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수현 (kshyunssj@skkuw.com)

기사 쓰기란 쉽다. 그러니까, 적당한 기사를 쓰기란 쉽다. 그건 많은 고민을 요하지 않는다. 전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한 소재들이 있다. 그런 소재를 선택해 관련 내용을 기사의 틀에 맞추면 된다. 어떤 지적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는, 보기 좋은 기사가 당당히 지면의 한 구석을 차지한다.

그리고 그걸 넘어서는 기사가 좋은 기사라는 평가를 듣는다. 어떤 매너리즘에도 갇히지 않고 통찰력 있게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번거롭더라도 최대한 많은 입장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드러나지 않았던 것들을 들여다봐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애쓸 때는 그만큼 구멍이 많이 생긴다. 취재원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은 만큼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 결과가 균형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피드백도 받는다. 그럼에도 학우들이 관심을 갖고 궁금해 하는 문제에 대해 다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런 기사가 지면에 실리면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소중해서 손으로 만져도 본다.

성대신문에서 내 첫 기사가 그랬다. 신입생 필수교양 과목의 문제점을 짚은 기사로 우수기자에도 선정됐다. 학교 측에서 내 기사를 읽고 신입생들에게 이런 어려움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듣고는 날아갈 것 같았다. 그때도, 지금도 좋은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완벽했던 시작을 필두로, 적당함을 넘어서는 기사를 쓰려고 부단히도 애써 왔다.

그런데 부서장이 되면서는 할 일이 많아졌다. 내 기사에 쓰는 시간의 몇 배를 다른 부원의 취재를 돕는 데에 써야 한다. 부원의 인터뷰이 컨택에 문제라도 생기면 내 기사는 바로 뒷전이 된다. 적게는 6개에서 많게는 10개인 보도부 기사를 돌보는 동안 자연스레 내 기사에 대한 열정은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어느새 적당함에 머무르려고 하는 나를 발견한다. 멋진 기사로 지면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그걸 내가 쓴다면 부서장 업무 때문에 최선의 기사가 나오지 못할까봐 걱정돼서 다른 유능한 기자가 써주길 바란다. ‘내가 쓰기 싫어서’보다 ‘전체 지면의 완성도를 위해서’ 그 소재를 넘기는 것은 거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굳이 어려운 길로 가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자리한다.

쉽게 쓴 기사도 좋은 기사가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 쓰기 쉽다고 해서 그게 필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니까. 학사 운영 방침에 대한 기사는 비교적 쉽게 쓸 수 있지만, 거의 매번 1면을 차지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필요한 기사다. 그럼에도 그런 기사로만 지면을 채워나갈 수는 없다. 적당함을 넘어설 의지가 있다면, 그보다 훨씬 학우들의 삶에 맞닿아 있고 파헤쳐 볼 가치가 있는 소재가 무수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걸 해내는 것이 학보사의 존재 이유이자 지향점이라고 수없이 되뇌인다.

세어 보니 앞으로 보도부 지면에 기사를 쓸 기회가 몇 번 남지 않았다. 그동안 나는 어떤 합리화도 하지 않으려 한다. 첫 기사를 쓸 때보다 축적된 경험과 향상된 필력으로 좋은 기획의 소재를 못 본 척 하기란 비겁하다는 생각도 든다. 적당한 기사만 쓰는 적당한 기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부서장이기 이전에 기자라는 점을 기억하며, 굳이 어려운 길로 헤쳐 나가 정기자 시절을 마무리하고 싶다.

사진|김수현 기자 kshyun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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