터뷰, 연구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기업이 어떤 식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어떤 경영전략을 취해야 할지 그 답을 제공하는 일이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코칭은 기업이 스스로 답을 갖고 있다고 전제한다. 대신에 경영자에게 질문을 던져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과정이다. 주로 2~3주에 한 번씩 CEO와 코칭을 진행하며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관한 체계를 마련한다. 내부 조직원과 어떻게 소통할지와 외부에 기업을 어떻게 소개하고 알릴지에 대해 조언한다.


위기관리는 매뉴얼이 아닌 몸으로 익혀야 한다고.
기업의 위기를 관리하는 시점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사전에 위기 발생 확률을 낮춰 예방하는 것이고 둘째는 위기가 발생할 시 대응하는 것이다. 위기관리라고 하면 사후 위기관리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전자다. 위기관리 프로젝트에서는 기업에 위기가 발생했다고 가정하고 실제인 것처럼 경영진의 의사결정, 피해자 보상 및 언론 소통 과정을 모두 시뮬레이션한다. 기업은 일 년에 하루이틀을 온전히 투자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후 위기관리의 경우 위기가 가라앉아도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누군가를 처벌하거나 책임을 묻기보다는 위기 리뷰 미팅이 필요하다. 조직이 잘 대응한 부분은 무엇이며 시스템에서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를 점검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오너리스크는 여타 위기와 어떤 점이 다를까.
기업 내 오너의 위치가 크게 작용하는 문제라는 점이 다르다. 외국에서 CEO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는 실언을 했다고 가정하자. 그 CEO는 고용된 전문경영인이기에 결국 해고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위기를 만들어낸 사람이 기업의 최종 의사결정자에 해당해 오너리스크를 관리하기 힘들다. 기업 내부에서 누군가는 오너에게 사과하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것이 매우 어렵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는 이런 상황에서 사과의 필요성과 대응 과정에 대해 객관적으로 조언한다. 한편 오너는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더라도 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대신 사과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니기도 한다. 따라서 어떠한 문제에서든 오너에게는 겸손한 자세와 고민이 요구된다.
 

2010년대 중후반 ‘갑질’ 이슈로 여러 기업이 위기를 겪었다. 현재의 기업들을 좌우할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현재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DEI라고 생각한다. DEI란 △Diversity(다양성) △Equity(평등) △Inclusion(포용)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다양성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글로벌기업은 조직원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성별이 무엇이든, 성적 지향이 무엇이든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런 측면에서 매우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가령 국내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전 세계에서 거의 바닥인 수준이다. 올해 8월부터 자산총액이 2조 이상인 기업의 경우 최소한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두도록 하는 일명 여성 임원 할당제가 시행 될 예정이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만큼이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 형성도 중요하다. 더 나아가 기업의 리더라면 DEI를 제대로 파악하고 기업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


 

ⓒ김호 대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